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cliche
  •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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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말동안 무진장 열심히 일했습니다. 캠코더 허리에 차고, 마이크 머리에 이고... 파파라치가 된 기분으로. 일고여덟개 되는 밴드가 모여서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10시부터 밤까지 행진하는 팡파르 축제가 3일간 열렸거든요. 한 네시간 분량을 찍었는데, 다른 팀이 찍은 것까지 합치면 일곱시간이 채 못될 것 같더군요. 편집하려면 죽어나겠지요. 무료봉사라 마음은 좀 아프지만 신용을 위해서라면. (이라기보다, 공짜로 얻어마신 맥주&포도주&밥&안주&... 입 슥 닦고 모르는척 하기도 뭐 하고.) 흠 뭐 대충 놀면서 하다보면 마감이 닥쳐오고 마감이 닥쳐오면 어떻게든 완성이 되기 마련이지요. 생전 처음으로 관계자 완장 차고 거들먹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것도 (한번은) 해볼만한 경험이었습니다. 단, 한 번 이상은 곤란.  


2. 게시판을 보다보니... 압생트 얘기가 나왔군요. 현재 프랑스에서는 압생트 짝퉁 베르생트라는 걸 파는데 이건 45도나 55도 정도로 도수가 (비교적) 약합니다. 술전문상에서 사면 각설탕을 컵 위에 올려서 녹일 수 있는 이파리 모양 스푼도 주고요. 대신 스페인에서는 압생트 45도부터 80도짜리까지 다양하게 팝니다. 맛은... 달달한 박하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스맛이 나는데, 대체로 설탕&물을 섞어 마십니다. 투명한 초록색이 불투명한 물약색으로 변하구요. 파스티스랑 별로 맛 차이는 안나지만 일단 도수가 도수니까 다음날 머리가 참 많이 아파요.

보들레르나 랭보, 베를렌 시에는 늘 압생트가 등장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처음엔 에메랄드 빛 액체... 운운 하는 환상을 무럭무럭 키웠는데요...

...

그냥 그래요.

(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배상면주가 술이 쪼꼼 그립네요.)


3. 옛날에 돌아다녔던 주말의 명화 우스개: 할머니가 티비를 열심히 보고 계셔서 손자가 물어봤습니다. '영화 재미있으세요?' '아니, 그것보다 저녀석들 우리말을 너무 잘하네. 신기하다' ...더빙판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말이죠.

더빙의 천국, 프랑스.

프랑스 사람들은... 성우들은 직장이 많아 행복하고... 사람들은 자막 읽느라 수고 안해도 되고... 편하고...편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꺼려져요.

몇몇 개봉관에서라면 물론 원어&자막으로 볼 수 있지만, 비디오는 100% 더빙. (그래서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도 불어버전으로.) 돌아다니는 디빅스조차도 더빙판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아직 전설처럼 '불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한석규'가 나오는 쉬리는 못봤지만, 그다지 보고싶지 않아요.

생각나는 더빙버전만 꼽아보면: 사우스파크, 모든 타란티노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앨런 릭맨 목소리만 그렇게나 기대했었는데!), 반지의 제왕, 등등이 있군요... 예술스러운 영화 시리즈는 대체로 원어로 개봉하고 비디오시장에서는 찾기도 힘들지만 엔간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죄다 더빙. ...이런 시앙(chien: 견)스러운 경우가...


4. 친구들 중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쪽이 좀, 아니, 꽤 많이 있습니다. 애니 시디를 나누며 우정을 확인하는 믿음직스러운 비밀결사. (...) 언젠가 '넌 복권 당첨되면 제일 먼저 뭘 할래?' (...예, 이러면서 놉니다.) 는 질문에 그 결사의 대다수에서는 '일본 여행갈래! 일본!' 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뻔하지만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카와이~' '정원 너무 멋져' '일본 문화는 굉장해' 등등. 그다지 애국심이 강한 것도 아니고 특히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게으름뱅이인 본인으로서도, 약간... 멍청해보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그 정열에는 놀랐어요. 저야 X JAPAN과 라깡시엘 이름 정도밖에 모르는 일본 음악이나 고래짝 시리즈(독수리 5형제나 북두신권, 우주전함 율리시즈...)을 환히 꿰더군요. 일본어도 아닌 한국어로 더빙된 슬레이어즈 시리즈를 몇 밤을 걸쳐가며 보는 녀석이 있질 않나.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일본사랑 친구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을 더듬다보면, 어느 나라나 사람들은 비슷비슷한가봐요. 물론, 팬덤 계열 말입니다만..


5. 다시, 애국심.

저의 애국심은,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는 머리도 아니고, 국민선서를 살풋이 감싸는 심장도 아니고, 아무래도... 김치찌개를 그리워하는 미각 및 위장에서 오는 모양입니다. 가족도 그립고 친구도 그립지만, 그것보다도 김밥-떡볶이-라면-오뎅국물-3500원짜리 순두부찌개가 그리워요. 홈식에 걸린 위장...

이럴 때를 대비해서 사둔 신라면도 남은 2개가 한계.

정말, 이 쪼꼬만 동네가 원망스러워 질 때입니다.

그리고,

편의점.

편의점...

오늘같이 한가한 반공일에는 일치단결, 가게들이 문을 닫고...배고픔을 잊으려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모씨는 음식타령이나 하고...

짜장면 새우깡 감자깡 맛동산 김초밥 깻잎 나물 삼겹살 마늘쫑 서주아이스주 서주아이스조 바나나우유
비락식혜&수정과 짜파게티 탕수육 양념통닭 자갈치 오징어회

끝이 안나겠군요. 아무래도 동네 한바퀴를 돌며 연 가게가 있나 탐색전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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