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대한 기억 etc. (퍼온 글들 덕에 좀 깁니다)

  • ginger
  •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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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 Girls까지 보고 나니 요즘 볼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다고 툴툴거리다 어제는 추리소설 한 권을 집었습니다. 보더스 서점에 가서 둘러보다가 엘리자베스 피터스란 작가의 빅토리아 시절의 여자 인디아나 존스같은 주인공 아멜리아 피보디 시리즈의 첫번째 소설, 'Crocodile on the Sandbank'을 샀지요. 방금 다 읽었는데...저는 한 1/3 정도부터 범인이 누군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를 다 알겠더라고요. 이 소설은 탐정 소설로서는 정말 별 볼일이 없었지만, 작가가 로맨스 소설을 쓰던 사람이라 그런지 여성용 판타지 모험 소설로서는 꽤 재미있었다고도 할 수 있었어요.

75년에 씌어진 소설 답게 빅토리안이지만 열혈 페미니스트인 주인공에다, 고딕 멜로드라마같은 악당이 등장하고, 배경은 이집트 발굴 현장이었거든요! 게다 '헛소동'을 연상시키는 주인공 두 커플이라니. 물론 1880년대가 배경이고 영국사람이 주인공이다보니 엄청나게 제국주의적인 인종관도 고스란히 나옵니다. 1970년대 미국사람이 쓴 소설답게 약간 거리를 두고 조롱하는 식이긴 하지만요.

서로 못 잡아 먹어 으르렁 대는 주인공 아멜리아 피보디와 에머슨의 묘사는 꽤 웃겼죠. 페미니스트와 미소지니스, 안 예쁘고 똑똑하며 활동적인 주인공이 거칠고 야성적이며 별로 잘 생기지 않았지만 매력이 넘치는 (작가가 털많은 남자를 좋아하나보더군요) 남자한테 완전 항복을 받는 판타지였거든요... 잘 생기고 착하며 연약해서 툭하면 기절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다른 커플 얘기도 곁가지로 나오지요.

이집트에 가 본적이 있어서 그런지 피라미드라든가 사막의 풍경에 대한 묘사가 나올때마나 제 경험과 비교하면서 즐거워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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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이집트 여행을 했었습니다. 이제까지 한 여행 중에 가장 인상이 깊게 남아 있습니다. Lonely planet 이집트 편을 밑줄 그어가며 포스트 잇 붙여가며 공부해서 일정을 짜고 인터넷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갔습니다.

피라미드가 카이로 시내에서 가깝단 얘긴 들었지만, 시내를 등지고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보면 끝없는 사막인데 다시 등을 돌리면 공해가 뿌연 카이로 시내와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건 약간의 쇼크였어요. 게다 가난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젊은 엄마가 더 가엾어 보이는 나귀를 데리고 아이까지 안고서 관광객들을 끌려고 하는 것도 보기가 참 괴로왔습니다. 타기는 커녕 그 딱하고 병들고 못 먹은 나귀를 제가 업고 가야 할 것 같던데, 어떻게 걜 탑니까. 결국 거절할 수도 없어서 많은 돈은 아니지만 돈을 조금 주고 타기는 사양하고 왔지만 그것도 위선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못 먹어서 뻬빼 마르고 힘이 없어서 파리도 못 쫓던 아기와 미안해 하면서도 얼른 돈을 받는 엄마의 마르고 갈라진 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런 저런 생각을 떨치고 사막을 바라보며 앉아있자니 사막만 보면서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토록 매력적이었거든요.

카이로에서 피라미드까지 가는데 이것 저것 따져보다 그냥 호텔에서 택시를 대절해 불렀습니다. 우리한테는 꽤 더운 날씨였는데 우리 운전사 모하메드는 겨울이라 춥다면서 크리스마스 무늬가 있는 털스웨터를 입고 있었습니다. 이 모하메드는 그렇게까지 극성맞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피라미드 가는 길에 관광객을 겨냥한 게 틀림없는 '카펫 스쿨'이란 데 중의 하나 앞에 떡 세우더라구요. 항의와 함께 제가 관광객용 코스니 쇼핑은 절대 안 한다고 못을 박았더니 매우 시무룩해하면서 그러면 택시비를 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거기서부터 협상을 해서 딱 2군데만 돌아올 때 들르기로 (그때가 이른 아침이었는데 더 늦으면 피라미드에 사람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요) 합의를 보았습니다.

카펫 스쿨이란 건 그냥 보통 집같이 생긴 곳에 이층은 카펫 전시장이고 밑에 층에선 아이들이, 그것도 너무 어린 아이들이 카펫을 짜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미국, 일본 사람 관광객들이 너무 싸다면서 카펫값을 흥정하는 동안 우리 셋은 속상해서 서 있다가, 일하는 애들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나이가 초등학생들 같았거든요. 정식 학교는 안 가냐, 학교라니, 카펫짜는 기술을 가르쳐준답시고 그럼 수업료도 받냐는 등 물색 모르고 배부른(?)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분노를 좀 보이다가 애들한테 푼돈을 조금 주고 나왔습니다. 그게 옳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뭐 이런 위선적인 자선이랄 것도 없는 행위가 다 자기 맘 좀 편하자고 하는 짓이니까요. 거기서 나와서 피라미드 가는 길에 친구가 '에이 빌어먹을. 기름진 나일델타를 갖고 이런 관광자원을 갖고 왜 이렇게 못사는거야. 왜 애들도 잘 못 멕이냐구'하더군요...왜긴, 영국 프랑스가 골을 다 빼먹고 옆나라 사우디처럼 기름도 없으니까 그렇지..


그러고 나서 카이로로 돌아와서는 기름지게 부유한 일부 카이로 거주민들을 볼 때마다 끓어오르는 적개심을 경험하게 되더군요. 섣부른 관광객 주제에...


아무튼 짧은 기간동안 급행 침대차를 10시간동안 타고 아스완에 갔다가 거기서 경비행기로 아부 심벨에도 가 보았고, 나일강의 돛단배 펠루카를 타고 룩소로 가려다 수상쩍은 뱃사공 덕에 계획을 수정, 시외버스를 타고 룩소로 이동, 다시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카이로로 돌아오는 일정을 소화했었죠. 비행기에서 본 사막의 석양은 정말, 진부하지만, 너무 너무나 아름다왔습니다.

얘기가 너무 길어지려고 하네요....아부 심벨의 그 무시무시한 야심과 스케일, 아스완댐을 건설해서 아부심벨을 수장하려고 했던 낫세르의 배째라식 무대뽀와, 왕/왕비의 골짜기 무덤에 그려진 생생하게 복원된 벽화, 그리고 룩소르의 카르낙 신전 등등을 보았지요. 너무 명백히 관광객스러운 것밖에 못 본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어쩝니까...관광객인데. 아무튼 왜 그렇게 오랫동안 유럽에서 집요한 이집톨로지스트들이 나왔는지 알겠더군요. 이렇게 로맨틱한 거대한 스케일의 미스테리가 또 어딨겠어요. 게다 자기네 식민지였으니 맘대로 발굴하고 맘대로 가져갈 수도 있었잖아요.

저는 나일강 남쪽의 누비안 마을에서 동양인 관광객들한테 손짓하면서 같이 차를 마시자고 하던 비쩍마른 동네 노인과 아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그리고 카이로의 동대문/남대문 시장을 합친 것 같은 커다란 야시장에서 베일을 두른 여자들이 너무나 야한 레이스 속옷( 어떤 건 made in Korea 더군요) 열심히 흥정하던 것도요.

아참, 또 있군요. 공항에서 봤는데, '알라흐 악바르'하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모든 (남자) 직원들, 경찰, 사무실, 청소부, 지위와 계급을 떠나서 다들 황급히 달려와 한쪽에 마련된 카페트 위에서 절을 하며 기도를 하더라구요. 라마단 기간이었고 그때 쯤엔 기차역이던 어디던 공공장소에 카펫이 깔려 있고 시간이 되면 기도하는 거야 익숙한 광경이었죠. 다른 점은 그 때 한산한 공항에 우리말고, 이집트 여자로서는 매우 보기 드물게 몸의 곡선을 드러낸 옷을 입은 미인이 있었다는 겁니다. 딱 끼는 검은 정장 바지를 입었는데 보통 평범한 이집트 여자같지는 않았어요. 머리도 금발로 염색했고, 흰 피부에 대단한 글래머 미인이었죠. 이 여자는 자기 섹슈엘러티의 힘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더군요. 방금 계급을 떠나 평등하고 경건하게 알라가 위대하도다...면서 기도를 마치고 일어난 공항 남자 직원들, 이 여자가 자기 매력을 100% 발산하면서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고 지나가자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전부 시선이 이여자 엉덩이에 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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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에 갔더니 서울대 농활 철수건에 대해 균형이 잡힌 편인 기사가 올라와 있더군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태도를 나무라고 있네요.


서울대 농활 성폭력 사건' 언론책임 커
    
선정적인 보도로 여론 악화시켜


김이정민 기자
2004-07-12 01:53:57  
서울대 농활 중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이버 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 이번 사건의 여론 악화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은 '서울대 농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서울대생”과 “성폭력”만을 부각시켜 선정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실제로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거두절미 “아가씨, 아줌마”에만 집착

지난 7일 연합뉴스와 경향신문 등에서 <농활 서울대생, 농민 '성폭력' 시비로 철수>등 제목으로 기사가 나간 이후, 여론은 '서울대생'을 비난하는 것으로 악화되었다. 문제의 발단이 된 신문기사는 농활 철수에서 문제가 된 사건의 전후 맥락은 모두 삭제한 채 '아줌마, 아가씨' 호칭 사용만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론 총 6개 마을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농활대가 철수했으며 각 단위마다 상황과 입장이 다르다.

이후에도 언론은 학생회 측과 농민회 측이 의견의 차이를 보이는 부분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문화적 차이에 의한 사소한 갈등'을 학생측에서 트집을 잡은 것 인양 보도했다. 이 같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입장서를 통해 '아줌마, 아가씨 호칭'에 대한 문제제기는 술자리에서 여학생을 부차적인 존재로 보는 등의 맥락이 있었고, 이에 대해 해당 농활대 측에서 마을 분들과 논의를 통해 공개적인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농활대는 사건 발생 이후 더 이상 농활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 철수했지만, 마을 분들과 오해를 푸는 과정을 거친 뒤 올 여름 내로 다시 농활을 가기로 했고 실질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

그러나 언론의 보도에선 이와 같은 상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때문에 사건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치달았다.

선정적인 보도로 사건의 본질 왜곡

현장 활동에서의 성폭력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며, 서울대에 국한된 일도 아니다.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학생측이 철수하는 일도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특히 언론의 관심을 받은 것은 소위 명문대인 '서울대' 농활대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건에 대한 여론을 '오만한 서울대생', '지나치게 트집잡는 페미니스트' 등으로 몰고 갔다.

이번 사건은 성폭력 사건이면서 농민회와 농활대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해결과정 또한 조심스럽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학생회 측에서 공개 여부나 그 수위를 놓고 논의의 과정이 길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자세한 정황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섣부른 보도를 함으로써 사태는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심각한 신체적 성폭력 사건이 벌어진 사회대 농활대의 경우, 학생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농민회 측과 논의를 했으며 성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으나 사건의 ‘공개’ 수위를 놓고 협의하던 중 농민회가 성폭력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철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선일보 등 언론은 명백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책임소재 논방”, “양측 폭로전” 등으로 비화하면서 여전히 농활대와 농민회의 “갈등”으로 보도했다. “문제 일으킬 거면 농활 오지 마라”는 발언까지 기사화하고 있다.

학생회와 농민회 사이 소통노력 막아

농민회와 학단위는 동등한 주체로 현장 활동에 참여하며, 농촌 사회가 소수자 집단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농활에 있어서는 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농민회 측과의 연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농민회가 기반을 둔 지역에 들어가 현장 활동을 진행하는 만큼 농민회 측의 의견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가 지역 주민이거나 농민회 소속일 경우 피해자들은 그만큼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후 맥락을 삭제하고 다른 사건들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언론의 섣부른 보도행태가 '멋모르는 서울대생'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고, 곧 피해자들을 별 것도 아닌 것을 꼬투리 잡은 것으로 사건이 여론화했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사건 해결과정인데 여론의 공격까지 받게 됐다.

언론의 이러한 태도는 또한 농민회와 학생회 사이의 지속적인 연대 활동을 논의하는 과정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서 일부 농민회는 해결의지를 보이기도 하고, 특정 사건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와 이후 성폭력 사건 발생시 대처에 대해서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론은 농민회와 학생회 측의 의견 대립을 지나치게 부각시켰고 학생회 측과 농민회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논의나 합의의 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장 연대 활동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나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현장활동 문화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등을 다룬 보도 또한 찾기 어려웠다.

언론의 성급한 보도가 아니었다면, 이번 '서울대 농활대 성폭력 사건'은 가부장적 운동문화 속에서 이루어지던 현장활동이 여전히 내재하고 있는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평등하고 대안적인' 현장활동을 근본적으로 재고해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이번 '서울대 농활대 성폭력 사건'의 사태 악화는 명백히 언론이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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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위 기사를 보고도 '추측'과 '가정'에 기반한 헛소리라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일다는 직접적으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대신 다음 기사로 자기네 의견을 대신했더군요. 여자들의 경험을 언어화하고 가장 적대적인 남자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언어화'내지는 객관화한다는 건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어요. 과연 그런 '이해'를 구해야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죠.



성폭력 없는 현장활동을 위해
    
진정한 의미의 ‘연대’ 모색하는 계기 삼아야


김이정민 기자
2004-07-12 01:55:26  
이번 서울대 농활 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사실 연대활동에서의 성폭력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까지 크게 공론화 되지 않은 것은, 연대단위 측에서 적극적인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학생측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점,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문제 제기함으로써 연대활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등이 그 요인이다.

성폭력 피해자 침묵하게 했던 현장활동 문화

서울의 모 대학 출신의 95학번 K씨는 1990년대 중반 농활 중 강간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문제 제기 없이 피해자 학생만 귀가했다. 당시만 해도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으며 현장활동을 간 지역과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거나, 일이 불거졌을 때 현장활동 전체에 그 파장이 미칠 것을 우려하는 운동권 문화 때문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도 학생사회 내에서 현장활동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렵게 연대하고 있는 현장활동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주변 분위기는 피해자로 하여금 입을 다물게 하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1999년 연세대의 한 농활대 자료집에는 “여학생들이 무릎보다 짧은 길이의 반바지를 입을 수 없다”는 복장제한 조항이 주의사항으로 들어있었다. 농촌 지역의 노총각들이 '우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장활동에서의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없이 농활에 참여한 여학생들을 '조심'시켰던 것이다. 이는 현장활동 자체에 있어 농활대나 지역 연대단위 모두 성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 보여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 내 반성폭력 운동이 학칙제정 운동으로 이어지고, 새터(새내기 배움터)나 현장활동 등 장기간 함께 생활하는 와중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되고 신고도 잇따르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변했다. 몇몇 대학은 현장활동을 떠나기에 앞서 반성폭력 규약을 자체적으로 정하기도 하고, 연대지역 주민들과 함께 반성폭력 워크숍을 가지거나 각 학교의 총여학생회, 여성위원회 등을 통해 사전교양을 진행하기도 했다. '양성평등', '반성폭력' 등을 현장 활동의 주요 기조로 삼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활동에서의 성폭력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학생과 지역주민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연대지역 주민들이 가해자의 편을 들기가 쉽고, 최악의 경우 그 지역과의 연대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학생측에서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반대로 연대지역에서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사건 해결의 의지를 가진다면 그만큼 사건의 해결은 수월해지고, 사전에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양활동 등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번 서울대 농활 성폭력 사건은 학생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연대단위와의 소통이나 합의가 함께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연대활동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몇몇 지역의 성폭력 신고에 대해서는 농민회 측과 함께 논의를 했으며 합의점을 도출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지역의 공동노력 필요

오래도록 대학 사회 내에서도 '연대'와 '운동'은 남성의 언어였다. 학생 사회 내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많은 여성들이 현장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 익숙했던 '남성중심적' 방식으로 현장활동을 구성해 온 것이 아닌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 이는 물론 동등한 연대의 주체로서 학단위와 지역연대 단위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 측은 “양성평등한 현장활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며, 여성 배제적이지 않은 사회와 하나의 운동을 위해 농민회 측에서의 책임 있는 평가와 실천을 통해 진정한 농민학생 연대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성폭력” 사건이라는 이유로 선정적으로 언론에 의해 부각된 이번 사건은 학생단위와 농민회 측의 갈등을 넘어, 오히려 대학사회 전반의 현장활동에 있어서 ‘제대로 된’ 연대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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