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성 문화라고 하면 우리와는 매우 다른 별세계 이야기인양 느껴지는데 일본의 순정만화를 보면 비교적 우리 정서와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만화를 많이 본 게 아니라서 전반적으로 그런 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작가에 속하는 아이 야자와의 작품에 나타난 모습이 그렇더라구요.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커플들은 남매처럼 자라난 소꿉친구 였다가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사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더군요.
벌써 10년전 작품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내 남자친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만화가 그래요.(원제가 아마 '이웃집 이야기'라는 뜻일 겁니다. 줄여서 고킨죠라고 하더군요.)
거기 등장하는 미카코와 츠토무 커플이 어릴 때 부터 옆집 친구 사이로 지내온 커플이죠.
제목도 그 점에서 따온 거구요. 야자교라는 일종의 대안학교 같은 예능계 학교를 배경으로 꿈을 찾아가는 청소년들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다른 만화와 다르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상당히 고전적인 정서더군요. 마지막에 나온 10년 후 쯤 모습을 보면 미카코와 츠토쿠 커플 뿐만 아니라 다른 커플들도 결혼해서 애 낳고 알콩달콩 잘 사는 걸로 나와요.
특히 나이스바디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여자애가 어릴 적 짝사랑하던 선배와 재회하여 결혼하고 애도 낳고 하는 거는 전형적인 순정물 패턴 같더군요.
물론 배경이 일본이다 보니 우리랑 다른 모습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카코와 츠토무 커플이 어른들의 눈을 피해 거사(?)를 치르려다 들키는 장면에서는 역시 일본이라서 조숙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이 커플을 어릴 적 부터 지켜본 형 같은 아저씨(30대의 카페 주인)가 바람직한 성에 대해서 따뜻한 충고를 하는 걸로 상황이 마무리되죠.
나이가 어리니까 안된다는 식의 훈계조는 아니지만 꽤 교훈적인 쪽으로요.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최근 마무리된 '파라다이스 키스'에서도 다르지 않더라구요.
이 만화가 10여년 전에 나왔던 '내 남자친구 이야기'의 후속편 성격이라 그런 점도 있겠지만 역시 소꿉친구 커플이 부부사이로 발전해서 애 낳고 잘 산다거나 소녀시절 짝사랑이 드디어 이루어져 결혼한다는 패턴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과감하게 고교생의 베드신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잘 보이지 않게 처리했어야지, 여자들이 보는건데'라는 대사가 나온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도 여성들이 보는 순정만화는 너무 야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이 사람의 작품 만으로 순정만화 전체가 다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이 사람이 일본 내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만화가인 걸 보면 그런 내용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는 걸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스팸메일로 원치 않게 보게되는 일본 포르노물 사진들을 보면 일본 사람들은 다들 저러고 살 것 처럼 보이잖아요.
순정물과 포르노물이라는 장르의 차이가 이러한 차이를 만든 것일까요?
아무래도 대중문화만으로 한 사회의 모습을 읽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