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 게시판에 먹는 얘길 자주 쓰기 때문에 저 사람(그러고 보니 제 닉도 먹는 것과 관련이)은 먹는 것만 밝힌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는데, 사실 옷입는 것도 먹는 것 못지 않게 좋아합니다. 윈도 쇼핑과 잡지 보기, 영화 공연 보기처럼 눈요기하는 것도 매우 좋아하구요(오죽하면 제일의 취미가 people watching이라고 말하고 다니겠어요). 게다가 한 때 연구하던(!) 분야가 화장품이어서 화장품에 대한 취미도 만만치 않습니다(다행히 메이크업보단 기초 쪽에 투자를 하는 편이지만요).
그러다 보니 옷도 심심챦게 사게 되긴 하는데, 다행인 것은 옷을 사기 보다는 구경하기나 적당히 맞춰 입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겁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본주의의 노예'정도까진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맘에 드는 적정가의 물건을 만나면 흐물흐물 무너집니다만서도~.
최근 발견한 집 근처의 아웃렛, 항상 사람이 많고 옷도 많아 정신이 없지만 한 번 가면 건질 게 많아 애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운동용 Reebok 티셔츠, 뺀딱뺀딱한 재질의 운동용 반바지(이런 걸 왜 입나 했더니 의외로 시원하고 편하더군요. 비올 때도 괜찮을 것 같고)를 2만원 정도씩 주고 샀고, 르까프에서 운동화를 5만원쯤, 그리고 청색 면 반바지를 만원 주고 샀습니다. 이렇게 한 바퀴 돌고 이것 저것 건져 나오면 흐뭇해요. 물론 어머니 부탁(요즘 저희 어머니는 쇼핑 취미를 완전히 잃어버리셨답니다. 가끔 저 데리고 백화점 나가서 옷 골라 입혀놓으시고 흐뭇해 하시긴 하지만~)으로 다른 것들도 사긴 하는데... 역시 아웃렛은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아서 그게 한계더군요.
어쨌든 요즘 제 보통 차림(집에서)은 E모 브랜드 표 만구천원짜리 나시 블라우스, 만원짜리 감색 반바지(옆에 주머니 달린), 이대앞서 몇 년 전 산 만오천원 짜리 에스파드릴(발목에 끈달린 운동화)랍니다. 그도 아니면 다 낡은 시스템 티셔츠(역시 삼만원)에 만오천원 짜리 소 베이직 바지, 길거리표 슬리퍼 정도.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도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럭셔리 스타일보다는(이건 일단 능력이 안 됨) 싼 거 사서 맞춰입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지금 직업이 자유직이라 더 그래요.(회사 다닐 때는 저도 브랜드의 정장을 샀더랍니다. 직업상 필요 때문에도 그렇고...은근히 사치를 좋아해서 그랬는지도;;).
지난 주엔 계속 공식적인 일들이 있어 제 스타일이 아닌 편한 정장(하늘하늘한 소위 여자다운 옷차림)을 하고 다녔더니 피곤이 쌓이더군요. slingback이라고 하는 정장 구두도 걷기 좋아하는 제겐 영 아니고...(하긴 소위 '하이힐용 걸음걸이'가 따로 있다니...;;) 그런데도 어제 외출할 땐 눈물을 머금고 스커트를 입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빨래도 다림질도 모두 밀려 있었거든요. (뭐니뭐니 해도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입는 게 제일 중요한데, 옷 입자고 어머니 땀흘리고 다림질하시게 놔둘 순 없고, 제가 다리미 잡은 지도 워낙 오래되서-_-)
이런 아웃렛 생활을 한 지도 몇 달 됬습니다만, 가끔은 약간 지겨운 생각도 들긴 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economize를 해야 하는지 싶어서요. 저도 옷장을 보면 제일 정이 가는 옷 중 하나가 D모 디자이너의 정장이거든요(외국갔을 때 50% 세일이라고 큰 맘 먹고 산 건데 daytime과 nighttime에 다 입을 수 있고 워낙 편한 옷이다 보니...)
수다가 길어졌는데... 아직은 나이가 있어서 캐쥬얼은 아무 거나 혹은 중가, 정장은 유명 디자이너의 세컨드 브랜드(예를 들어 이태리 M모사의 세컨드 브랜드들은 가격 옷감 디자인 면에서 찾아보면 괜찮은 거 많습니다. 이상하게도 같은 값이면 국산보단 외제를 오래 입게 되더군요. 양복의 원조국과 후발국 차이라 생각됩니다만...)면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어려운 자리에 나갈 때 좋은 옷이 자신감이나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싼 옷으로 치장하는 거 좋아하고(정말 한국사람처럼 브랜드 좋아하는 사람들 별로 없을 겁니다. 저 포함해서) 사치스럽고 lookism경향이 충만한 것도 사실이긴 한데(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수다를 한 판...;;;) 그 점은 인정하고 긍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를 남한테 제대로 표현한단 면에선 겉모양이 중요하고, 또 자기의 미적 센스(?) 같은 것도 만족을 시켜야 하니까요. 이런 생각 땜에 요즘은 옷 맞춰 입는데 무지 까다로워져서 불편하긴 하지만요~(어제도 어머니 블라우스와 바지 색이 안 맞는단 지적을 하고 말았음. 그래도 어느 한도까지의 까다로움은 필요한 것 같아요. 세련되진 않았어도 촌스럽단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