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건 어제 문득 생각난 것인데 알밭님이 말씀하신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알밭님 말씀대로 음악을 불특정 다수를 위해 언어로 설명하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악보분석과 같은 음악이론적인 얘기는 잘 안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전 그러한 상황이 음악 이론을 몰라도 글을 쓸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사실 굳이 음악이론적인 얘기는 하지 않아도 알밭님이 예를 드신 것처럼 누구 누구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라느니 하면 꽤 그럴듯한 음악 평론이 됩니다. 특히 사회적 배경과 연관시켜 거대담론적인 문화비평으로 가면 매우 지적인 평론처럼 보이죠.
이 점을 악용하면 음악 자체적인 지식은 하나도 모르면서도 여기저기서 조금 줏어들은 사회학적 지식들을 짜깁기하고 그걸 현학적인 언어로 포장한 글을 쓸 수도 있을 거예요.
비록 모든 평론가가 작곡가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그 음악이 잘 만든 음악인지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텐데 음악 이론적인 얘기를 하지 않아도 음악평론을 쓸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자질이 있는 사람인지를 제대로 가려낼 수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이러한 상황은 대중의 판단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쉽습니다. 적어도 악보분석이 있어야 왜 그 멜로디가 독특하게 들리는지, 왜 그 멜로디가 귀에 잘 달라붙는지를 음악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텐데 그게 없으니 대중들은 막연하게 '이런 풍으로 만든 음악은 고급스러운 음악인가 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트롯트나 댄스음악 같은 장르는 평론가들이 말한 그런 풍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2. 저는 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문학이라는 장르는 비록 서구문화의 수입이라는 형태로 받아들여지기는 했어도 우리 나름의 관점에서 평가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벨상을 수상한 외국 작가보다 하찮게 평가되거나 노벨상을 탄 작가라는 이유로 무조건 높이 평가되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특히 민족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경우에는 외국에서 높이 평가받는 작가라 하더라도 우리의 입장에서 그들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를 중시하는 듯 하더군요.
그런데 대중음악 비평에서는 그러한 시각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운동권 진영의 문화평론가들을 제외하고 외국 대중음악에 대해 빠싹한 사람들만을 포함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 겁니다.
예를 들자면 그 나라에서 목소리 없는 세대의 대변자라는 평가를 받는 너바나가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있느냐와 같은 물음이 지금까지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너바나가 지니는 사회적 의미에 대한 얘기는 예전에 소위 얼터너티브 세대라는 평론가들이 많이 다루긴 했지만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 너바나가 한국의 엑스세대들의 목소리도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는 없었던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