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셀 아담스의 사진전이 내일까지인데, 그 사진전을 보기 위해서는 이 무지막지한 폭우를 뚫고, 월요일까지 내야할 기말 리포트를 밤새어 써버리고, 8시에 보러 갈 요리스 이벤스 시간까지 감안하여(바로 앞 단락에 리포트 써야 한다면서 이런 건 잘도 챙겨보는군요. -_-;) 서둘러야 합니다. 제발 누군가가 "이번 안셀 아담스는 작품도 몇 개 없고 그냥 그런 디지털 프린트만 몇 장 들어왔으니 그냥 도서관에 가시거나 인터넷을 뒤지세요"라고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질문. 안셀 아담스 사진전 보신 분 계신가요? 어떻던가요?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습니까? 아니면 "그냥 도서관에서 이 사람 사진집이나 찾아볼 걸"이었나요? 아무리 그래도 존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사람인데 궁금해서라도 보고 싶기는 하고, 그 사진전 하나를 보려면 또 내일 스케줄이 꼬여버리니 나름대로 진퇴양난이네요.
2.
요즘 영화는 발품을 팔아서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유현목 감독님을 비롯한 수많은 분들이 감독은 다리가 튼튼하고 볼 일이라고 했을까요. 선배 졸업작품에 참여하고 있는데, 몇군데 되지도 않는 장소를 헌팅하기 위해 며칠째 발바닥은 엉망이 되어가는군요. 게다가 오늘은 비까지 주륵주륵 내리는 가운데 석관동에 홍대까지 돌아다녔습니다. 학교를 섭외하는데 재미있더라구요. 어떤 학교는 아예 행정실에서 날짜 조정까지 해줘가며 아주 익숙한 듯 "공문을 보내라"고 하는 반면, 어떤 학교는 들어가자 마자 - 화나거나 짜증나는 목소리도 아니고 아주 사무적으로 - "저희 학교는 그런 허가 안해주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내부 방침이라니, 지난 몇년간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래서 좀 엉뚱한 질문입니다. 뛰거나 등산이 아닌 도심을 걷는데 어떤 신발이 가장 편할까요? 백화점 세일에서 산 제 구두 두 켤레는 그런대로 괜찮긴 하지만 오래 걸으면 편하지가 않습니다. 스니커즈가 괜찮다는 말도 들었고, 나이키나 리복의 3만원짜리 클래식 운동화들이 좋다는 말도 들었고, 무슨 무슨 메이커의 등산화가 걷기에 그렇게 편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도심을 걷기 위한 신발의 지존이 뭔지는 모르겠는 거 있죠.
3.
마지막으로, 정말 멍청한 질문일지도 모르고 사실 저도 그 해답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의견을 듣고 싶어서 물어봅니다. 요리스 이벤스의 '바람의 이야기'가 "왜" 다큐멘터리이죠? 극영화에 더 가까운 것 같고, 다큐멘터리라고 해야할 부분들도 극영화의 인서트 장면들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덧붙이자면, 바람의 이야기는 끝내주게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지루해서가 아니라 이틀 연속 발품을 팔고 다닌 덕분에 초반에 꾸벅꾸벅 졸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근사한 사막의 풍경을 눈 앞에 두고 몸뚱아리의 피곤함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제 자신이 진짜 저주스럽더군요. 어제 보았다면 그래도 나았을텐데, 오늘 표도 운좋게 구한 거니 그나마 다행이죠. '바람의 이야기' 보실 분들은 미리 예매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극장도 작은데 은근히 관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매진 사례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