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왕

  • ginger
  •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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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잡는 아더와 원탁의 기사 이야기는 어려서 책으로 읽으면서 그렇게까지 신나게 읽었던 얘긴 아니었습니다. 신화나 전설을 읽을 때 나를 거기 집어 넣고 새로 얘기를 꾸미는 버릇이 있어서 그랬는지, 별로 쓸 데도 없을 것 같은 성배 찾느라고 인생을 소비하는 기사들 얘기는 좀 지루했었거든요. 차라리 중세 유럽 역사책을 읽는 게 더 상상력이 자극 되더라고요.

이제까지 제일 재미있게 본 아더왕 영화는 '엑스칼리버'인 것 같...아니 이런, 실수. 몬티 파이슨의 홀리 그레일'을 제일 재미있게 봤군요.




듀나 리뷰에도 소개된 이 영화는 정말 저예산 영화였대요. 이 영화를 만들때 아더왕 역을 맡은 그래함 채프만은 알콜 중독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다들 불만이 너무나 많았지만 존 클리즈가 오래된 우정 때문에 감쌌고, 워낙 돈도 없어서 배우를 바꿀 처지도 못되었었나보더라고요. 그리고 내내 춥고 비가 오는 스코틀랜드에서 촬영을 했는데 묵었던 숙소가 싸구려라 딱 2사람이 샤워를 하고 나면 더운물이 안 나오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우고 스탭이고 촬영 끝나면 서로 먼저 샤워 하려고 뛰었다고 해요.....몬티파이슨 특집 다큐멘타리중의 인터뷰에서 나온 얘기들입니다.

이 영화는 티비 스케치로 이름을 낸 파이슨 갱들이 처음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스케치를 연결해 놓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무수히 인용되는 파이슨만의 우상파괴적인 명대사들, 재치넘치는 못된 악동들 같은 30대 아저씨들이 쏟아낸 기발한 라인들은 너무 재밌습니다. 이 영화의 대사를 읽어보는 것만도 즐거우실 거에요. 대체 누가 'you empty-headed animal food trough wiper. I fart in your general direction.  Your mother was a hamster and your father smelt of elderberries. ' 같은 모욕을 생각해내겠어요...

대본은 여기 가시면 텍스트 파일로 올라와 있습니다.



각 기사별 에피소드도 개성이 넘칩니다. 존 클리즈의 란슬로트가 스웜프 카슬의 남의 결혼식에서 '활약'하는 것, 에릭 아이들의 실제론 겁장이 '용감한 로빈'이 칭송용으로 데리고 다니는 악단, 마이클 페일린의 순결한 갤러해드가 섹시한 여자들만 가득찬 성에서 별로 순결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죠. 위 사진에서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이 테리 길리엄입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혼자 뚝딱뚝딱 콜라쥬로 해치우고 배우로도 참여해서 주로 말이 필요없는 시종이나(오프닝신에서 코코넛을 두들기며 짐을 지고 구부정하게 따라다니는 그 사람입니다) 괴상한 분장이 필요한 인물역을 맡았었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모든 엄숙한 체 하는 왕이나 기사의 중세적 얘기가 전혀 이전과 같이 보이질 않습니다. 엑스칼리버가 나올때마다 홀리 그레일의 아나코 생디칼리스트 코뮌의 불만 많은 농부 데니스가 떠오르게 되는 거죠. 따라서 말도 없는데 코코넛 효과음에 맞추어 말 탄체 하는 얼간이들 집단도 생각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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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에 새로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아더왕은 평이 그닥 좋질 않군요. 저는 클라이브 오웬이 이 영화로 좀 빛나길 바랬는데. 좀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는데 전설보다 더 말이 잘 안되게 실제인 척 했다네요...어떤 사람들은 이 사람 목소리가 웅얼거린다고들 하는데 제가 듣기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목소리로 정확히 발음하던데요...

예고편을 다시 보니 다음 대사는 확실히 '현대적'이군요...근데 아무리 블록버스터라도 이런 여전사 역에 비쩍 마른 어린 배우 키라 나이틀리를 쓰는게 영 안 어울리는걸요.

Lancelot : There are a large number of lonely men out there.
Guinevere : Don't worry, I won't let them touc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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