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못한다와 아무거나 잘 먹어요와 착하다라는 것

  • 유성관
  •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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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딜가도 "전 청소를 정말 잘해요." "제 청소 습관은 어떠어떠하죠..." 이런 글을 절대 읽어본 적이 없습
니다. 대신 "정말 제 방은 지저분하다구요." "왜 할 일이 많은 날에는 청소부터 하고 싶은걸까요?" "청소를
잘 못한답니다." "제 침대 아래는 먼지가 구름을 이루고 있어요." 이런 글들은 너무 많이 봤습니다.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요? 자신이 잘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랑을 하긴 뭣하고, 자신이 못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첵
을 귀엽게 소개해보자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이 '우리들' 이라는 용어에 큰 부담 느끼지 마세요. 게시판 손님들보다 큰 범주의 우리들입니
다.) 은연중에 그 시대의 트렌드를 알고 따르는걸거에요. 트렌드에 따라 우리는 옳고 그름까지도 분류될
수 있다 생각하죠. 음... 청소를 못 하고, 안 하는 것은 쿨 해보일 수가 있습니다. 헝크러진 모습은 인간적
인 모습을 나타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사람 좋음을 과시할 수도 있겠어요. 좀 더 나가면 괴팍한
천재, 개성이 강한, 뭐 그런쪽도 이어질 수 있겠죠. 난 이런 놈이야, 어쩔래? 우하하하! 이런 분위기의 연
상도 가능하죠? 그게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죠.

그럼 청소를 잘 한다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청소를 잘한다는 문장에서 아무 것도 발견할
수가 없어요. 그저 평범이고 몰개성이고, 더 나아간다면 결벽증에, 비인간적인, 까탈스러운... 이런 단어들
이 연상되기 시작하죠. 그런 말을 왜 나에게 하니? 이런 말을 하는 듯한 표정을 받기 딱 알맞습니다. 한 마
디로 할 가치가 없는 말이란 겁니다.

"난 청소를 잘 안해." 라는 말을 친구가 했다고 칩시다. 그럼 대부분은 "나도 그래!" 일거에요. 여기서 "넌
왜 그 모양이니. 난 청소를 아주 잘 한단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솔직히 그 친구는 이미 대
답을 예상하고 던진 말입니다. 우리 모두 쿨 하게 청소 따위는 하지 말고 한 달에 한 번 쓸고 닦는 것을 모
토로 사는 놈들 아니냐. 즐겁게 그걸로 떠들어보자는 것.

하지만 결국은 청소를 안하는 것이 이젠 평범이고 몰개성이 되어버렸네요. 이런 것이 과도기가 될 수도 있
겠죠. 언젠간 이 시기를 넘어 청소를 잘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어느 누구도 "전 청소를 하지 않아요" 라
는 말을 하지 않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무거나 잘 먹어요" 라는 날씬한 여자 연예인들의 닳고 닳은 멘트는 끝도 없이 이어지지만 그것도 세월
을 타는군요. 이런 멘트가 낡았다는걸 알았는지 토요일 어떤 프로에서 소이는 "전 야채를 싫어하고 고기
만 먹는 편이에요." 라는 말을 합니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바 아닙니다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는 분위기가 중요하겠죠.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가식이라는 요소가 첨가되었죠.)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말하게 된다는 분위기라는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착하다" 는 말은 어떤가요? "넌 착해." 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넌 착하지 않아."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러
분은 어느 쪽에 미소를 지을 것 같으신가요.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뭔가 찜찜하지 않을까요? 내가
모자라다는 뜻인가, 아니면 칭찬할 것이 그렇게 없는건가, 바보라는 소린가, 세상물정 모른다는 소린가...
이러고 골똘히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넌 착하지 않아." 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네, "청소를 못한다"와
마찬가집니다. 난 이런 놈이야, 어쩔래? 우하하하! 이런 분위기죠.

전 슬슬 (나이가 먹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난 이런 놈이야, 어쩔래? 우하하하! 이런 것도 좋지만 그 반대
도 균형을 이루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면 난 이런 놈이야, 어쩔래? 우하하하!
의 무책임한 분위기에 슬슬 질려가는 중입니다. "난 청소를 잘 하는 사람이란다." 라는 말이 쉽게 나오
고, "착하다"라는 평가가 더 이상 절하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문득. 아래 need2dye님의 글을
보고 생각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그 글에 대한 공격은 아닙니다. 언짢게 생각치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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