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의 기둥을 읽고 있답니다.
그런데 내용 중에 바사리가 <긴 목의 성모>에 대해서
"그 중 한 명이 팔에 수정단지를 들고 있는데
거기선 십자가의 형상이 빛나고 있다." 라고 쓴 것에 대해서
주인공인 승호가 의아해 하는 부분 있죠.
"암포라에는 그런 십자가의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암포라에는 아무 형상도 무늬도 없다."
요 단서를 포함해서 여러가지를 짚으면서 승호는
바사리가 <긴 목의 성모>에 대해서 썼다고 생각되는 글이
실은 다른 그림에 대해 쓴 글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요.
긴 목의 성모야 무던히도 보았지만
사실 암포라를 유심히 본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요번 기회에 다시 자세히 보았는데,
분명 십자가의 형상이 있던 걸요.
보이지 않나요?
긴 목의 성모 (꽤 큰 사진이어요)
승호는 긴 목의 성모로 논문을 썼으니
눈 빠지게 이 그림을 보았을 텐데 (즉, 이 책 작가 역시...)
어째서 안 보인다고 생각했을 까요?
그냥 승호의 믿음에 단서를 더해줄 소설적 장치였을 까요.
그런데 이 부분은 사실 글 흐름 상 그다지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었거든요.
문맥 상 좀 어색하게 억지로 끼어 있기도 하구요.
('이것 봐, 바사리는 십자가를 언급하는데
그림엔 십자가같은 거 없어!' 라며 자기가 발견한 걸 꼭 말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요.)
이리 저리 분명 작가의 시각같은데, 십자가가 안 보였던 건지
아님 뭐 저 형상이 흐릿하니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던지
그런 것 같군요.
하긴 보기에 따라 십자가같기도 하고 그저 음영의 표현같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얼룩이나 무늬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한텐 확연히 십자가로 보여요.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앗- -; 별 내용도 아닌 글을 굉장히 길게 주절거린 것 같아요.
오늘 이 책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거든요.
어제는 다빈치 코드를 읽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읽히는 데다
듀나님도 썼던 것 처럼 "왜 모르는 거야.. 아나그램, 모나리자잖아" 라고 하게 되는
약간의 답답함도 있는 그런 글이더군요.
정말 잘 짜여진 글은 역시 장미의 이름이나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이죠.
너무 잘 조직되어 있는 점이 오히려 지루하기도 했지만요.
헤르메스의 기둥 역시 읽는 이의 호흡을 조절하는 소설적인 기교는 별로네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제 관심사,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분야이니 그저 조건 없이 즐거워요.
혹시 이런 소설들이 또 있을까요?
예술, 역사, 신화, 음모나 뒷얘기의 추적...그런 것들의 마구 얽혀 있는 것이요.^-^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참, 개는 말할 것도 없고 <ㅡ 요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오늘 서점에 들러 사왔어요.
내일은 요걸 읽어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