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도 이런 엄살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규모와 군사력을 가지고 약소국을 운운하며 파병의 불가피성을
논하는 게 이해가 안갑니다. 우리나라가 약소국이면 우리나라보다 못살면서도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전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은 다 뭡니까?
북핵 문제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우리가 파병 안하면 미국이 북한에 폭격을 가한다고 협박이라도 하던가요?
있었다면 그거야말로 '테러리스트의 비윤리적인 협박질' 아닙니까? 테러리스트의
협박에 한번 굴복하면 호구가 된다면서요.
그런데 그런 협박질은 있지도 않았어요. 불가능합니다. 왜? 고맙게도 이라크 사람들의
저항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 건 우리가
파병을 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라크전이 하나의 수렁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건 대량 살상 무기의 존재와 알 카에다와의 연계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거짓말로 다 드러났잖아요. 그러자 자유와 민주주의를 심어주기 위해서랍니다.
이거, 조갑제 논리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주석궁을 탱크로 밀자는 파시스트의
논리. 그런데 훌륭하신 대한민국 대통령께서는 그런 미국의 전쟁이 정당하다는 성명을
내셨습니다. 덧붙여 파병까지 해주신다고 하셨지요. 한나라당이 압력을 넣었나요?
아닙니다. 조중동이 압력을 넣었나요?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 노대통령님의 자발적이고도
거룩하신 전향에 얼떨떨한 얼굴로 환영의 뜻을 표했을 뿐입니다.
노무현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없습니다. 저는 조갑제한테 칭찬받으라고 그를 뽑지는
않았습니다. 복수를 운운하며 파병 찬성 여론이 힘을 얻는 것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