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2

  • 제제벨
  •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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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풋내기 대학 초년생 시절 농활을 갔더랬습니다. 마을 회관에 숙소를 잡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파리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을 정도로... 밤에 잠을 자다 일어나 보면 파리가 주위 벽이며, 가구 등등에 가득 붙어있더라고요. 근데 이것들이 새벽에 윙 하고 귓가로 달려들어 잠을 깨우데요(정확히 말하자면 귓가 근처로 저공비행 하는 거지만...). 여름밤에 모기가 달려드는 소리도 짜증나지만 그것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섬뜩한 느낌이 듭디다. 모기의 얇은 울음소리보다 훨씬 힘찬게 비행기에서 폭격이라도 하는 것 같고, 저게 귓 속으로 들어오려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영역이 없으니(인구과밀?) 성질이라도 부리는 건지? 파리 세계의 폭주족이라고나 할까...

2. 한낮 건물 1층의 사방으로 통하는 공간을 보면 거기에 파리들이 네모꼴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제 생각에는 아마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비행하는게 결코 쉽지는 않을 텐데, 아마 엄청난 힘과 비행실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3. <더 플라이>라는 영화가 있었죠.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리메이크 작(아마 우리나라에서는 크로넨버그 감독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극장 개봉한 영화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한때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진 못했습니다. 예전 AFKN에서 금요일 밤 공포영화 상영하던 시절에 잠깐 봤는데, 제프 골드블럼이 파리와 합체되고 나서 지나 데이비스와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제프 골드블럼이 커피에 설탕을 계속 집어넣는데, 그 장면이 어쩌면 그리도 징그럽던지...

4. 파리를 잡을 때, 날아다니는 것을 가끔 한손으로 낚아채기도 합니다. 그냥 장난일 뿐인데, 가끔.. 한 열번에 한번은 성공할 때도 있죠. 어느 날 회사에서 워크샵 가서, 밤에 노는 시간이었는데 무심코 지나가던 파리를 잡아채버렸죠. 문제는 제가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다는 거죠. 단번에 이미지 대추락.. ㅡ.ㅡ

5. 파리가 가끔 팔뚝에 달라붙는 걸 보면서, 저게 인간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파리는 자신이 인간의 팔뚝에 달라붙어 있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거대하고, 뭔가 알 수 없는 길다란 것에 달라붙어 있다고 생각할까요? 인간이 파리를 후려쳤을 때 파리는 자신이 무엇에 의해 공격받았는지 알까요? 파리가 적어도 인간의 형체 전체를(그게 인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인식할 수 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6. 전에 다큐멘터리를 보니 남아메리카에서 가축의 상처에 구더기를 슬어 죽게 만드는 파리를 멸종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더군요. 방사선? 을 쐬서 생식능력을 잃은 파리를 대량으로 풀어놓는 방법이었죠. 저게 앞으로 자주 쓰이겠다 싶으면서도 좀 섬뜩하긴 했어요.
남북전쟁 시절에는 구더기를 환자 치료용으로 썼다고 합니다. 구더기는 환부의 죽은 살을 먹어치워 새 살이 빨리 돋게 만들고 구더기의 몸에서 나오는 물질은 항생 작용을 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욕창에 스는 구더기는 그 사람이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죠.

7. 파리를 해충이라고는 하지만 싫어하는 만큼 그 생태가 잘 알려졌다거나,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인간이 파리의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겠죠. 종에 따라 생태도 천차만별이고, 꽤 매력적인 생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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