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과 [페이스]를 보면서 끝도 없이 리메이크 생각을 했다는 건 전에도 이야기했죠. 여러분이 이 영화들을 리메이크한다면 어떻게 만드시겠어요?
제가 [령]을 리메이크한다면 전 [신데렐라의 함정]과 가까운 영화를 만들 겁니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게 하고 서서히 자신의 위치 (어느 정도 되는 외모, 돈,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친절하기 짝이 없는 친구들)과 사랑에 빠지게 하겠지요.
그러다 영화 중반에 자신을 쫓는 수수께끼의 유령의 얼굴을 보여줄 거예요. 그 뒤부터 진짜 액션이 시작되겠지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 괴책감, 공포 모든 것들을 천천히 펼쳐보이겠죠. 영화에서는 반전을 밝혔으니 이젠 끝장났다! 라고 밀어붙였지만 사실 그래선 안되지요. [크라잉 게임]이 반전이 나온 즉시 끝났다고 생각해보세요.
전 어머니 빙의 설정은 쓰지 않을 것 같아요. 까다롭거든요.
사다코 귀신은 쓰지 않겠지만 그래도 유령은 넣을 것 같아요. 하지만 중반까지는 언뜻언뜻 슬쩍 보이게만 하겠죠. 사다코의 머리칼에 해당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신경을 써야하겠지만요.
연쇄살인은 넣어야 할까요? 여긴 두 가지 해결책이 있어요. 원래대로 유령이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것과, 자기네들이 저지른 일을 감추기 위한 친구들 중 한 명의 짓을 첨가할 수도 있죠. 물론 둘을 섞을 수도 있어요.
[페이스]는 조금 더 까다롭네요. 이건 처음부터 공포 영화 장르 흉내를 내지 않으면서 시작하는 게 더 좋을 듯해요. 그래야 반전이 더 살지 않겠어요? 저 같으면 머리 긴 귀신들은 모두 빼버립니다. "알고 봤더니 저애가 귀신이었어!" 반전도 변형시키는 게 좋을 듯 해요. 어떻게? 저도 모르죠. 하지만 생각해내기 힘들기 때문에 더 멋진 반전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송윤아가 유령이 아니라면 지금 신현준이 복원한 얼굴은 뭐지? 쌍둥이같은 흔해빠진 해결책만 쓰지 않는다면 진짜 괜찮은 미스터리가 될 것 같지 않아요?
문제 하나. 그런데 복원한 사람이 얼굴을 만들면서도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과 지금 복원하는 얼굴이 닮았다는 걸 모를 수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