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옷 질문, 잡담.
옷을 잘 입으시려면 최종목표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 고르기'가 되겠습니다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길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체형과 나이와 직업과 기타 등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고, 그 상대적인 중요도가 사람마다 많이 다릅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지요. 옷을 사는데는 돈이 듭니다. 괜찮은 옷일수록 비싸기가 쉽지요.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이상적인 경우로는, 온갖 종류의 옷이 가득 찬 방에 전신 거울과 안목 있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하나하나 입어보며 평을 듣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돈 걱정 할 필요도 없습니다. 친구들의 냉정한 평가와 본인의 눈을 믿고서, 옷의 바다에서 어울리는 옷만 건져내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말할 필요도 없이,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그럼 차선책은 뭘까. '온갖 종류의 옷이 가득찬 방' 대신 백화점을 이용하는 방법이지요. 백화점 매장에는 다양한 컨셉의 유행하는 옷들이 가득하고, 입어볼 수 있도록 탈의실도 준비되어 있질 않습니까? 점원이 개입하는게 약간 귀찮을 수 있고, 사지 않고 나오기가 미안할 수도 있겠지만, 얼굴만 약간 두껍게 한다면 이것저것 많이 입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백화점 순례는 괜찮은 방법입니다. 아, 이 때 역시 안목있는 친구의 동행, 빠뜨리면 안됩니다.
옷이 많은 데도 입을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혹은 새 옷을 살 때마다 남들에게서 별로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본인에게 필요한 옷, 혹은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이 뭔지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지 못한 사람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상당히 엄격한 인상에 체격도 좀 있는 사람이 계속 샬랄라한 쉬폰 소재만 고른다든지, 옷장에 비슷한 옷을 쟁여두고도 계속 한 가지 아이템만 사 모은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옷을 사면 항상 갈색만 샀습니다. 무난한 색이라 어디에나 잘 어울릴거라는 짐작으로요. 갈색이 무난하다고 생각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혼자 쇼핑을 가면 비슷한 실수를 또 하기가 쉽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안목있는 친구가 필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옷 하나 살 때마다 매번 백화점 매장을 하나하나 다 둘러볼 수는 없지요. 그럼 어쩌나..일단 초기 몇 차례의 백화점 순례를 통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 평이 좋았던 옷들을 골랐다면 그것들을 침대나 바닥에 죄다 펼쳐두고 어떤 공통점 같은 걸 찾아보는 겁니다. 분명 공통적인 뭔가가 있을겁니다. 이 때 본인의 체형을 참고로 그 공통점들을 해석해 보시면 뭔가가 보입니다.
다시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어깨가 상당히 넓고 전체적으로 살이 붙은 편이니까 이런 부분을 적당히 장점으로 승화시켜 줄 수 있는 디자인이 많습니다. 캐쥬얼보다 약간 정장스러운 디자인이 어깨가 넓어도 보기가 괜찮습니다. 상의나 하의 중 하나는 여유있게, 다른 하나는 약간 붙게 입는게 체형 커버에 도움이 됩니다. 둘 다 헐렁하게 입으면 자루를 뒤집어쓴 것 같고 둘 다 타이트하면 봐 주기가 힘들겠지요. 키가 있으니 다리는 길지만 굵으니까 --;; 치마보다 바지가 보기가 낫구요. 너무 말랐다면 빈곤해보여서 입지 못할 수도 있는 슬리브리스도 제가 입으면 그럭저럭 봐줄만 한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피해야 할 옷은, 디테일이 많거나 무늬가 복잡한 옷 (착시효과로 뚱뚱해 보입니다), 캐쥬얼한 져지 셔츠나 폴로셔츠(넓은 어깨 더욱 강조), 미니스커트 (말할 필요 없음), 청바지 (뻣뻣한 소재는 아무래도 뚱뚱해 보이지요) 등등입니다. 귀엽거나 여성스러운 스타일도 여간해서는 안 어울립니다. 반대로 마르고 작은 분이라면 지나치게 헐렁한 옷 보다 적당히 맞는 옷이 오히려 낫습니다. 키가 작은데 늘씬하게 보이기는 아무래도 힘든 일이니까 귀엽다거나 여성스럽다거나 하는, 본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쪽이 좋습니다.
이제 펼쳐놓은 옷들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다면, 앞으로도 그런 특성을 가진 옷들 위주로 고르면 실패가 적습니다. 특정 브랜드의 옷이 많다면, 그 브래드 컨셉이 본인과 잘 맞는 것이겠지요. 이런 경우는 백화점 방문 시 그 매장을 자주 방문해 보면 도움이 되겠지요. 유행보다 본인 스타일을 우선해서 고르는게 좋구요.
어떤 분야든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뭔가 보인다니까, 옷이라고 뭐 별다른거 없겠지요. 시간 날 때마다 백화점 가보고, 잡지 보고, 이것저것 입어보고, 누가 멋지게 보인다면 뭐 입었나 왜 그런가 생각해보고, 날마나 조금씩 노력하면 뭐 어울리는 옷 고르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