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역사공유론

  • Bigcat
  •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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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cat 님은 항쟁의 역사를 말씀하시지만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항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간과하
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항쟁은 곧 지배정책과 동전의 양면이기도 합니다. 청산리 전투라는 역사적 사건의 경우,
그건 항쟁의 역사니까 한국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나요? 그건 일본에게 있어서 식민지 지배사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물론 패배로 기록된 역사이지만 어쨌든 일본사이기도 하지요. 임진왜란의 경우도 한국만의 역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건 동시에 일본사이기도 하지요. 친일파들이 엮어갔던 역사는 어떻습니까. 그들은 항쟁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행적은 일본사에 포함되어야 할까요? 아니지요. 그들의 행적은 한국사와 일본사 모두에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공유되는 역사'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른손과 왼손이 부딪혀 소리를 냈다면 그건 두 손 모두에서 소리를
낸 것이지, 오른손만의 소리라고 우길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원나라 체제하에서 성립된 제도와 문화 등은 고스란히 명나라에 의해 계승되었습니다. 비록 지배계층이 바뀌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더라도 명나라가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펑'하고 등장한 것은 아니지요.

어쨌든 Bigcat님이 가지고 계신 우려는 저도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기존의 논리구조
보다 선진적이고 치밀한 논리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 한국의 반응은 그
기준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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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씀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것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항쟁사’가 아니고 ‘식민지 지배사’라고 바꿔야겠군요. 지금 제가 중국에게 바라는 것은 님께서 윗글에서 말씀하신 딱 그 정도 입니다.
현재 일본이나 한국사에서는 바로 저런 정도에서 서로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그게 아니고 그냥 몽땅 모든 걸 차지하려고 하니까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물론 명나라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청나라도 그렇구요.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원(元)사와 청(淸)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인류역사상 최대제국을 건설한 게 마치 “중국’인 것처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물론 몽골인과 만주인이 건국한 제국이라고 하지만 중국땅에 있었으니까 중국사라며 주리장창 원과 명의 역대황제들 얘기를 늘어놓으니까 그게 꼭 중국인들의 업적인 것 같지 않습니까? 위대한 중화, 위대한 중국, 이런 이미지 형성에 정복왕조라는 명분 아래 개념없이 자국사에 넣는 짓에 다름아니라는 겁니다.

일례로 지난 세기에 독일과 러시아에서 유행했던 ‘황화론’을 생각해 보세요. 중국인들이 유럽인들을 정복하러 올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게 중국인들 입니까? 서구를 공격한 것은 몽골의 칭기즈칸 이었고 당시 중국을 지배한 청조는 만주인들이었습니다. 서구인들은 몽골인과 만주인을 중국인과 혼동한 거죠.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 중국땅에 있었다고 중국사라고 하니까, 그냥 이 사람들은 그냥 중국 사람들이 되어 버리는군요.
전에 수업을 듣다가 청나라가 영국과 치른 아편전쟁의 패배가 중국의 ‘중화사상’을 깨는 계기가 됐다.라는 얘기를 듣고 제가 딴지를 걸은 적이 있습니다.
‘청은 만주족이 세운 나라고 중국의 한족은 그 피지배 민족이니 벌써 정복된 민족이 중화사상 어쩌구 하는건 어불성설이다. 그건 벌써 깨진지 오래 아닌가
라고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만, 역사를 공유함에 있어서는 분명히 경계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분명히 식민지 지배역사는 일본과 우리가 충분히 공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배와 통치사’ 우리는 ‘항쟁과 친일부역의 역사’. 그래서 일본은 자국의 역사에 조선인 저항자들 얘기가 없고 우리는 그 시기 일본 천황가와 일본의 정치사를 한국사에 넣지 않는 겁니다. 저는 딱 이 수준의 경계를 중국사에 요구하는 겁니다. 같이 살았다고 되나 안되나 남의 왕조사를 중국사에 슬쩍 끼워넣는 짓 하지 말고 한(漢)족이 그 왕조에 어떻게 저항하면서 자국의 정체성을 지켜냈는지 어떻게 외래 민족의 통치를 잘 소화해서 다음 한족왕조의 창조에 적용시켰는지, 그런 걸 역사에 기록하라는 거죠.

역사공유 문제는 전부터 저도 생각하고 있던 겁니다. 항상 좀 이상했던 게 만주와 요동, 연해주의 땅은 어떻게 된 걸까. 그게 우리민족만의 역사라면 1000년이 넘도록 왜 수복이 안 되는 거며 그럼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바로 ‘만주’인들을 생각한거죠. 말갈, 혹은 숙신으로 불리며 중국을 정복해서 청조를 세운 이 사람들은 분명 우리와 고약한 인연 - 두 차례의 참혹한 호란 - 이 있지만 분명 어느 시기에는 우리와 함께 역사를 공유한 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고조선, 고구려, 발해 이 세 왕조는 다민족 국가지 결코 우리만의 단일민족 국가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과 역사를 공유해야 하느냐? 그건 결단코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면 이 사람들은 중국의 한족이 아니니까요. 우리는 만주인과 역사를 공유할 순 있어도 중국의 한족과는 역사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같이 산 적이 없잖아요.

신라의 삼국통일은 허구라고 봅니다. 그것 보다는 안정복 선생의 ‘남북국론’이 옳습니다.  빨리 교과서가 바뀌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서울 근교에 버려진 고구려 유적의 실태에 분노하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예산 부족 문제야 전부터 제기된 거고...제 생각엔 이 문젠 좀 더 깊은 사연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은 교과서에서 그냥 고구려, 발해를 배우니까 당연히 우리 학계에서 이들 역사연구가 무리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전 어렸을 때 좀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고구려사를 연구하면 빨갱이다.’라구요.
확 깨지 않습니까? 우리 고대사 연구에 빨갱이라니? 이 보다 더한 얘기는 대학에 와서 또 들었죠. 어떤 술자리에서 내가 조선의 사대주의와 성리학을 좀 과격하게 비난하자 선배가 말하길, 그런 쪽으로 연구하던 어떤 대학교수가 간첩협의로 지금 감옥에 있다고. 그러니 너무 그런 식으로 역사를 생각하진 말아라...하더군요.

다분히 과장된 얘기긴 합니다만,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왜 고구려 관련 연구자가 5명밖에 안되네 9명은 되네 하겠습니까? 뭐 단지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가 거의 북한에 있어서 그렇겠습니까? 발해와 고구려 연구를 하자면, 북한 학계와의 교류는 필수 사항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 학계도 고구려 연구에 대해서 만큼은 북한의 연구성과를 넘을 수 없는 사항이라는 걸 인정하는 터이니, 대부분의 유적과 유물이 북에 있는 고로 북한과의 연구교류는 필연적이 되겠습니다만, 그 무서운 국가보안법이 버티고 있는 한 이게 제대로 되겠습니까?
사실, 송두율 교수가 국보법으로 얽히는 거 보고 있자니, 그동안 고구려 연구가 왜 그리 지진하고 초라할 수 밖에 없었는지 실감이 나더군요. 제가 가끔 놀러가는 우익 사이트에서도 한참 동북공정 얘기하다가 누군가 북한 학자의 연구에 대해 언급하자 대뜸 ‘빨갱이가 어쩌구’ 하는 얘기가 뜨던걸요.
(삼국의 언어가 달랐다는 남한 학자의 주장에 북한 학자가 그건 사투리 쓰는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내용을 소개한 겁니다. 이 정도 갖고도 그 사람들 빨갱이 운운하고 그럽디다.)
사실, 북한의 고구려 연구에 다소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신라 - 고려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따르고 있다면 북한은 고구려 - 고려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몇 년전 단군릉 복원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문연구를 무리하게 정치적인 목적에 끼워 맞추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뭐 옥석은 가려야겠죠.

어쨌든, 이번 사태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잖아도 아무왕조나 중국땅에 있었으면 다 중국사라고 남의 나라 중화주의에 개념없이 놀아나던 우리나라의 중국사 서술에 불만이 많았었는데, 이 참에 아주 치열한 논쟁을 해서 민족사와 역사의 공유에 대한 인식을 좀 재고했으면 합니다. 정부에서도 북한과 연계해서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이걸 기회로 북한과 교류가 더 확대되는 계기도 되겠네요.
듣자하니, 딴나라에서도 국사 시험을 수능의 필수과목으로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네요. 간만에 이 사람들이 기특한 소리를 하는군요. 국사시험의 수능부활과 더불어 공무원 시험과 각종 고시에서도 국사과목의 부활이 추진됐으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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