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신문에 실렸던 글인데 오린 것을 책장정리하다 발견했어요. 여기 요약해 실어 봅니다.
대담자인 정수복-장미란 씨는 '바다로 간 게으름뱅이'라는, 상소와 다소 일맥 상통하는 책을 쓴 분들이랍니다.
정: 선생님 책이 한국서 반응이 좋은 이유는?
상소: 한국사회가 속도를 강조하는 사회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조금 지쳤다는 사실의 입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 글쓰기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프랑스에서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어떻게 쓸 것인가 별로 고민하지 않아요. 독자에게 직접 무엇을 강요하지 않고 부드럽게 다가가는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장: 나르본(상소가 사는 도시)에서의 일상은 어떻습니까
상소: 프랑스에는 나르본처럼 '잠자는' 즉 변화가 없는 소도시가 많습니다. 그런 도시에선 말 그대로 아주 편안히 잠잘 수 있습니다. 아무 일 없이 그저 걷거나 꿈꿀 수 있는 곳이 나르본이에요. 중심에 운하가 있는데 날이 좋으면 그리로 갑니다. 요즘엔 오후에 누워서 책을 읽어요.
장: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상소 박사는 75세)
상소: 매일 걷는 일이 중요합니다. 웃고 살고 타인을 용서할 줄 아는 것, 다시 말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평화를 줍니다.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후회는 두 번의 실패니까요. 과거의 일이 잘못됬으니 실패이고, 지금 후회하는 것이 두번째 실패입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친해져야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장: 파리같은 큰 도시에 오시면 어떻습니까
상소: 파리는 세계제일의 관광도시가 되어 과거보다 관광버스와 확성기 소리가 많아지고 어수선해졌어요. 그래도 길을 걷거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뭔가를 느낄 수 있는 도시입니다. 겨울아침 눈 내린 뤽상부르 공원을 걸으면 대도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정: 서울같은 거대 도시에서도 느림의 삶이 가능할까요
상소: 나는 거대 도시에서 느린 삶을 추구하는 데는 공원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프랑스의 공원은 하나의 '제도'입니다. 그건 몽상을 위해 남겨진 장소죠. 파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내게 공원에 뭘 설치하면 좋겠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난 이것저것 늘어놓는 것보다는 빈 녹지를 많이 그대로 놔두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크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필요합니다. 공간이 없으면 집 한 구석 작은 공원이나 화분이라도 들여놓고 저녁마다 식물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정: 선생님이 정의하시는 행복은
상소: 행복은 결코 물질적 성취가 아닙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은 물질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겠지만, 근본적으로 행복은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오는 것입니다.
주위사람들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결점이 있으면 있는 대로 용납해 평화로운 마음 상태에 이르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선생님이 정의하시는 당신은
상소: 나는 모럴리스트입니다. 이는 자신을 언제나 더 완전한 상태로 만들어가기 위해 관찰, 성찰하고 다듬어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장: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에 대해 한 말씀
상소: 아이를 바쁘게 만들면 효율성을 높여도 아이로 하여금 항상 쫓기는 삶을 살게 할 겁니다. 혼자 균형잡힌 삶을 살 수 있는 소양을 어릴 적부터 키워줘야 합니다.
느림은 외부로부터 강요된 속도가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랍니다. 작은 경험이라도 천천히 깊이 음미하면 더 큰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