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에 웬 고양이하나가 출현했드랬습니다.첨엔 그냥그런 도둑고양이인줄 알았는데
호기심에서 한번 먹다남은 과자를 줘봤드니 '다가와서'먹더군요.
집에 있는 국거리용멸치를 탁탁 털고 있는사이 그새 어딜 떠나지도 않고 얌전히 절 기다렸더군요.
다 먹은후엔 그르렁 애교까지부리는거였습니다.아 얘는 사람손을 탄 놈이구나...
그녀석과 저는 몇시간동안 친구였습니다.한데 제가 어디갈데가 있어서 자리를 잠깐비운사이
사건이 터져버렸습니다.-_-
어머니 증언에 의하면...
빨래를 너는사이에 앞집(우리집이 좀 높습니다)골목을 우연히 봤는데 거기서 성격 괴팍하기로
동네서 유명했던 앞집인간이 벽돌로 뭔가를 내리치고 있는게 보이더랍니다.
첨엔 별거 아닌줄 알았는데 뭔가 깽깽거리는 소리가 나는거 같아서 다시한번 쳐다봤드니...
대충....아시겠죠.-_-
울엄마는 그런장면은 생전 처음보는지라 완전 굳어버리셨고....
곧 그집부부가 맹렬하게 다투는 소리가 나더니...남자가 피투성이가된 고양이를 삽에 퍼서
골목초입 전봇대에다 갖다버리더랍니다....
혹시나 그녀석일까하고 걱정했었는데 역시나더군요.
고양이라면 정말로 학을 떼시는 엄마지만 이 일엔 경악을 금치 못하셨고..
더더군다나 동물시체를 사람들 잘다니는 곳에 떡하니 버린 그 미친 X의 작태에 매우
분개하셨지만 어쩌겠습니까.우리둘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그인간의 성질을 못이겨
낸다는건 이미 알고 있었는걸요.
그래서 고양이 장례를 치뤄주기로 했습니다.일단 제가 일기장을 넣어두었던 예쁜운동화
박스와 삽을 들고 갔습니다.
녀석은 벌써 뻗뻗하게 굳어 있더군요.피가 바닥에 말라붙어 있어서 떼내기가 여의치 않아
별수없이 삽으로 퍼냈습니다.(미안하다,고양아)새끼는 아니였지만 별로 크지 않은 박스에
여유공간이 꽤 됐던걸 보면 다큰녀석은 아니였던가봅니다.
뒷산으로 올라가 적당한 장소를 골라서 삽으로 한참 파고서 상자를 넣은후 위에다 올라가면서
꺾은 들꽃한줌을 올려주었습니다.그리고 흙을 덮었죠.
기독교도도 아니지만 제가 십자가모양으로 엮은 나뭇가지를 꽂고나서 가지고 온 향까지
피우며 기도를 하자 엄마가 픽하니 웃으시더군요.요상한 모양새 이긴하지만 특정종교가
없는 저의 머리가 생각해낸 최대한의 추념의식이었습니다.
무덤위에다 풀과 꽃들을 뿌려두고 슬슬 내려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그인간이
고양이의 저주에나 걸렸으면하는.....믿지도 않았지만 그싯점에선 전설이 현실이
되길 바랬습니다.그런데...
그인간 현재까지 아무런 일없이 잘먹고 잘살더군요....-_-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리라....가끔씩 산에가면 녀석을 묻어줬던 장소가
보일때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나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