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게시판에 출근 도장을 찍듯 군대 있을 때는 '무나나라' 글을 읽으며 하루의 고단을
이겨내곤 했습니다. '무나나라'가 뭐냐면 국방부 인트라넷상에서 음성적으로 결성된 전국 행정병들의
문화 모임이었습니다. 00년~01년 당시 육본 게시판에는 '무나나라'라는 말머리를 단 글이 꽤나
올랐더랬지요. 딱히 정해진 주제가 없다는 점에서 듀나 게시판하고 거의 비슷했어요. 철학, 문화 이론,
소설, 영화, 음악 등등... 심지어 아주 살짝이지만 학생운동이나 좌파 관련한 이야기까지 언급되었으니,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지요. 숨막힐 정도로 몰취향적이고 엄혹한 환경 속에서도
얼굴도 모르는 이와 문화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을 주고 받는 '군바리'들이 엄연히 존재했던 겁니다.
저는 하필 그런 활동을 잡아내는 것과 관련한 보직을 맡은 터라 대놓고 동참할 수는 없었지만 언제나
글쓴이들에게 고마워하며 눈팅을 하곤 했었죠. 간부들 눈을 피해 교양과 재치가 묻어 있는 글들을
읽으며 갈증을 달래는 것은 짜릿하면서도 행복한 기분이었습니다. 확실히 군대에서는 접하기 힘든
정보들이었으니까요.
갑작스레 '무나나라' 생각이 나네요. 요즘도 국방부 인트라넷에 살아있을 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듀나 게시판에 '무나나라'를 아는 사람이 한 두명 쯤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