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를 잡아 죽여 반찬을 해먹겠다는 꼬마들을 만나다....ㅡ_ㅡ

  • 김수예
  •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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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 공원으로 오후 늦게 산책을 나갔더랬습니다.
오리 새끼 열 마리가 탄천을 노닐고 있고,
어미로 보이는 오리 네마리가 일광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참 예쁘고 평온한 산책을 했더랬습니다.
그 녀석들을 만나기 전까지...

일광욕 오리들을 보고 탄천을 따라 조금더 내려가다보니
탄천을 사이에 끼고 양쪽에서  어린 두 놈(정말 놈!!)들이 탄천에서 물질하고 있는
오리 두 마리를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재미삼아 하는 거겠거니 싶어 살짝 타이르는 말 한 두마디 던지고
지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러지 마. 오리들 아프잖아"
무시...계속 돌팔매질.
좀더 다가가 역시 타이르는 목소리로
"왜 돌을 던지는 거야? " 물어봤습니다.
얼굴에 잔뜩 아이스크림 같은 지저분한 것을 묻히고 온몸이 젖어 땀냄새를 풍기던
키 백센티미터 안팎의 조그만 녀석 하는 말,
"쟤들이 나를 골탕먹이잖아요. 그래서 죽여갖구 반찬해먹으려구요"
'죽여서 반찬해먹겠다'는 그악스러운 말에 순간 할말을 잃었습니다.
"무슨 골탕을 먹였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쫓아갔는데 자꾸 도망가면서 애를 먹이고 물에 빠지게 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그건 오리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쫓아간 니가 잘못한 거다 말을 해줬는데도,
한사코 자기는 잘못이 없고, 오리들이 잘못했다고 하더니
"아줌마는(허걱....) 누가 아줌마 골탕 먹이면 좋아요?"하는 겁니다.
제가 자꾸 말을 걸면서 왜 오리한테 돌을 던지면 안되는지 설명했더니,
자기 입으로 '아줌마는(또, 허걱...) 누가 아줌마 못살게 굴면 좋아요? 앗 이건 아닌데"
하면서 자기가 오리들을 못살게 굴고 있다는 걸 시인하더군요.
하지만 돌 던지지 말라는 말에는 "싫다'고 우기더라구요. 참... 이렇게 말이 안 통할수가...
근데 반대쪽에서 돌을 던지던 놈 더 가관입니다.
제가 잡고 있던 아이가 저랑 실랑이하면서 잠시 돌을 안 던지고 있으니까
맞은 편에 선 놈이 '야, 빨리 돌 던져서 죽이자' 소리치더라구요.
할 수없이 인상 팍 쓰고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고 야단쳤는데도
그눔들!!! 글쎄 '싫어요' 소리치고는 계속 던지더란 말입니다.
그중 몇 개 돌은 오리 몸에 맞아 오리가 놀라 퍼덕거리고, 아... 순간 절망스러웠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아는 척 않고
(어떤 아주머니는 소리 한번 꽥 질러 주셨지만.... 결국 그냥 가셨습니다.)
그 아이들은 웃으면서 오리를 잡아 죽이겠다고 돌을 던지고....
죽이면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말해도,
옛날 사람들은 칼로 자기 목도 긋고 죽지 않았냐며(이건 일본 만화의 영향일까요?)
말도 안되는 논리(아이다운 논리기는 하지만)를 내세우며 고집을 세우고...

결국 저는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경찰이 잡아가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놔야했습니다. 거짓으로 전화 거는 척도 했습니다.
그제서야 두 놈이 야! 관리사무소에 전화건다!하면서 도망가더라구요.

사실, 돌팔매질로 오리를 잡아 죽이겠다는 부분만 제외하면,
아이다운 논리에 아이다운 고집....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말을 건 아이는 시종 저에게 존대를 하는 것이 막나가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생명을 죽인다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는 것이겠죠.
오늘 중앙일보 주말섹션 중 어떤 칼럼에서 '개미를 죽이는 아이들'이
어쩌면 친구를 왕따시켜 자살로 몰고가고 자기 부모를 죽이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작은 생명까지 소중히 여기는 소양을
길러줘야한다는 요지의 대목을 읽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오늘 그 두 놈을 만나고 정말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그 두 놈의 부모들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네. 말 그대로 짜증입니다.
두 놈의 부모님들이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낳아서 먹이고 입히는 것 만으로는 부모자격이 없다,
자기 아이일 수록 엄해야할 부분에서는 조금의 양보도 하지 말고 때려서라도
가르쳐야한다 한 마디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미혼인데요.
솔직히 그 두 놈 보고는 결혼하고 싶은 맘, 자식보고 싶은 맘,
싹 사라졌습니다.

이거, 저의 과민반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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