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 몰락하는 우유
  •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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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ATC 마지막 두개의 에피를 봤습니다. 정확하게는 마지막 에피 앞부분과 꼬리 부분만
본 거지만요. 열린 결말이라는 건 거의 거짓말 이더군요. 가족 드라마 처럼 끝나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한 두명 정도는 애인(혹은 남편)하고 깨지고 나서
투덜 대는 얘기가 나와야 SATC 다운 것 일텐데요. 시리즈물이라는 건 마지막이 되면
다 비슷비슷 해 지는 건 가봐요.

2. SATC를 남자들이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니, 이 시리즈를 (즐겨)보는
남자가 있긴 할까요? 전형성은 좀 벗어나도 어쨌든 예쁜 아가씨나 넷이나 나오고,
꽤 야하기도 하니 못 볼것도 없겠지만...아무래도 불편하게 느껴질까요? 여자가 주체가
되는 '성' 이야기 니까요.
예전에 '도무지 여자들의 심리를 모르겠다.' 라고 짜증내던 친구에게 이 시리즈를
추천해 줄까 하다가 그만 둔 적이 있어요. 분명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
사실인데 그게 묘하게 스테레오 타입 으로 보일 때가 있거든요.(의도한 걸 수도 있고
아닌 걸 수도 있겠죠) 안그래도 잔뜩 꼬인 성격인 앤데-'인간은 개개인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남녀 차별 문제도 사람마다 다 다른 문제 인 거다'라는 말을 한 애죠-
저런 걸 보여 주면 어떻게 받아 들일지, 솔직히 겁이 좀 나더군요.

3. 제가 프렌즈를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를 최근에 알았어요. 그건 다른 시트콤에 비해서
캐릭터의 역할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더군요.
기본적인 캐릭터의 이미지는 물론 정해져 있지만 그게 딱 고정 돼 있지는 않죠.
예를 들어 모니카는 조언자, 레이첼은 징징대기, 조이는 사고를 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지만 이 역할은 종종 뒤집히죠. 똑똑한 로스도 언제든지 바보짓을 할 준비가
돼 있고, 엉뚱한 피비도 다른 친구의 황당한 행동에 어이없어 합니다. 물론
챈들러도 자주 훌륭한 조언자가 되구요
윌 앤 그레이스나 달마 앤 그렉 같은 시트콤도 물론 재미있지만 이 프로에서
등장 인물들은 프렌즈 보다 훨씬 더 캐릭터가 고정 되 있어요. 사고를 치는 쪽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고만 치고 조언자는 계속 조언만 하고 소리 지르는 캐릭터는
내내 소리만 지르죠. 처음엔 재미있어도 결국은 짜증이 나요. 역할이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기 때문에 보기가 불편하죠. '사람이 발전할 가능성 따위는 없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거든요.
어쩌면 이 쪽이 더 현실적인 걸 수도 있지만요, 프렌즈가 훨씬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고 보기 편한 건 사실이더군요.

4. 통신체에 대해서 저는 별로 관대한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읽기 힘든
글은 짜증이 나고 그런 글 일 수록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결정적으로
저 자신도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님아' 와 'ㅋㅋ' 'ㅎㅎ'는 정말 참기 힘들어요.
특히 뒤의 두개는 보는 순간 쓴 사람이 실제로 눈 앞에 있다면 싸대기를
날려 버리고 싶은 충동 까지 느껴져요.
사실 '님아' 같은 건 그 시작이 상대를 씹기 위해 만들어진 말 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대놓고 욕한다' 라고 생각하고 잊어 버리면 그만이거든요. 그런데
'ㅋㅋ' 'ㅎㅎ' 같은 건 '비웃는 게 아니에요' 라고 설명을 해 줘도 화가 나요.
어쩌면 저런 설명을 해서 더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구요.
이제는 그럭저럭 익숙해져서 머리로는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넘어가지만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힘들어요. 뭐, 제가 참아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5. 어제는 두 친구의 신경을 긁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한 친구는 서태지 팬 인데
서태지 뮤직 비디오 시사회 행사를 메가 박스에서 할 예정 인가봐요. 그래서 근처
매장들 에게 그날 하루 행사 시간에 서태지 노래들을 틀어 달라고 부탁을 했었데요.
그런데 모 매장에서 자기는 서태지를 싫어 한다면서 러시아 공연을 봤을 때 토할 뻔 했다.
라는 말을 했다더군요. 그 얘기를 하면서 아무리 그래도 팬 앞인데 좀 심했다. 라고
하더라구요.
평소 같았으면 '그래 그건 좀 그렇다' 라고 맞장구를 쳐 줬겠지만 요즘에 기분이
계속 좋지 않은 지라 조금 욱 하는 기분으로 '사람이 좋아 할 자유가 있다면 싫어 할
자유도 있는 거야. 설령 팬 앞이라 하더라도 정말 싫어 한다면 그걸 싫다라고 표현할
자유도 있는 거지. 그게 인신 공격에 가까운 거라 하더라도 나는 표현의 자유쪽에
손을 들어주겠어' 라고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말수가 줄어 들어 버리더군요.
사실 이 친군 본인은 꽤 객관적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거든요.
서태지를 팬으로서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우리 오빤 대중 가수인데 왜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주지 않는 거지? 왜 아무도 러시아에서 공연한 걸 모르는 거지?' 라고
말하거나 다른 팬클럽과 차별화 된 무언가를 자랑하거나, 그의 음악성이나 비지니스
스타일에 대해서 대단히 특별하다고 얘기하거나 하면 정말 어이가 없군. 이 제 솔직한
기분이에요.
본인에게 절대적인 건 알겠지만 그걸 은근히 강요하는 것 처럼 말하면 어쩔 땐
참 힘들어요. 물론 그 친구 앞에선 절대 티를 내지 못하죠. 하늘 같은' 우리 오빠' 거든요.
또 한 친구와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귀여니가 화제에 올랐어요. 그 아가씨가
정말 싫다. 는 식의 뉘앙스를 비치길래(물론 전 에도 가끔 그랬어요) 역시 조금
화가 난 기분으로 '귀여니가 왜 그렇게 싫은 건가요?' 라고 물었어요.
솔직한 반응 처럼 보이는 말을 하더군요 '돈 많이 벌어서 질투 나요' 그래서 전
'솔직하시네요. 사람들은 보통 귀여니를 싫다고 할때 그 이유로 언어 파괴나
문학의 퀄리티가 저하된다. 라는 말로 자신들의 질투심을 가리곤 하죠' 라고 의례적인
대답을 해줬죠.
그렇지만 결국 그 친구는 마지막에 '그 친구가 10년 쯤 후에는 문필가라는 자신의
호칭을 조금이라도 괴로워 하고 있길 바래요' 라는 말로 본심을 드러내더군요.
뭐, 글을 쓴다는 것 이라던가 수준 있는 글 이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라던가
그런 것 들에 대한 허영심이라던가 등등의 얘기를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
'본인이 붙인 호칭이 아니니 떼고 자시고 할 것도 없겠죠' 라고 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대화는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무난한 편인 거겠지만 나나 그 두 친구나 (특히 제가)
성격이 섬세하고 둥실한 편 이라서 이런 일은 잘 없거든요. 대화창을 다 닫고 나서
조금 후회가 되더군요. 둘다 오래 알고 지냈고 또 아주 좋아하는 친구들 이거든요.
예민한 문제죠. 그래도 힘들어도 가끔은 지적을 해 주고 싶어요. 옳고 그른 문제하고
어느정도 벗어난 것 들이기는 해도요. 아, 지적이라기 보다는 제 의견 피력인 걸까요.
얘기를 주로 듣고사는 쪽 이라도 가끔은 '아 글쎄 내 말좀 들어보라니깐!" 하고
소리치고 싶은 때가 분명 있으니까요.

6.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사람들에게 쫓기는 꿈을 꿨습니다. 정리하다 만 포스터와
만화책으로 꽉찬 방에서 방석만 깔고 자는 생활을 3주 정도 했더니 결국 이런 꿈을
꾸게 되는 군요. 악령에 가까운 외계인에게 홀린(감염 된) 학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쫓아 왔는 데 분위기도 으스스 우중충 하고 꽤 재미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에릭군도 나와서 반가웠구요.
밤마다 방을 치워야지- 치워야지- 하고는 있는데 생활 리듬이 정상으로 바뀌어서
한시가 넘어가면 졸려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지난 주 부터는 오전에 해 주는
웨스트 윙 본방을 잘 녹화 하고 있지만요, 그래도 낮에 깨 있는 건 너무 힘들어요.
몸은 멍하고 머리도 아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 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밤 새서 방 정리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아무리 저라도 방석 위에서 자는 건 이젠
짜증이 나네요.



짧은 글 맞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글 길이에 비해서 내용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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