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 얘기입니다^^;

  • 잔치국수
  • 05-31
  • 2,269 회
  • 0 건
저는 아주 뚱뚱하고 못생겼었답니다.


하교길에 쫒아오는 남학생들이 지겨울만큼
온동네서 이쁘다 소리 듣고 자랐던 어머니와는 달리
그런 어머니를 3년을 쫓아다녀 결혼에 성공한 아버지를 닮아
못생겼습니다.

남동생은 어머니를 닮았죠
어려서 어딜 데려가든 예쁘다, 잘생겼다 소리를 들었답니다.

전 3살인가 4살쯤에 누구의 가르침없이 글을 익혔고
그림도 잘 그렸고, 말썽도 안피우는 착한 아이였지만
어딜가나 남동생보다 관심을 못받았죠

그래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중학교에 오르면서 부터
살이 급속도로 찌기 시작했습니다.
여드름은 온 얼굴에 창궐하고
각종 알러지들이 온몸에서 떠나질 않게되었죠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전 공부도 잘했고
성격도 나쁘지 않아
친구도 많고 학교 생활도 잘 했으니까요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역시 여고였죠

이때까지도 그리 나쁘진 않았죠
하지만 전 계속 살이 쪄갔고
저와 달리 남동생의 외모는 날로 수려해져가
중학생이던 남동생은 같은 학교 여학생들로부터
학원의 고등학생 누나들까지
주변에 스토킹처럼 전화와 미행을 계속하는 여자들로 넘쳐나
오히려 약간의 두렴증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_-


몇학년때 일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비가 오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데
제게 그러더군요 " 더럽게 못생겼군"
침뱉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냥 지나쳤습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그 침이 제 가방에 붙어있더군요

뭐 그런식이었답니다.
길가다 넘어지면 "땅 안꺼졌냐, 지진나겠다"라든지,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무슨 신기한 괴물이라도 본양
일행에게 절 손가락질하며 키득거린다던가

나름 꽤 활발하고 크게 고민 안하는 성격이라 그냥 넘겼답니다.


그러다 대학에 갔습니다.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스스로 해결하고
동아리, 학회, 소모임 모두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만,
또 주변에서 인정도 받았습니다만,
제 외모에 대한 비아냥거림은 계속되더군요

돌아서면 얼굴도 잊어버릴 모르는 남자가 아니라
방금전까지 나와 토론하던 내 선배가, 내 동기가
히죽히죽 웃으며 내 외모와 몸매를 탓할땐 할 말이 없더군요
물론 장난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하죠
그러다 저와 별로 감정이 않좋았던 선배가
저를 레즈비언이라 칭하더군요.

제 외모로는 남자는 구경도 못할테니
레즈비언밖에 못한다는 얘기였죠


살을 뺐습니다.
사실 좀 위험하게요
거식증도 있었죠. 매일 토하다시피 했으니까요
위장과 장도 엉망이 됐구요
온몸은 안아픈데고 없고 체력은 완전히 바닥났지요

그렇지만 어쨌든 살을 뺐습니다.
꿈의 몸무게-_-라는 48kg까지요
- 아! 꿈의 몸무게는 45kg이던가요?


살을 빼고 얼마후 성형도 했습니다.

성형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얘길하다
무심결에 내 가방에 가래침을 뱉었던 그 사람에 대해 얘기하게 됐죠

어머닌 그 얘길 듣다 우셨습니다.
그냥 농담처럼 시작한 얘기였는데,
우는 어머니를 보고 저도 울었습니다.

어머닌 곧 저를 성형외과로 데려가셨죠


지금은....
전 꽤 볼만하답니다.^^;;;

키는 원래 적당히 컸고
다행히 몸매는 어머니를 닮게 태어나
미니스카트도 부담없이 입을 수 있지요



적당한 화장품과 관리로 피부도 그럭저럭 보통은 되구요
놀라운 성형기술에 힘입어 한부위 수술만으로도
-친구들 말로는 기적같은 변화라는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요

아주 미인이다. 황홀하다 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길가다 신기한 괴물 취급 당할 일은 없어졌습니다.



며칠전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한 꼬마가 큰 박스를 두개나 들고있더군요
머뭇거리다 박스하나를 뺏어들었습니다.
꼬마가 절 보더니 웃으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모자를 쓰고있기에 망정이지,
눈물이 울컥해 당황했답니다.


전에는....
살빼기 전에, 성형하기 전에는

길가다 넘어져 우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면
오히려 무서워한다던가,
버스에서 타긴탔는데 버스비가 없어 기사 아저씨에게 혼나고 있는
학생을 위해 버스비를 대신 내주면 고맙다고 하기는 커녕
이상하게 바라본다던가
하던 때들이 생각났습니다.


요즘 게시판에
외모 지상주의가 판쳐
수시로 얼굴을 고쳐대는 연예인이라던가
거식증에 걸린 친구라던가
이렇게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를
걱정하고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걸 읽어봤습니다.

저같은 사람이야 말로
외모지상주의에 충실한 인간이겠죠

비판한다던가, 무시한다던가, 대항한다던가
그러질 못했으니까요
오히려 그것을 더 부추기는 역을 했죠


하지만....
아무도 이해 못할 거예요

그게 어떤 기분이었는지 말이예요
그리고 지금 어떤 기분인지..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059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애정이라는 건... Eithan 2,267 05-31
1058 어제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 ally 1,597 05-31
1057 잡담들 바보새 1,500 05-31
1056 누구를 향한 총구인가.. <movie clip> 도야지 843 05-31
1055 예전 미스코리아 사진 흰구름 2,492 05-31
1054 컴퓨터 질문 하나 드립니다 ticia 833 05-31
105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알퐁소 김전일 1,157 05-31
1052 잡담.(우울한 이야기를 싫어하시는 분은 안 읽으시는게...^^) 즈카사 1,466 05-31
1051 선물 좀 추천해 주세요. amber 1,244 05-31
1050 일요일 ginger 1,410 05-31
1049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ally 985 05-31
1048 다음넷에 김영숙 만화 스페셜이 생겼네요. 휘오나 1,871 05-31
1047 노래 하나. 무루 755 05-31
1046 '정치적으로 공정할 것' - 질문 하나. 겨울이 1,600 05-31
열람 그냥 제 얘기입니다^^; 잔치국수 2,270 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