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그늘로만 골라서 다녔는데도 땀에 셔츠 앞섶이 다 젖을 정도로 덥네요.
그래도 어디 돌아다닐 일도 별로 없고 하니 그럭저럭 견딜만합니다. 회사에만 앉아 있었던
작년 여름엔 더워도 덥다고 생각 안했는데.
그래도 가장 여름이 더웠던 때는 1994년이었죠.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다들 머리에서 증기가 피어오르더라니까요;;;
오죽하면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 그만 하자 그러고 마쳤겠습니까. ㅎㅎㅎ
하긴, 그때는 교실에 선풍기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1994년은 날씨만 더웠던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무지 뜨거웠죠. 전에 한번
얘기한 적 있는 것 같지만. 월드컵에다, 김일성 사망에다, 핵위기에다.
이게 제가 기억하는 가장 뜨거운 여름이고.
저는 병특으로 복무하느라 제작년 8월 한달 동안 모 부대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훈련 초반에는 정말 죽고 싶도록 더웠죠. 나중에는 비가 자주 내려서 괜찮았지만요.
그때 뜨거운 국을 허겁지겁 먹다 입천장에 있는 살이 다 날아갔는데
첫 사격훈련 갔다오고 나서 바로 나았어요.
음식을 먹을 때 아파서 이를 악물고 삼켰던 것이, 바로 그날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죠.
그때 한 일은 그냥, 땡볕 아래서 2킬로 정도 왔다갔다 하고, 사격 훈련 기다리면서
버틴 것밖에 없었는데도요. 덥다는게 반드시 신체에 해로운 일은 아닌가보죠.
이게 두번째로 뜨거웠던 여름이에요.
올 여름엔 더위에 얽힌 추억이 별로 없어서 겨울이 되면, 올 여름 더웠나?
하고 지나가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