가끔은 스스로 정말 디지털 시대에 사는 아날로그 인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기계치라든가 컴맹이라든가 그런건 아닙니다. 뭐랄까,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는 과거에 대한,
향수라고는 할수없지만 (향수라는건 being absent라는 개념을 기초로 출발하니까요)
뭔가 알수없는 기묘한 애정을 갖고 살고있거든요.
전 여기 게시판 들르는 분들에 비해 연령이 어린 층에 속할거예요. 80년대 중반에 태어났으니까요.
덕분에 20대후반으로만 올라가도 다들 아는 70s 80s oldies 같은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지요.
그렇지만 제 취향이라는건 많은 면에서 제가 태어난 연도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론 특정 장르 - 그러니까 음악이라든가 - 에 대한 팬이 되면 관심이 있으니까 알아서 찾아보고
결국은 상당히 알게되는데 제 경우엔 아예 이런 교육 자체가 전무한 상태에서의 접근에 가까워요)
전공이 패션쪽이 아니지만 60,70년대 빈티지 패션에 대한 알수없는 애정이라든가,
(가끔 심심해서 이베이 구경하다보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빈티지 섹션이라죠-.-
60 70년대 우산들 모으는 취미가 형성되려고 하고있다지요;; 요즘은 폴카도트! 하면서 ㅠ_ㅠ 이러지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페이스 카우보이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든가(...)
(저 영감들은 그래도 희망대로 '날아갔잖아!' 하면서...<- 마크로스 플러스의 영향도 있습니다-_-;)
아예 백년이상 거슬러 올라가서 빅토리안 문학에 심취해 있다든가
(혹자는 이 시대가 제일 outrageously adventurous라고도 하더군요. 수많은 발견, 발명 이라든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변혁이 찾아왔기 때문에 가장 활기찼던 시기라고요. 이 시기 직후엔 바로 현대사회의
문제점이라는게 속속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그런 연유인지 몰라도 전 빅토리안들의 열정적인
면모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물론 디킨스의 암울한 영국이라든가 여성문제같은건 제외하구요.)
제 이상적인 남편감이라고 오스카 와일드, 테드 휴즈에 플러스 알파 레오날드 울프를
써놓는 다든가...(예 와일드는 남자친구가 저보다 예쁘고 휴즈는 마눌님이 천재셨으니 할말없지요-_-)
정말 초구식으로 편지쓰는걸 좋아한다든가 시를 좋아한다든가 심지어 문체까지 고전어투 좋아하죠.
(A.S.Byatt 팬이니 말 다했지요...;;; Ma'am, Sir, Madam 계급주의 논쟁이 나와도 좋댑니다 거참;)
아무래도 시대를 잘못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60년대에서 잘 놀다가 현대에 태어나서 과거에 여전히 붙들려 있는 것인지...-.-
한가지 확실한건 이래저래 정신은 딴 시대에 살고있는 이상 뻔뻔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독서인구 감소는 전세계 공통 이슈인지 몰라도 "요즘애들은 책 안읽어"하면 다들 끄덕끄덕이라서
부모님 세대처럼 러브레터에 릴케의 시 한구절-은 죽었다 깨어나도 기대 안하구요,
얼마전에 카드에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시 한편 남겼다가 땅을 치면서 내가 왜 이런 튀는(미친) 짓을!
하면서 후회했구요-_-;; (dandyism과 bohemianism은 요즘 세상의 키워드가 아니지요)
Sex and the city에서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롯이 빈티지로 무장하고 뉴욕 거리를 걸어줘도
제가 사는 곳은 카고 팬츠와 티셔츠와 플립이 지배하는 캘리포니아-_-;;;
제 또래일거 같은 여자애들이 온통 미니스커트와 배가 드러나는 짧은 탑을 입고 거리를 누빌때
혼자서 빈티지 프린트 스커트를 입고 걷는건 아직 소심한 저로써는 힘들다구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