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세상에 대한 믿음.

  • keith
  •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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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8살 위의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세상을 믿는 사람이었어요.

2년 전이라고 기억됩니다.

여느때 처럼 책 반 음반 반인 그 사람의 18평 아파트에서 벌어진 술자리는 시간이 지나서 파하고,

저랑 그 사람만 남게 됐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인류의 경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 사람은, 인류의 역사는 "더 나은 보편으로의 진행" 이라고 했었어요.

단지 그 설명만이 지금까지 쌓아온 인류의 문화적, 정치적 성과를 무가치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러한 믿음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큰 원동력이 된다고..

하지만, 달라진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무슬림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어요.

갈등과 반목을 멈추고자 순니와 화평을 맞았던 무함마드의 사위 알리는 순니파가 아니라 같은 시아파

지지자들한테 사원에서 살해당했고, 이때 부터 이들은 십 몇세기 동안 싸워온 사람들이죠..

그들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화약고에요..

무슬림이 한 명이라도 세상에 남아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싸울 사람들이니까요.

얼핏 계율과 교리에 엄격해 보이는 그들이지만, 막상 목적을 위해서는 방법을 가리지도 않아요.

알리는 기도중에 사원에서 살해당했고, 그 뒤로 열 두번째 이맘까지 전부 순니파 칼리프들한테 살해당했

거든요..

모르겠어요.. 그곳에 지금 들어가서 얻을 것이 있을런지.

아침에 일어나서 그 소식을 듣고, 화가나거나.. 슬프다기 보다는.. 허탈하네요.

과연, "더 나은 보편" 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인지.

각기 부분적인 성과를 제외한, 인류 전체의 어떤 공통된 결과물은 나올 수 있을 것인지..

돌아가시기 전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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