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에 가는 것까지 연예기획사에 통보해야 한다?’ TV와 스크린에서는 자유의 상징처럼 비춰지는 연예인들이지만 실제 사생활에 있어서는 24시간 내내 연예기획사의 ‘감시’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 ‘쉬리’의 여주인공인 배우 김윤진씨가 한 때 자신이 소속됐던 파워엠엔터테인먼트와 맺은 전속계약서는 연예인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얼마나 무시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계약서는 ‘을(김씨)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항상 갑(연예기획사)에게 통보해야 한다’며 김씨가 언제,어디를 가든 소속사측에 자신이 현재 있는 장소를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별도의 의무규정을 뒀다.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모니터링된다는 섬뜩한 영화 ‘트루먼쇼’가 현실에서 벌어진 셈이다.
김씨는 또 소속사가 주최하는 이벤트 등 각종 행사에 돈을 한푼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횟수 제한없이 무조건 출연해야 했다. 이러한 규정들을 위반할 경우에는 계약금의 3배를 물어내야 한다는 독소조항이 뒤에 버티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이같은 내용의 계약서는 연예인측에 일방적으로 불공정하다며 해당 조항을 60일 이내에 수정 또는 삭제토록 시정조치했다고 밝혔다. 주순식 공정위 소비자보호국장은 “연예인의 활동이 소속사의 일정관리를 통해 이뤄진다는 연예업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 계약서의 내용은 연기자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김씨는 이 회사를 이미 탈퇴했고,자신의 계약금 1억5000만원의 3배인 4억5000만원을 물어내라는 소속사측의 소송에 휩싸였다가 1억8000만원만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된 상태여서 시정조치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은 입지 못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김씨가 직접 공정위에 자신의 불공정계약서 심사를 요청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전체 연예인들의 전속계약서에 대해서까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이용훈기자 cool@kmib.co.kr
이 기사 주소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OD&office_id=005&article_id=0000166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