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서 걸어나올 여자친구를 꿈꾸며

  • 조휘동
  •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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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려놓고서 많은 분들의 걱정에 예상치 못한 큰 힘을 얻었습니다.
쪽지 보내주신 분들, 덧글로 같이 고민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합니다.

많이 신경써주셨는데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내일 병원에 같이 상담을 받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예약을 해두고 여자친구를 설득하느라 힘들었지만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불쾌하실 분들도 있을 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여자친구에게 있어서 그런 정신과의 상담은 일종의 몰락처럼 느껴지나 봅니다.
정신과 상담은 굳이 병자가 아니더라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더군요.
아마도 정신과 치료= 정상인으로서의 삶에 실패= 갈 데까지 간 상태 이런식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결국은 그렇게 하기로 해주었답니다. 그 이후로 계속 의기소침해 있지만요.

추천해주신 책 중에 <키다리 아저씨>와 <오체 불만족>을 사다주었더니 좋아하더군요.
특히 저는 <키다리 아저씨>는 소녀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하며(마초는 아닙니다..)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데
몇 장 읽다가 즐거운 기운이 저에게도 퍼지는 것 같아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 분위기에 취해 <키다리 아저씨> 앞 장에 ' 너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은 휘동이가'라는 닭살스러운 멘트까지 곁들였답니다. 으..여기 쓰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ㅡㅡ
그런데 정말 당분간은 제 여자친구가 저를 키다리 아저씨처럼 생각하고 이 말 저 말 다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오체 불만족>을 읽고 조금은 고무되었는지 조금은 밝아져서 다행입니다.

이 곳의 여러 분들 덕에 생각없었던 제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책 추천 바램글이 약과 병원 추천이 될 줄이야:-)
아, 책 추천은 계속해서 받습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나는 뭐든 할 수 있다를 북돋는 책들을 계속 선물해주고 싶어서요. 자꾸만 '난 이제 밖에 나가서 물건 하나 제대로 못 살 것 같은 기분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의욕은 조금씩 되살아나는데 자신감 상실이 그걸 가로막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람이 한 번 무너지는게 의외로 참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 번 많은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같은 남자 친구를 만났으면 이렇게 되기 전에 더 나아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ㅡㅡ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키다리 아저씨가 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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