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Mean Girls를 보고 왔습니다. 사전 정보도 없었고 별 기대 없이 봤거든요. ...근데 생각보다는 훨씬 똑똑하고 재미있는 영화더군요. 린지 로한은 진짜 틴다운 얼굴이 정말 귀여운데 연기를 꽤 잘하데요. 결국은 교훈적인 고딩 영화였지만 로한의 개인적인 매력덕에 그럴 듯해 보이기까지 했구요.
물론 영화라 과장이 심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미국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란 한국 고등학교하고는 또 다르게 정말 어려울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버피의 고등학교 시절이 그 알레고리가 아닐지. 틴에이저인 건 어디나 고달픈 일이지만 말이죠.
구내 식당에 자리 잡고 앉은 각종 그룹을 보여주며 저기는 아시안 너드들 자리라고 할 땐 사촌동생들 생각이 났어요. 지금은 대학생이지만, 얘들 고등학교 다닐 땐 바로 이 아시안 너드에 안 끼려고 눈물겨운 노력들을 했던 것 같더군요. 하나는 공부를 잘 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바보스럽고 멍청하게 애교스러운 척 해서 인기 그룹에 끼어보려고 애썼고, 또 한 애는 '고스트 월드'에 나오는 애들처럼 비주류에서 시니컬하고 쿨하게 굴면서 프롬에도 안 가는 방식으로 살았더군요. 얘는 극성 맞게 점수 벌레면서 '긍정적'으로 자기 PR잘 하는 애들을 너무너무나 싫어해요.
마가렛 조의 코메디 중에서 '난 한국계지만 하바드도 안 갔고 바이올린도 켤 줄 모른다'는 위악적인 라인이 있더군요. 그 조건을 충족하는, 멍청한 애교덩어리인 체 하는 사촌 동생이 그걸 듣고 약간 씁쓸하게 웃는 걸 보니 걔네 부모가 미국에 데려다 놓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세계 최고'의 교육을 시켰다고 자부하는 모습과 겹쳐서 저한텐 흥미로왔어요. 매우 비정치적이고 체제순응적인, 유능한 소수계 미국 시민으로 잘 커주어서 양쪽 다 만족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죠.
참, 극중에서 로한이 좋아하는 남자애로 나오는 배우가 조인성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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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2 카메오 중에 Ugly stepsister 역에 혀짧은 조나단 로스(영화 프로그램과 토크쇼 진행자죠) 목소리가 가 들리길래 웬일인가 했는데, 그게 순전히 영국 관객을 염두에 두고 영국판에서만 바꾼 거란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미국판은 래리 킹이 그 역을 맡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