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중의 한 명이 약첩을 아코디언처럼 주욱 펼치면서 정리를 하는 모습을 본 것이 며칠 전이었습니다. 워낙 관심이 없는 터라, 또 영양제 사가지고 왔군 하고 넘겼지요. 그저께 밤에 조카 간식을 몰래 빼먹다가 그 약이 눈에 띄길래 무슨 약일까 왠지 궁금해서 들여다보았더니 unizac이라고 씌여있더군요. 인터넷에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항우울제의 대명사인 프로작의 다른 상품명이더군요!
세상에나, 아무리 관심이 없다해도 항우울제를 장기복용할 정도로 심각한데도 나는 몰랐다니. 너무 무관심했구나, 그래 난 이기적인 사람이었어. 그렇게 우울하게 한 이유가 뭘까? 내가 모르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부부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저녁에 피곤하다며 밥먹고 졸면서 리모콘을 돌리던 모습,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짜증내던 모습,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배고프지 않다고 하던 모습들이 오버랩되면서 원인을 추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답은 잘 안나오더군요. 평소에 좀 살이 찐 것 빼놓고는 특별히 우울할 이유가 없는 인간이거든요.
어머니에게 별일 아닌것처럼 "xx 요즘 무슨 일 있나?" 물어보았지만, 왠 장마철에 개미핥는 소리냐는 표정을 짓더군요.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내가 항우울제 복용을 말할 필요는 없겠다, 끼어들 필요 없겠다 싶어서 물러났습니다.
어제 저녁에 당사자를 붙잡고 큰 맘 먹고 물어보려다가, 우울증에 걸린 사람한테 "너 왜 우울증에 걸렸냐"라는 질문처럼 바보같은 질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뻘쭘해서 재미없는 농담을 던졌더니 큰 덩치에서 짜증스럽게 나가라는 대답만 돌아오더군요.
이틀동안 가족에 대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 신경 써줘야한다는 것, 가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받고 있을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노력이 참 하루아침에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오늘 아침 우울증에 대해서 좀 더 잘 알아보자 했습니다. 최근에 이 게시판에도 우울증 이야기 나온것 같아 다시 한번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프로작에 대해서 좀 알아보자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니, "프로작, 다이어트에도 효과"라고 나오더군요.
아마도 다이어트 때문에 프로작을 복용하나봅니다. 흠, 부작용은 없나요? 그래도 되나? 원래는 항우울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