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쓰고있는 논문의 대상이 식민지근대기이지만 아직 식민지 시대를 이렇다저렇다라고 말할 용기
는 없습니다. 논문이 완성되기 위해 결론을 내리긴 하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다만 근대를 어떤 지향
이 아닌 과정으로 본다는 것은 거의 정해졌습니다. 다음은 마침 도서관 갔다가 찾은 글입니다. 두고두
고 봐야겠기에 타이핑했는데 며칠 전에 질문이 있던 것 같아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일제시기의 역사상에 관한 논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1980년대 '사회
구성체' 논쟁이 어느 순간 철 지난 얘기 취급당했듯이 1990년대 '식민지근대화론'을 둘러싼
논쟁도 갑자기 썰물처럼 퇴장하고 있다. 시대의 경박함을 보는 것 같아 씁슬하지만 논쟁을
통해 얻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식민지 시기에도 자본주의화, 근대화가 진행되었다는
그 자체는 힘들여 설명하지 않았도 되는 상식이 되어버렸다. 그 성격은 아직 더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돌이켜 보건대 두 번의 논쟁을 거치면서 실증이 확대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시각이나
문제 의식이 깊어졌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퇴화된 느낌마저 든다. 1980년대에
이미 수탈과 개발은 동전의 양면으로 인식되었으며 이에 대한 종합적 해석이 추구되었으나,
1990년대는 억지로 수탈과 개발을 떼어놓고 개발론이나 수탈론이란 이름으로 갈라서거나
갈라설 것이 강요되었다. 심지어 특정론에 대한 '전면 부정'이냐 '부분 부정'이냐는 식으로
연구사가 정리될 정도였다. 1980년대에 비해 1990년대가 총체성은 상실하였던 것은 분명하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1990년대를 거친 현재도 연구는 1980년대처럼 근대 일반, 식민지 일반을
넘어서 근대화의 한국적 특성, 한국 자본주의의 특성에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왜 제자리일까. 이날 발표 및 토론을 포함하여 최근 1990년대 논의를 정리하는 글을
보며 혹시 남의 글, 선행 연구를 잘 읽고 챙길 것은 챙기는 작업을 너무 소홀히 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식민지근대화론(개발론)과 수탈론, 또는 식민사관
(정체성론)과 반식민사관(자본주의 맹아론,내재적 발전론)이 서로 대립하는 듯이 보이
지만 근대는 좋은 것, 그래서 성취해야 할 것 이라고 보는 점에서 똑같다는 주장은 너무
일면적인 파악이다. 근대 형성과 관련된 주제를 연구한다고 해서 다 근대 예찬론자는 아니다.
근대는 나쁜 것이니 극본하고 전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왠지 공허하여 1980년대의 유령을
보는 듯하여 씁슬하다. 1980년대 '혁명'이란 주장과 비교해 볼때 1990년대의 '전복'이라는
주장은 안타까울 정도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무엇을 통해 본 한국만 있을 뿐 한국
그 자체는 없다. 여전히 비현실적이며 따라서 무책임하다. 더욱이 근대가 나쁜 것인데
일본이 근대를 이식시켰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굳이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냐는 투의 말
까지 들으면 쓴웃음이 나온다. 이는 역사학계의 나쁜 것은 모두 식민지배 탓으로 돌리는
인습-수탈론의 한 배경이다- 을 꼬집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정도 수준에서 식민지근대
화론을 비판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다.
분명 반식민사관, 자본주의맹아론, 내재적 발전론, 수탈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글들 중에 근대화론에 경사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최근 정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맹아를 연구하고 내재적 발전을 연구해도 근대나 자본주의 성립 자체보다는
그 모순구조의 형성과 변화과정에 초점을 둔 흐름이다. 또한 수탈을 주장해도 그것이 막
빼앗는 것이 아니며 개발을 동반한 수탈이며 식민지 자본주의의 구조적 수탈이었다고
주장하는 흐름도 놓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하나로 아우르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식민지
근대화론처럼 '근대만능'이나 최근 정리처럼 '근대 전복'이 아니라 '과정으로서 근대'라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과정'의 관점은 근대나 자본주의로 역사의 막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능'의
관점에 비해 현실에 대해 전투적이고 미래에 대해 열려있다. 또한 '전복'의 관점에
비해 '과정'을 중시함으로써 근대의 역사성을 시야에 넣고 있으며 현실적이고 구체적일
수 있다. 근대나 자본주의가 여러 가지 이듯이 그 다음도 여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근대나 자본주의가 갖는 나름의 과정이나 특색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
기초하지 않은 전망이나 전복은 허탈할 뿐이다...
2. 슈피겔지 7월 14일자 특집이 '1944년 7월 20일 사건'이더군요. 독일 국방군 장교단의 히틀러 암살기도
사건입니다. 한동안 독일에서는 이 사건이 터부시되었고 별로 좋지 않은 평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근년
에 들어와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라고 하네요. 군인이라고 최고지도자나 상급자 말에 무조건 복종하
는 것은 책임회피 일수도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마이니치에서 나오는 '이코노미스토' 특별판은 헌법개정문제를 다루고 있더군요. 쟁점문제와 일본국
헌법전문을 게제했고 중,참의원들에게 개정문제에 대한 질의와 개별적인 답변을 정리했는데 547명이
대답했더군요. 정원이 합쳐서 650명정도 일겁니다.
슈피겔은 3유로, 이코노미스토 특별판은 680엔, 일반판은 1000엔 입니다.
환율과 물가를 고려해도 아직 한국 책값이 싸긴 싼거 같습니다.
3. 아침에 일어나다가 선풍기를 발로 차버렸습니다. 날개 일부분이 부러져서 그냥 돌리면 덜덜 거리더군
요. 접착제로 붙이니까 제대로 돌아갑니다. 선풍기 날개에도 공기역학적 설계가 꽤나 들어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 친구가 애인이랑 깨졌다고 술사달라고 합니다. 뭐라고 약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아, 저희는 이러고 놀
아요. 위로해준답시고 얘기하면 그게 더 놀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치들이라... -.,-
그런데 위로주 마시지도 못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아님 안된 건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