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여러 비비에스를 들락거리면서, 또 거기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의견 피력과 답글들을 보면서 실감했던 것은 제 식견 부족이었습니다. 뭐 저야 원래 깊이가 없고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알고 있는지라 '와, 이너넷에는 정말 고수가 많구나'라며 새록새록 이것 저것 배우는 기분으로 넷 생활을 했었죠.
나이가 꽤 들었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제 식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생각 뿐. 하지만 왠지...요즘은 소위 말하는 '밥그릇 수'가 늘어선지 묘하게도 내공 비슷한 게 쌓이는 느낌...예를 들어 넷상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보고 있으면 '문제의 본질은 저게 아닌데...왜 저런 거 가지고 꼬투리잡고 싸우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물론 글재주도 없고, 넷상의 토론에 끼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럴 때는 대부분 그냥 지나갑니다만..의외로 나중에 가면 여러 리플들을 통해서 제대로 해답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unreasonable한 사람들의 쓸데없는 말싸움들로만 끝나는 막가자식의 비비에스도 있지만요.
이런 것도 내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아무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나이들면서 세상사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소위 인간성?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긴 했지만...토론에 끼어들어 제 논리를 전개하기엔 정말 부족한 점이 많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게 논리를 전개하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제가 이 게시판 주인장님을 비롯한 넷상의 고수-넷생활 십년에 생각나는 사람은 두 사람쯤 더 있군요-들을 존경하는 이유기도 하죠.
내공이란 건 아무래도 의식하고 애쓰면서 쌓아야지 저처럼 '세월이 가다보니 내 세상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어'라는 식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은 그 내공 비슷한 것을 제대로 풀어놓을 자신도 없고 보면.
.... 그리고 또 하나, 가끔씩 전개되는 끝없는 리플 놀이 혹은 말싸움에서 이기려면 치열한 근성과 끈질김이 필요한데...전 그런 열정도 근성도 없는 것 같아요. 어쩌다 가끔씩 사람들의 말싸움에 끼어들어서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만 했던 터라.... 그런데도 그런 저를 어떤 사람은 '교묘한 논리로 잘 빠져나간다'고 평하였으니...
어쨌든 넷에서 더이상 진지한 토론은 잘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고...또 골치아픈 세상에 그런 토론이 넷에서까지 재현될 필요는 없겠죠. 요즘은 매사 '힘을 빼고 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가벼운 넷 생활로 돌아가는 게 정말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개인적으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