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년 전 쯤이었을 겁니다...
샘 페킨파 회고전에 '와일드 번치'를 보러 갔었지요.
어두운 극장 안에 80여명의 사람들과 앉아서 그 작품을 처음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했습니다.
이미 여러번 봤던 작품이었지만, 극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날의 감상은 좀 남달랐습니다.
상영 전 프로그래머가 나와 일장 연설을 늘어놓더군요...
자신은 이 영화를 50번도 넘게 봤다는 둥, 페킨파는 생전에 지독히도 많은 적을 만들면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는 둥... 입에서 침이 튈 지경이었지요.^^
감상 후 극장을 빠져 나오면서 어린 아이처럼 무척 행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박찬욱이 샘 페킨파를 좋아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며 저는 새삼 페킨파를 떠올릴 수 밖에 없더군요.
'세상에 대한 지독한 독설' '가차 없는 폭력'이 페킨파의 그것과 참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가르시아'(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페킨파 영화입니다.)를 언급하자면,,,
'복수는...'에서 신하균이 장기 밀매업자의 내장을 씹어 먹는 씬은 'Bring...'의 베니가 파리가 들끓는 시체 머리 위로 술을 들이붓고, 샤워까지 시키는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주인공의 분노 표출이 '시신 모독'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거지요.
둘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복수는...'에는 유머와 낭만이 완전히 거세돼 있다는 점일 겁니다.
페킨파의 영화들을 제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독설'과 '어두운 비전' 속에서도 위의 요소들을 그가 곳곳에 깔아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은 격렬한 동시에 우아하며, 궁극적으로는 카타르시스까지 제공해 줍니다.
철저히 '타자화한 폭력'은 거리를 두고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어주고요.
반면에 '복수는...'의 폭력은 보다 '날 것' 같습니다.
피부에 와 닿는 감촉이 너무나도 '직접적'이어서 결코 '편안한' 영화 보기가 될 수 없더군요.
일찍이 존 부어맨의 'Deliverance'를 보며 느꼈던, '폭력'(두 영화의 폭력의 종류는 다르긴 합니다만)으로 인한 소름 돋는 체험을 '복수는...'에서 또 한번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드 보이'는 아직 보지 못했군요.
'복수는...'보다는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던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2. 박찬욱이 이승렬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습니다.
사전 지식 없이 얼마 전에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음... 수 억 들인 태지 뮤비보다 낫군"이었습니다.
(서태지 팬들에게는 No offense입니다. 저도 소위 말하는 13년짜리 팬이거든요. 19일날 콘서트도 갑니다.
하지만 13년 팬심으로도 이번 7집에 대한 실망감은 도저히 극복되질 않는군요.^^ '날 봐요' 뮤비는 어떨라나...)
전체적인 뮤비 구성과 이미지의 조합이 상당히 신선했고, 저예산 뮤비의 장점을 잘 활용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돈 많이 들인다고 좋은 뮤비 나오는 건 아니지만, 박찬욱이 야심을 가지고 작정하고 만든다면 앞으로 괜찮은 뮤비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3. TOOL 새 음반이 언제쯤에나 나올까 싶어 여기 저기 서핑하던 중에 토리 에이모스와 메이너드 제임스 키넌이 함께 부른 'Muhammad My Friend' mp3를 발견했습니다.
1997년 한 라이브 쇼에서 토리가 메이너드를 무대로 불러 올려 같이 부른 것이었습니다.
감질맛 나게 금세 끝나 버리더군요.^^
그녀의 음악 자체에 락적인 성향이 짙은 덕분도 있겠지만, 토리는 남성 락 뮤지션들과의 교류의 폭이 상당히 넓은 것 같습니다.
트렌트 레즈너도 그녀의 음반에 참여했었고 스타이프, 베더 등등 다양하더군요.
TOOL은 이제 슬슬 새 음반을 위한 워밍업에는 들어간 것 같은데, 그래도 나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군요.
그저 목만 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이너드 목소리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