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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여름 시즌에 아시아로 원정 다녀오는 유럽 팀들이 늘었다. 여기서 듣는 뒷얘기나 사람들 반응은 상당히 불쾌한데 한마디로 얘들은 포화상태에 이른 유럽 축구시장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탈출구' 정도로 아시아 시장을 인식할 뿐이다. 더군다나 명문팀들의 경우 아시아를 상당히 쉽게 생각한다. 다녀오기만 하면 당연히 돈을 벌 수 있다는 배짱이다. 그러다보니 정성을 들이거나 장기적인 투자를 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일회성 이벤트를 통해 현금 긁어오는 재미에 눈독을 들일 따름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해도 이건 남의 일이었다. 그렇게 성의없이 스윽 한번 다녀가는 유럽 아해들에게 돈 퍼주는 나라 목록에 한국은 없었으니까. 한국은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외국 기업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나라다. 게다가 축구 분야는 그야말로 황무지와 같으니 제 아무리 유럽에서 날고 기는 명문팀이라 해도 쉽게 여길 곳이 아니었던 셈이다.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니라 '돈 넣고 잊어먹기'가 되어버리는 환경이니 말이다 - 호기롭게 한국 선수들을 데려갔던 네덜란드 팀들의 패색짙은 표정을 보라. 그러다보니 유럽 팀들이 주로 돈 긁어가는 동네는 '유럽축구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동남아 국가들이나 '인구숫자로 유럽팀들 현혹시키는' 중국 등이었고 한국은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그나마 한국을 찾았던 브레멘이나 페예노르트의 경우 이동국과 송종국이라는 토종 스타를 앞세워 방한했음에도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처참한 흥행 실패를 거두면서 관련 사업은 당분간 한국 땅에서 벌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한국을 찾은 팀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FC바르셀로나다.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듣자하니 열심히 뛰지 않았다고 뭐라하는 팬들이 있는데... 지적은 좋지만 핀트가 조금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 "한국까지 와서 모르는 선수들하고 뛰는데 흥이 나겠나"라든가 "우리 선수들이 너무 거칠어서 짜증나서 그랬지 않겠나"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즉, 초점은 "돈 받고 뛰는 주제에 왜 그렇게 성의가 없냐"가 되어야 한다. '상도'에 맞는 플레이는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막말로 팀과 선수의 이름을 팔아 개런티를 따내고 그 댓가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면 응당 그만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건 단순한 구멍가게식 거래에서조차 기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예의인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무명이고 거칠다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불쾌한 것은 외국 아이들의 시선이다. 유럽팀들이 아시아에서 갖는 일련의 경기들은 어쨌든 시즌 대비를 위한 '연습경기'에 불과하다. 전력을 다하지 않고 천천히 뛰면서 돈도 벌겠다는거다. 그런데 그런 '연습경기'에 수만의 관중이 몰리고 결과를 놓고 흥분하는 모습을 은근히 조소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경기의 경우 한국 측이 바르셀로나에 지불한 개런티의 액수는 꽤 적은 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에 들른 것은 '일본 덕'이라는 게 이 버릇없는 외국 아이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사실 틀린 이야기도 아니니 화낼 이유는 없다) 말인즉슨, 수원과의 경기는 아시안 투어의 오프닝 매치라는거다. 이들의 주된 목적은 훨씬 많은 개런티를 주는 일본에서의 2경기. 즉, "온 김에 좀 더 벌자"는 뜻으로 한국에 온 것이라는 얘기다. 앞의 얘기나 뒤의 얘기나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찝찝함을 떨쳐내긴 힘들다.
그래서 1-0 승리는 더욱 값있다. 패했거나 휘둘렸다면 아마 그들이 속에 품고 있는 기고만장을 단죄할 수 없었을테니. 대충 뛰었든 심판이 괴롭혔든 상대가 거칠었든 어찌되었든간에 유럽 최고 명문 중의 하나라는 그들이 지고 돌아갔다는 사실은, 저가의 개런티와 더불어 한국을 '공략하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인식하는 그들의 고정관념을 당분간 더 유지시켜줄 것이다. 돈도 퍼주고 실력도 뽀록내는 중국, 동남아 시장에 비하면 어제 경기의 결과는 여유있게 즐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어쨌든 그들은 정예 멤버를 끌고 들어왔고 호나우딩요가 전 경기를 뛰었으며, 그럼에도 패배했다. 푼돈은 벌어가지만 기분도 썩 좋지는 않을 것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더라는 이야기, 유럽 돌아가면 많이 퍼뜨리시라.
영국 에버튼 구단처럼 아시아에 공손한 접근을 시도하는 팀들은 그래서 이쁘다. 중국 기업 스폰서를 받는 조건으로 리티에를 장기계약했던 에버튼은 최근 태국 기업과 스폰서를 맺게 되자 구단 관계자들을 태국에 급파했다. 15~16세 소년 가운데 유망주 3명을 뽑아 팀에서 길러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에 유소년팀 관계자들이 열흘간 태국 유망주들을 직접 테스트한 뒤 발탁하기로 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줄 수 있는게 아닐까.
한가지, "한국 매너가 좋지 않아서 (혹은 돈도 별로 안되어서) 유럽 명문팀들이 한국 다시 안오면 어째!"라고 울부짖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이건 참 바보같은 소리다. 그들이 안온다고 손해볼 사람 한국에 거의 없다. 설사 그 명문팀의 팬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득이 될 것은 없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도 그 팀을 둘러싼 축구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유럽 축구의 인기와 국내 축구의 발전은 반비례한다. 1)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프로야구의 인기를 반감시킨 국내 사례와 2) 유럽축구의 과열된 인기로 인해 자국 축구 발전이 정체되어버린 동남아 축구의 예는 분명 우연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아쉬운 건 그들일 뿐이다. 그들이 한번 다녀간다고 우리 축구 수준이 높아지거나 명성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다녀가면 유럽에서는 '축구식민지'류로 인식될 뿐이다. 2박3일 놀러가는데 수억~수십억 퍼주는... 그러고선 후한 접대까지 해주는 식민지.) 돈 벌러 오는 팀이 아쉬워해야지 우리가 아쉬워할 까닭 따윈 전혀 없다.
부러워하려면 되려 일본 애들을 샘내자. 돈이야 우리나 동남아보다 훨씬 많은 일본이지만, 친선경기 하나를 위해 유럽 명문 불러들이는 일은 많지 않다. 영리하게도 제대로 된 경기(도요타컵)를 유치해 수준높은 경기와 마케팅 가치를 동시에 이끌어내거나 자신들이 직접 유럽으로 나서는게 그네들의 선택이다. 대표팀은 유럽 원정을 돌며 명문팀들과 경기를 갖고 클럽팀조차 유럽으로 초대받는다. 스폰서와 마케팅의 힘을 이용, 다음주부터 맨체스터 토너먼트에 참여하는 우라와 레즈의 경우를 보자. 안방으로 유럽팀 맨체스터-PSV-보카주니오스 등과 함께 토너먼트를 갖는다. 물론 '일본'이라는 브랜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영국에 와 있는 한국대학선발은 영국 조기축구 상위팀이라 할 수 있는 아마팀들과 소소한 친선경기를 갖고 있을 뿐이다. 박주영-이호진 등의 대표급 선수들을 앞세우고서도!)
어쨌든 중요한 것은 유럽 축구와의 관계를 상하수직의 구도가 아닌 좌우수평의 구도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본이 그걸 참 잘 해내고 있는 반면, 그 외 아시아 국가들은 말그대로 '식민지化' 되어가고 있다. 돈을 주는 것은 그네들인데, 돈 벌러 온 유럽팀들이 오히려 거드름을 피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면 아시아를 식민지로 만들어 경제를 수탈하던 유럽강국들의 무례함과 다를 바가 없다. 바르셀로나전의 결과는 그런 점에서 바라볼때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아가 한국도 단순히 경기력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마케팅이나 행정적 부문에도 좀 더 투자를 해야할때라는 생각이다. 아프리카 축구가 여전히 유럽-남미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기량이 쳐져서가 아니다. 그네들이 가진 시스템이나 경제력의 문제가 더 크다. 좀 더 다양한 관심과 깊이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