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찜질방에 갔다가 화상을 입었습니다.
불가마에서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순간 출입구로 나오는 벽의 모서리에 살짝 스쳤어요.
그냥 뜨겁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나와서 확인해 보니 피부가 완전히 익어서 벗겨졌더라구요.
일단 찬물로 식힌 다음에 주인한테 갔더니 백색 바셀린이랑 아도카인 거즈로 응급조치를 해 주더군요.
어쩌다 다쳤냐며 약을 발라주긴 했는데, '조심 좀 하지. 어쩌다 다쳤어' 라는 말투로 보아
출입구의 구조 자체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하는 것 같더라구요.
뭐 사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안 다쳤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정신도 없었고, 워낙에 사물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잘 가늠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늘 여기저기 벽이랑 가구에 부딪쳐서 팔다리는 항상 멍이 들어 있고,
손도 여기저기에 자주 부딪혀서 피부가 벗겨지거나 살점이 떨어져 나가곤 합니다.
덕분에 운전 면허 딸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고요.
예전에 어디서 언어 능력이 발달한 사람은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언어 능력이 남보다는 조금 발달한 편이기는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언어 능력과 공간 지각 능력의 부족을 저울질해 보면 아무래도 밑지는 장사 같아요.
게다가 고소공포증은 주로 공간 지각 능력이 발달한 사람에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저는 고소공포증까지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화상 입은 곳이 자꾸 당기는 느낌이 들어 드레싱한 걸 살짝 벌려 살펴보니,
상처에서 진물이 나와 바셀린 거즈가 완전히 상처에 들러붙어 있네요.
이틀 후에 오라고 하면서 드레싱한 거 떼지 말라고 했는데, 음, 당기기도 하고 가렵기도 하고.
근데 화상 치료는 통풍이 중요한 거 아닌가, 이렇게 이틀씩 붕대를 붙이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