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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끝마다 광고  ‘PPL 전문배우’


‘파리의 연인’ 간접광고 대사 홍수
주연급 ‘품위’ 지키려 조연 내세워




[조선일보 박은주 기자]

―나는 PPL전문배우 ‘선전해’입니다. 제가 드라마에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주연배우의 후배라길래 뭔가 그럴듯한 역할을 기대했죠. 그런데 이게 뭡니까. 저의 주요 대사를 보시겠어요. 2주 전에는 휴대폰을 화제로 삼았죠. 제가 마당에 나갔다가 남자 주인공이 평상에 두고 간 휴대폰을 발견해, 주인공에게 전달합니다. 이때 저의 대사는 이런 거죠. “언니 핸드폰 샀구나. 야 이거 죽이는 거잖아. 동영상 3시간이면 영화가 두 편이다. 두 편.” 요즘 젊은 시청자들이야 전화기 겉모양만 슬쩍 봐도 어떤 메이커인지 금방 알아차리니까, 이 정도만 해도 효과는 있다고 봐야죠.



―그 다음 촬영분은 시리얼이에요. 제가 아침식사 당번인데 전 밥 대신 우유와 시리얼을 내놓습니다. 주인공이 말하죠. “야 반칙이야.” 그럼 전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아유 요새 통 섬유질을 못 먹어서. 이게 식이섬유가 아유, 이거 먹으면 끝내줘.”



―지난주 저의 ‘미션’은 새로운 운동기구였습니다. “해변에서 형광색 비키니를 입으려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이 원반형 운동기구를 들고 계속 운동을 합니다. 좁디좁은 마루에서 이렇게 움직이는 게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계속 해야죠. 아참, 인스턴트 스티커 사진기를 빼놓을 뻔 했네요. 사진기를 보면서 “언니 신기하지” 같은 대사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아야 하는 거죠. 스티커 다음엔 뭐가 나오려나….



이쯤 되면 ‘선전해’양이 누구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요즘 시청률 40%를 넘기고 있는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주인공의 ‘아는 동생’ 양미 역을 맡은 조은지. 스타급을 기용한 데다 파리 현지 촬영 등으로 제작비가 많이 든 드라마답게 PPL(간접상품광고)이 역대 어느 TV드라마 못잖게 만만치 않다. 특이한 것은 이 같은 PPL을 조연 조은지가 대부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은지의 대사는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에서 고민에 빠진 남편을 보고 아내 메릴(로라 리니)이 읊는 대사, “여보, 당신 피곤해 보여요.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서 재배한 유기농 코코아 한 잔을 따끈하게 마셔봐요. 콜레스테롤이 없고…”를 연상케 한다. 그게 광고라는 것을 알아채게 하는 방식이다.



왜 주인공이 아니라 양미일까. 주연급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다. 자동차 등 ‘덩치’ 큰 제품은 박신양 등 주인공에게 은근슬쩍 배치되고, 상대적으로 자잘한 PPL이 양미 역으로 떨어진다. 제작사인 캐슬 인 더 스카이의 윤하림 PD는 “예산 등 제작 환경의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PPL을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배우가 싫어하는데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PPL을 조연배우에게 몰아준다? 거의 ‘PPL 전문배우’를 만드는 이런 연출은 코미디 아닌 코미디다. 도가 넘는 PPL을 소화하려면 이런 배우가 하나 갖고도 모자란다고 제작진은 생각할지 모르겠다.





(박은주기자 zeen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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