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리를 가만히 보면, 봄에 갓 깨어난 놈이 아무래도 좀 굼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잡기도 쉽지요. 조용히 노리고 있다가 박수 한번만 쳐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법은 날씨가 조금만 더워져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2. 파리 가운데서 제일 짜증나는 건 왕파리 아닐까요(정식으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집파리 등속들 가운데서는 제일 큰 종류라서 그냥 왕파리라고 부릅니다)? 전등이며 방충망에 미친듯이 부딪치고.. 소리가 조용한 것도 아니고 덩치는 오죽 큽니까. 음식에 달려드는 건 별로 못봤는데, 저게 갑자기 미친 거 아닐까(곤충들도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어느 메탈 가수의 환생이라도 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3. 파리보고 아주 가끔 귀엽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 팔뚝에 날아와 붙는 녀석이 있는데, 가만히 두면 주둥이를 앞으로 내밀고 지팡이 짚듯 더듬거리며(사실 먹이를 찾는 거겠지만..) 기어 올라옵니다. 귀찮으면 쫓아버리기도 하지만... 사실 바퀴벌레를 빼면 곤충 가운데 진짜 징그러운 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바퀴벌레는 저도 극복이 안돼서...
4. 파리 때문에 쇼크받을 뻔 했던 적이 딱 두 번 정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남들이 똥파리라고 부르는 녀석을 손으로 잡았는데... 뭔가 하얀 것이 꾸물꾸물 하더군요. 첨엔 뭔지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그게 구더기에요.. 한 다섯 마리 정도. 파리 중에도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배에 넣어두는 게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다른 한 가지도 역시 구더기 때문인데, 어느 토요일 오전, 집에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옆집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난리를 부리더군요. 문앞에 놓아둔 배추 쓰레기에 수많은 구더기가 우글우글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거 치우느라고 아주...
5. 언젠가 아프리카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만... 거기서는 아주 조심해야겠죠. 체체파리니 모래파리니 하는 등속은 기생충을 품고 있는데다가(체체파리는 수면병이죠. 그게 바이러스였던가, 원생동물이었던가?) 인간에 대한 공격성도 강하다 하니.. 큰 벌만한 파리한테 쏘이는 것,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6. 제목이 <파리가 지목한 범인>이었나? 하와이 법곤충학자가 쓴 책이죠. 사망시간을 추정하는데 시체에 날아온 곤충의 습성과 발육 정도를 이용하는 것...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는 어떻습니까?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법의학을 전공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집에서 아주 가까워서, 만약 거기서 일하게 된다면 아침이 편안할텐데... 그런 생각도 하면서 말이죠. 친구한테는 내가 한국의 그리솜이라 뻐기기도 하고...
추신:어제 유로 2004에서 포르투갈이 그리스한테 2:1로 졌더군요. 벌써 이변이야?
유로 2004 관련 사진인데 멋진 게 있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