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맛있는 것. 삐그덕거리기. 등등.
1.
며칠 전 회원 리뷰의 호첸플로츠 얘기를 보고, 제가 기억하는 동화 중 맛있는 것,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하고 생각했더니... 린드그렌의 [사랑스런 개구장이]였어요 - 원제를 모르겠군요. 제가 가진 글수레 꾸러기문고판 제목은 아무튼 그랬는데.
창고에 주렁주렁 훈제육, 사탕눈 박은 새끼돼지 통구이, 버찌술 찌꺼기(?), ... 심지어 수프단지 에피소드조차 수프맛이 떠오를 정도였으니, 스스로 좀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어떻게 이렇게 몽땅 음식 위주로만 떠오르는 것인지. ^^;; 아. 딴 얘기지만, 이 동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는 버찌술 찌꺼기 에피에요. 장면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너무 웃긴걸요 - 지금도 웃고 있네요. ^^;;
그 외에 추가로 떠오른 동화는..
[작은 백마] : 파이, 박하술, 햄, 샌드위치, 생선구이, 그리고 마지막 만찬... 황당한 건 어째 제라늄도 메뉴라고 느껴진다는 점 - 처음 읽었을 때도 제라늄 꽃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모르겠어요. ^^;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피크닉 도시락!
[치티치티빵빵] : 초코 봉봉!
[사자, 마녀, 옷장] : 오로지 터키 젤리 하나로 기억에 남아버린... 네. 사실 저 젤리 엄청나게 좋아해요. 흑흑. 제가 에드워드 입장이었더라도.... 터키 젤리를 보면 이성을 잃었을 거 같거든요. ^^;
...등등. 한데 생각해보니까, 좋아하고 많이 읽은 동화의 묘사는 굉장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더라구요. 오히려 묘사적인 일반 소설에 비해서 더 강하게 남은 느낌이라, 꽤 놀랐어요. 그만큼 좋아하고, 많이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요. :)
2.
내일 남자친구가 드디어 퇴소합니다. ㅠ.ㅠ ... 한 달 동안 엄청난 양의 만화책을 읽었고. 살도 많이 쪘네요. 그리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달까요.
불과 1년 전만해도, 스트레스로 위가 너덜거릴 지경이었어도, 하는 일은 즐겁고, 보람차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인정받고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빛나고 있었을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의 저는 아무것도 없이 바삭바삭 말라버린, 혹은 축 늘어져버린, 그런 모습.
어쨌든 정규직으로는 첫 직장 생활이니까, 힘들 수 밖에 없다고 한 편으로 생각하면서도. 이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더군요. 일은 재미없고, 아무런 보람도 느낄 수 없고, 인정받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속에서 무의미한 스트레스로 신경줄이 끊어질락말락 하는 상태. 누구나 직장에서의 대인관계를 놓고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테고. 원래 대인관계 쪽이 취약한 걸 스스로도 알고 있고. 사실 죽어도 못 참을 타입의 상사가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아요. 연수 혹은 교육 기간을 제외하면 불과 3-4개월 정도의 시간에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없어져 버리는 건,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 아니면, 원래 정규직 직장에 다니는 건 이렇게 사람을 텅 비게 만드는 건데, 혼자서 견디지 못하는 것뿐일까요...
급격한 자신감 상실, 미이라가 되어가는 모습... 그런 것과 더불어 또 하나 보게 되어버린 것은. 아직도 내 마음은 고장나 있구나, 하는 것. 지금 남친이 있기에 이만큼 극복하고 나아올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남친에게 더이상은 부담지우지 않고 싶고,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스스로 눈을 가리고 난 이제 괜찮아, 라고 우기고 있었다는 것. 그게 오히려 그 사람도, 나도 더 힘들어지도록 하는 일인데...
어쩌면, 고장나고 일그러져 버린 마음이란, 결국은 평생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늘 시간이 약이니까, 라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해 보지만. 이미 십년 단위를 훌쩍 넘겨버린 지금도, 마음 저 밑바닥 어딘가에, 여전히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구석에 틀어박힌 아이의, 소리낼 수 없는 울음은 계속되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봐버렸다는 건. 슬픈 것 같아요...
3.
음양사 소설을 샀는데... 어쩐지 조금 실패인 듯. 역시 기본적으로는 만화가 최고인 듯. (단, 7권까지만.) 물론 시각이 무한대로 즐거운 점에서는 영화도 좋지만요 - 엄청난(!) 시각효과를 말하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노무라 만사이가 풍기는 독특한 매력, 귀엽기 한량없는 이토 히데아키 (오, 만화 캐릭터랑 이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줄이야!), 헤이안 복식을 신나게 (이왕이면 여자들 화장법도 재현해 주었으면 좀 더 폼났을 것 같지만). 아아.... 음양사2를 어서 빨리 보고 싶네요. ㅠ_ㅠ
4.
다음달부터 회사 복장 규정이 강화된답니다. 청바지에 무언가 미지의 편안한 상의를 너무도 사랑하는 저로서는 이미 충분하리만큼 괴로운 복장 규정이었건만... 차라리 그냥 대놓고 정장입어! 라고 하는 게 마음 편한 것 같아요. 애매한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것은, 오히려 눈치보느라 피곤하기만 해서. 다른 것보다, 상의를 하의 안으로 넣어 입으라는 게 제일 괴로워요. 볼록한 배도, 퉁실퉁실한 허리도, 짜리몽땅 다리 길이도, 감출 수 없는데다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벨트를 안 해서, 대체 벨트란 어떻게 생긴 걸 고르는 건지 전~혀 감이 안 오는 걸요. 역시 포기하고 스커트 정장을 입는 쪽이 나을까요. ㅠ_ㅠ
5.
곰곰 생각해보니. 욕실과 주방은 보통 일주일, 짧으면 3-4일, 길면 열흘 정도 간격으로 청소를 했으면서, 정작 방바닥은.......... 마지막으로 쓸었던 게 대략 2주가 넘어가는 것 같고, 닦은 것은 음.......... -_-;;;;;;; 아무튼 언젠가 닦은 적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요. 왜 이리 유난히 방 청소만 하기 싫은 건지 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