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한현우 기자]
강남 교보타워에 문을 연 세계적 재즈클럽 ‘블루노트 서울’이 7일 휴업을 선언하고 문을 걸어 잠갔다. 지난 3월 22일 문 연 지 두 달 조금 넘겼을 뿐이다. 블루노트측은 “내부 점검 때문에 임시 휴업하며 28일 재즈 가수 프레디 콜의 공연으로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으나, 그간 누적된 적자 폭이 너무 커 경영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폐업 위기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블루노트는 개업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국내 재즈 인구에 비해 입장료(8만원)와 식음료 값이 너무 비싸 ‘과연 얼마나 호응을 얻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게다가 공연장의 성가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적 뮤지션의 공연을 주 6회씩 치르면서 쌓인 적자가 감당하지 못할 지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블루노트는 입장료를 5만6000원으로 내리고 애초 “블루노트 도쿄와 출연자가 같다”던 예고와 달리 국내 뮤지션들을 2주 연속 세우기도 했다. 그 사이 대표이사도 바뀌었다. 보증금과 월세를 체납하는가 하면 뮤지션 개런티도 제때 지급 못해 공연이 중단될 뻔하기도 했다. 현재 블루노트는 미국서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과 아예 클럽을 교보에 매각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만약 투자자나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엔 장기 휴관 또는 폐업이 불가피하다.
어렵사리 들어온 세계적 재즈클럽이 개업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휴업한 것은 국내 대중문화 저변의 빈약함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상징이다. 블루노트 이사이기도 한 폴리미디어 이선철 대표는 “블루노트를 문화의 척도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 명소(名所)가 현상유지도 못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 성숙도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블루노트는 현재 뉴욕·밀라노·도쿄·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에 있으며, 과거 라스베이거스와 자카르타에도 생겼다가 경영난으로 문닫은 바 있다.
‘블루노트의 실패’는 한편으로 한국 재즈시장에 대한 면밀한 사전 계산과 재즈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기획력 부재(不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선철 대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3∼4년을 버틸 수 있는 자본을 갖고 시작하든가, 아예 입장료를 확 낮추어 한국 실정에 맞게 시작했어야 했다”면서 “음악(재즈) 사업보다는 이른바 ‘럭셔리 마케팅’에 치중했다가 실패한 경우”라고 말했다. 재즈기획사 ‘앰프’의 인재진 대표 역시 “뉴욕이나 도쿄 방식으로는 서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이를테면 평일엔 한국 공연, 주말엔 외국 공연 식으로 경영을 로컬라이즈(Localize)했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