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바람의 전설

  • KuAng
  •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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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전설

이 영화가 흥행에 별로 재미를 못봤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참패였던가요? 당연하겠더군요. 십대와 이십대가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영화 시장에서 먹힐 만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축 중 하나는 인생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어쩌면 아예 가져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는 여자들에게서 나옵니다. 파릇파릇한 청춘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절대로 아니죠. ^^;

다른 한 축은 뮤즈(아아~ 태클걸지 마세요. 분명히 뮤즈 중 하나인 테르시코프레는 가무를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에 매혹된 한 남자가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떠도는 이야기입니다. 댄스스포츠가 서양에서 유입된 것에 비해 구도의 길은 완전히 동양식이라서 더 재미 있었습니다.

그러나 힘이 넘치던 영화는 중반 이후로 별로라는 느낌입니다. 어정쩡하다고 할까요? 초반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너무 강해서인지 현실과 충돌하는 갈등이 웬지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부족하다. 아쉽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그것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예술인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술 그 자체에 매혹된 선택된 사람과 예술을 job으로 선택한 직업인에 대한 이야기요. 예술을 job으로 선택한 사람은 예술에 매혹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이니까요.(^^;) 하물며 일반인은 절대로 이해 못하겠죠. 숭배하거나 증오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거고 가족은 아마 증오하기 십상일 겁니다. 예술한답시고 가족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으니까요. 여기서도 증오하는 것으로 나오죠. 좀 근사한 예술이었다면 속물다운 한국인답게 숭배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댄스스포츠는 근사한 예술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죠. 그래도 다리나 건물을 통째로 포장해버리는 포장예술 같이 급진적인 예술이 아니라서 증오나마 가능할 겁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한강철교를 통째로 파란색 비닐로 포장하겠다며 재산을 탕진한다면 증오가 아니라 정신과를 찾는 것이 먼저가 되겠죠. ^^

영화를 보는 내내 진정으로 예술하는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제대로 쓸려면 나쁜 놈이어야 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과문한 탓인지 제법 이름을 날린 미술가치고 도덕적으로 건전한 사람은 잘 생각도 안 나는군요. 음악가들 역시 잘 훈련된 현대의 음악기술자들 말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천재들은 비슷한 처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편견일까요? 그래도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부분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도 뮤즈에 매혹된 사람들의 그런 잔인한 면을 다룬 적이 있었지요. 회상 속의 살인이었던가요?

출연자들 중 김수로의 힘이 가장 셌던 것 같습니다. 자기 소모적인 부분이 있기는 해도 주연급 배우 중 온전히 살아있는 사람은 김수로 뿐이었습니다. 박솔미는 반쯤 살아 있었고, 이성재는 캐릭터에 갇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영화를 보면서 배경음악에 귀가 확 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같습니다. 첫번째 사부로 나오는 노인과 손녀가 같이 춤을 출 때 나오는 Rock around the clock은 춤을 더욱 신나게 만들어 주더군요.

재미있었던 대사. "아니, 지가 제비가 아니면 까마귀야 갈매기야? 새끼, 정체성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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