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뒤쪽에 나와있는 김 훈 인터뷰에서 인상깊은 구절들입니다(나름대로 참 '난' 사람이라는 생각. 이만큼 주관이 뚜렷하기도 쉽지 않을 듯...)
...나는 직장에서 불화가 생기면 구태여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그냥 내가 떠난다. 불화를 유지하고 불화인 상태로 있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이메일이나 컴퓨터 아직 쓸 생각이 없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나는 기계에 대해선 정말 무능하다.
그냥 기계가 싫고, 기계적인 것이 싫다. 지금도 원고지에 연필로 쓴다.
몸으로 밀고 가는 느낌이 없으면 못 쓴다. 더디고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그게 좋다.
그리고 지우개...지우개가 참 아름다운 물건이다. 싹싹 지우면 없어지니까.
...거대담론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적이 거의 없다. 몸이 검증 안 한 언어를 쓸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역사적 이런 말들이 안 와 닿는다. 어떤 문제든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나와는 안 맞다.
...난 스스로 도덕적 존재라는 확신은 안 한다. 그리고 도덕적 존재라는 신념에 찬 자를 경멸한다. 이런 자는 필시 누군가를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는 속내를 감추고 있기 마련이다.
...나도 평생 노동을 했다. 노동을 하면 인간이 깨진다는 거 놀아보면 안다. 나는 일할 때도 있고 놀 때도 있었지만 놀 때 인간이 온전해지고 깊어지는 걸 느꼈다.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같이 보이는 사람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거다.
...평생을 농사짓거나 고기잡으며 보낸 사람들은 삶의 직접성으로부터 터득하는 지혜가 있다. 이들의 노동 자체는 소외된 것이 아니다. 돈은 안 되지만 인간과 친밀한 노동을 한평생 하니까 몸과 삶이 부딪치면서 지혜가 생길 것 같다. 도시의 노동자들은 노동을 해도 그런 지혜에 도달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