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번역투, 링, 오해들

  • 팔백가면
  •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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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어 번역체'나 '일본어 번역투'라는 말을 여러번 듣게 되는데, 아마 이런 과정이지 않을까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가 web에서 파일 형태로 공유되면서, 자막이 필요하게 되었을테고,
아무래도 한국에서 인기있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는 젊은 사람들이 쓰는 회화체 위주일테니 그
느낌을 반영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일본어 회화체 문형의 느낌을 살렸을 수도 있고, 일부는 프로가
아니니까 한국식 표현으로 완전히 바꾸지 못하고 일본식 표현의 문장을 그대로 직역했기 때문에,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몇가지 표현이 반복되었을테고, 거기에 동호회의 특성상 같은 컨텐츠를
공유하고 있다는 나름의 연대감이 작용했겠죠. 그래서 그 어색함조차 그들만의 문화가 되었을테고요.

1)
'...해버리다' 라는 건 분명히' ∼て(で)しまう '라는 표현을 한국어에 비해 많이 쓰기 때문에
특이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어에도 '...해버리다'라는 표현이 있지만, 일본어에서
훨씬 자주 넓게 사용되고 있으니까, 한국에서 잘 쓰지 않는 동사나 상황에 '...해버리다' 를 붙이면
일본어 느낌이 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에요.

자막에 '...해버렸어'라고 번역이 될 때 십중팔구는 '~찻타'라고 발음하고 있을 거에요. '~찻타'는
'~테 시마우'를 줄인 표현으로 주로 젊은 사람들이 회화체에서 격의없는 경우에 쓰이는 표현인데,

'아~ 다이엣토시테르쿠세니, 켓쿄크타베찻타' ( 아~ 다이어트 중인데 결국 먹어버렸어 )

에서 처럼 한국어에서도 많이 쓰이는 표현도 있지만,

'센세니 요바레찻타' (선생님에게 불림을 당해버렸다)

에서 처럼 한국어에서는 생소한 표현도 많죠.

그런데 '아파버리다'라는 표현은 순수하게 한국적 표현이군요. '∼て(で)しまう '는 동사에 붙는
말이니까 '아프다'라는 형용사 뒤에 붙을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자막에 '아파버렸어'라는 표현이
나왔다면 '상처 받아 버렸어' 나, '병에 걸려버렸어' 따위의 의역이었을 거에요. 그냥 일본식의
느낌이 나는 표현을 쓰고 싶고 그런 표현이 그 또래의 흥미에 맞고, 어떤 연대감을 느끼는 거겠죠.


2)
'이우'는 '말하다'입니다. '이와레루'는 '말하는 것을 당하다 / 말해지는 것을 당하다 / 듣다'
직접적으로 듣는다는 의미보다 누가 뭐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다라는 뜻이 강한데, 가령,

와타시 소코마데 이와레타노. ( 나 거기까지 말해짐을 당했어 / 나 그런 말까지 들어버렸어 )

의 경우는 '~찻타'형이 아니지만 '들어버리다'로 번역하는게 자연스럽겠네요. 그 외에도 대부분의
'~을 당하다'는 표현이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어색한 경우 이런 식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3)
구체적으로 일본어에서 어떤 표현이 '...했다는(눈)' 과 '...했다죠' 가 되었을까 역추적(?)을 해
봐도 잘 모르겠군요. '~토, ~테.'라고 남의 말을 전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은
뒤에 ~라고 하더라, ~라고 생각했다. 가 생략된 표현인데 그걸 그대로 직역한게 아닐까 싶군요.

히사시브리니 키모치 요캇타. 아-,나츠카시이나~,테. (오못타노, 가 생략됨)
오랜만에 기분 좋았어. 아, 그리워라.라고 (생각했어, 가 생략됨)
간만에 기분 짱이었어. 너무 그리웠다눈... ㅠ.ㅠ


4)
그 외 여러가지 의성어나, 자기 자신을 혼내는 표현을 붙이는 것은 일본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패턴입니다. 분위기가 썰렁해졌을 때를 표현하는 만화식 개그를 흉내내는 경우도 있고요. 그냥
만화에만 나오는 표현, 드라마에만 쓰이는 표현 같은 게 따로 있기 때문에 현실의 회화나 web
에서 쓰이는 것은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런 문화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볼 때는 어색하고
불완전한 문장이라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하필이면' 일본에서 건너왔다고 하니 더 싫기도 하고요.
나이가 들면 민망해서라도 쓰지 않게 되거나, 유치하게 보이겠지만 누구나 그런 '때'가 있잖아요.

제가 어릴 때는 '~라고 하는 말씀'이라는 표현이 유행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끔찍하게
유치하지만 그 때는 정말 재밌었거든요.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는 한 때 그 말투가 전교생
모두에게 유행된 적이 있었는데, 저도 굉장히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원래 일본식 억양이
강했기 때문에 감히 그 속에 끼어들지 못했죠. '삼만오천원'을 '싼망오쯔넌'이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하고 싶어서, 생각해 낸 것이 길에서 전혀 모르는 아줌마를 붙잡고,

아줌마 슈퍼가 어디에요?
저 쪽으로 쭉 가면 돼.
아... 고맙다는 말씀!

하고 도망간 적도 있어요. 지금은 이해가 안되지만 고 또래 때는 그만큼 강렬하지 않았을까요.
일본식 말투나 일본어 직역체 같은 것도 그 또래만이 공감하고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30대 남성의 경우는 어린 web 문화를 흉내내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
어제 새벽에 제가 쓴 '링' 리뷰에 어떤 분이 리플을 하나 붙이셨는데 지금 보니 지우셨군요.
왜 지우셨나요? 굉장히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할까 계속 궁리를
했었기 때문에 막상 그 글은 없어졌지만 멋대로 설명을 해 봅니다. 그 분의 이야기를 저는
'겨울연가' 신드롬을 빌려서 똑같이 할 수 있어요.

'겨울연가'는 굉장히 인기가 있었고 시청률도 높았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던 드라마입니다.
네 물론 한국에서죠. 배용준 최지우는 다시한번 순백의 연인으로 인기가 더욱 높아졌고, 온갖
악세사리며 머플러며 바람머리가 유행을 이끌기도 했었고요. 윤석호 감독은 예쁘고 찡한 드라마
전문 감독으로 다시한번 인정 받았고, '겨울연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성공작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울연가'가 '후유소나타'가 되어서 이웃나라 일본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배용준은 욘사마가 되고 각종 히트 상품들을 만들어내면서 그야말로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요.
그러자, '겨울연가'가 재밌기는 했지만 과연 저정도까지 인기를 얻을 줄은 몰랐다, 가을 동화도
별 반응이 없었건만 유난히 겨울연가와 배용준이 일본인의 코드에 맞나보다, 그래도 겨울연가를
한국 최고의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 제일 재밌고 감동적인 멜로
드라마라고 한다면 그건 좀 과대평가 되는 것이 아닐까? 차라리 '네멋대로 해라'나 '발리에서
생긴 일'이었다면 그렇다고 해줄 수도 있을텐데, 사실 겨울연가는 그냥 그렇고 그런 정도였는걸.

일본의 후유소나타나 욘사마의 대단한 팬이 겨울연가가 한국제일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지 않으세요? 전 그런 얘기를 한겁니다. 물론 지금 올리고 있는 링, 주온은 제가 블로그에서
'일본공포영화시리즈'라는 카테고리에 시리즈로 쓰고 있는 글에서 그 부분만 뚝 떼어다 올렸기
때문에 조금 이상하게 보이기는 합니다. 제 눈에는요. 쭉 이어지는 글에서 잘라 올리려니 앞 뒤가
잘 맞지도 않고, 다음 글로 연결되는 부분은 생략하기도 했고요. '주온'의 마지막에는...


지금까지「링」과「주온」시리즈에 대해 너무 불평만 해댄 것 같습니다만,
전 여전히 이 시리즈들을 좋아합니다. 워낙에 호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만인전용(대중적이라는 표현)' 영화들이 가지는 그 솔직하고 노골적이고
얄팍한 매력을 사실 좋아하거든요. 들여다 보면 불평들이 더 많고 가끔은
매우 혹평을 받는 영화들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대중적으로
성공한 호러인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호러가 만인전용이 아닐
때는 어떤 경우일까요? 그런게 가능하기는 할까요? 어차피 극장용 상업영화가
관객들을 배려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을테고, '호러'라는 장르의 전통도
그 위에 서있지 않을까요? 아니라고요? 네, 아니에요. 사실 호러만큼 감독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장르도 없고 관객의 취향도 분명하게 구분되는 장르가 없죠.
아직은 낯설지만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고, 어느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일본식 호러'는 그럼 어떨까요? 예를 들어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회로」는 어때요?


라는 글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저런 식으로 다음 편인 '회로'로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곳
에 올릴 때는 저 부분을 떼버렸죠. 전 이 영화들을 과소평가하지 않아요. 정말 좋아한답니다.
이 글이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런데 왜 지우셨나요...?





3.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그 누구가 아니라서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각자가 다 너무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모두 완벽한 구(球)라고 믿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접점은
정말 작은 딱 한 포인트 밖에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완벽한 구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
하고 적극적으로 아귀를 맞춰 나가려고 하지 않는 이상 구와 구가 만나는 점은 그렇게 작겠죠.
저는 최근 몇일 동안 몇가지 오해들이 맞물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자니, 결국 그 설명없음이 또 다른 오해를 낳게 될 것 같아 아귀를 맞춰보려 합니다.

최초의 일은 누군가에게 받은 간단한 쪽지였습니다. "도배 좀 하지마세요" 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벽에 종이를 바른다는 뜻 외에 web에서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에 다시 물어보았지만 말씀이 없으셨고,
여기서도 여러번 이야기가 나왔고 누군가도 제 리뷰 답글에 문장이 붙어 있어서 보기가 힘들다라고
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아, 글자가 다닥 다닥 붙어 있는 것이 도배인가,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도배가 무슨 뜻인지, 만약 그런 뜻이라면 문장을 한줄 씩 띄우는 게 좋을지 묻는 게시물을 올렸어요.

그런데 순식간에 열몇개의 답글이 달리고 도배가 '글 좀 그만 올리세요'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됨과
동시에 그 글은 삭제해버렸습니다. 일단은 당황했고 제게 그 쪽지를 보낸 분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 글을 삭제한 후, 그게 그런 뜻이었군요, 조금 놀랐어요, 좀 우울해지네요 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갔습니다. 그건 명백하게 어리광이었어요. 그땐 정말 위로가 필요했고, 뻔뻔한 줄 아셨겠지만
고맙게도 많은 분들이 제 어리광을 받아주고 위로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그런데 그 글이 올라간 후 또다른 오해가 생겼습니다. 바로 그 분이 제 블로그에 글을 올리셨어요.
제가 도배의 뜻을 몰랐다는 걸 믿을 수 없다, 내가 이런 일을 당했어요 얼굴로 순진함을 가장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게 아니냐, 그런 글 올려서 위로 받으니까 좋으냐, 듀나 게시판이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제가 일본 이야기를 해대는 통해 엔조이재팬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아느냐.

논조가 직설적이기는 했지만 그 분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도 싶었고, 위로
받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에 '들킨' 게 창피하기도 했지만, 듀나 게시판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에 상당부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굉장히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곳을
알게된 지가 불과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이전 분위기가 어땠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확실히 최근
일본 관련 이야기가 늘어난 것은 저도 느꼈었거든요. 제가 '원흉'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어요.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도중에 갑작스레 제 블로그의 문이 닫혔습니다. 전혀 다른 '오해' 때문에요.
분명히 그분이 하신 건 아닐겁니다.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분이 아닌 다른 어떤 분이 일본인 학살
사진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 수십장을 올려놓으셨고, 제 포스트에 순서대로 '쪽바리가 그렇게
좋으면 일본 가서 살아라' 라는 리플들을 달고 계셨어요. 제가 발견했을 때는 '일본문화' 카테고리
앞쪽부터 순서대로 열개정도에 달려있었고요. 그래서 일단 모든 카테고리를 비공개로 바꾸고 잠시
블로그 문을 걸어 잠그게 되었습니다. 다른 카테고리들도 확인해야했고 정리도 해야했고, 겁이 많이
났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그렇게 해 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네번째 오해가 생겼어요.

이제부터 이야기는 살짝 코메디로 바뀝니다. 듀나게시판을 염려하시는 그 분의 글이 올라와있고,
홧김에 이제 듀나게시판에 글 안올리면 되겠네요란 제 답글이 달려있고, 분위기는 이상하게 도는데
블로그는 문이 닫혀있고, 제 블로그 이웃분들의 걱정스런 안부글들이 잔뜩 올라와있었던 거죠.
네, 어느새 저는 상처받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여리디 여린 영혼이 되어 버렸어요 ! 이를 어쩌나.
많은 분들이 대단한 기세로 위로글을 올려주셨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고 하기가 좀 어색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바로 블로그를 공개로 하는 것도 불안하고, 뭐라고 해명글을 올리기도 미묘한 타임.

사실 별로 상처랄 것도 없었기 때문에 저는 저대로 문 닫아놓고 포스트를 신나게 올려대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 몇일이 지나 블로그도 열고 이 곳에도 글을 올렸습니다. 전 계속 상처받은 작은 영혼
행세를 해야 될 상황이었고 그 쪽이 '덜 쪽 팔리기'도 하겠지만, 더이상 '오해'는 그만! 이네요.
네, 조금 쇼크기도 했고 상처를 받기도 했고 여전히 이 곳에 글 올리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곳에 글을 쓰고 많은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가면이 팔백개나 되니 그 중에 순진 가면, 뻔뻔 가면 쓰고, 시치미 뚝 떼고 다시 '듀나질'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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