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략자의 얼굴들 - 동북공정과 연계해서
새치마녀(2004-08-07 16:28:13)
공무원 시험에서 국사(한국사)는 이미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일본의 역사에 조선인 저항자들 얘기가 없고 우리는 그 시기 일본 천황가와 일본의 정치사를 한국사에 넣지 않는' 그런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일본이 자신의 역사에 조선인 저항자들 얘기를 하지 않는건 우리가 문제삼아온 바로 그 역사왜곡이죠.
그리고 우리가 국사시간에 일제 침략에 대해서 배울 때 '정한론'은 잠깐이나마 언급이 되는데 이것은 일본 정치사에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만 봐서도 일본 정치사를 한국사와 완전히 분리시킬 수는 없다는 게 드러나죠.
또한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사건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어떤 성향의 정치인인지를 모르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토히로부미는 그냥 '나쁜 놈'으로만 알려졌지 어떤 정치인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죠. 게다가 이토 히로부미와 다른 성향을 가진 유력한 정치인은 이토 히로부미 암살 이후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우리나라에 강경책을 써 왔는데 이 인물에 대한 언급은 국사시간에 아예 없었죠. 나비효과(2004-08-07 17:10:45)
세치마녀//지금 고3인 학생의 입장으로써 그 말에 동의합니다. 국사를 배우다 보면 도저히 연관성이 없이 그냥 무조건 외워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타국 역사와의 연관성이 없이 우리 국사만을 다룬다면 상당히 편협한 교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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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 제가 가끔 놀러가는 우익 사이트에서 한참 이 얘기가 한창 진행되는 터라 조만간 거기서 썰을 풀을 생각이었는데, 이왕 뭐 돗자리 깔아주신거... ^O^
공무원 시험에 국사가 아직 있었군요. 전에 빠진다는 얘길 들어서. 사법고시에서만 제외된다는 얘기였나?
역시 제가 또 전달을 제대로 못했군요. 위에 일본의 역사서술에서 제가 언급한 부분은 한국통치와 관련 없는 일본의 정치사 - 천황과 일본의 여타 근대 정치사에 대해 말한 것 이었습니다. 일본의 근현대사는 한국 없이도 얼마든지 서술할 수 있지만, 우린 불행하게도 일본 없이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서술할 수가 없쟎습니까.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없는 일본의 역사를 우리역사에는 넣지 않죠. 그 점을 말한 겁니다. 물론 침략사실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일본의 서술태도는 문제가 있죠. 제가 그 점을 누락했군요.
그런데, 중국의 역사서술은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원이나 금, 청의 역사에서 자기들과 별 상관없는 왕조사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자기네 역사에 포함하여 서술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그냥 언듯 보면 그게 다 중국사인 것처럼. 분명히 겹치는 부분이 있을테고 그것만 서술하면 될 것을 중국인들은 몽땅 다 취급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일본의 정치가들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예, 좋은 지적 하셨습니다. 저도 학생시절부터 품은 의혹이었는데, 바로 그 ‘일제(日帝)’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죠.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각각 3학년때 근현대사만으로 한 학기 내내 배우게 됩니다. 사실, 시험에 나오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를 제외한다면, 우리 중고등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일제의 35년 식민지 치하의 역사만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비중있게 다뤄지는 식민지 침략기 역사가 사실은 실체없는 무주공산 같다는 겁니다. (비유가 제대로 됐나?) 뭐랄까...분명히 내 눈으로 똑똑히 끔찍한 난투극을 보긴 봤는데, 쓰러져서 피 흘리는 피해자만 있지 칼들고 사정없이 난도질한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 뭐 이런 거 말입니다. 걔가 어디로 도망간 것도 아니고 분명히 옆에 서 있는데 말이죠. 그것도 증거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들고 서 있는데.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들 언제 역사 교과서에서 조선에 부임한 역대 일본총독들 사진 본 적 있으세요? 그 사람들이 누군지 이름이라도 들어보신 적 있나요? (두 번째로 부임한 사이토 총독은 최근에 국사 참고서에 사진이 실렸더군요. 이 양반은 군발이면서도 관료기질이 다분한 게 조선인 친일파 양성 몇개년 계획, 뭐 이런걸 만들었더군요. 구체적으로 후보가 될만한 조선인 상류계층에 대한 조사도 꼼꼼히 해서 명단도 만들었고.) 그리고 숱한 조선인들을 난민으로 만들어 저 멀리 만주나 연해주로 방랑하게 만든 그 악명 높은 동양척식주식회사 사장이 누군가 이름이나 얼굴 하나라도 교과서에서 보신 적 있으신가요? 또, 3.1운동 때 시위대에게 발포명령을 내린 일본의 헌병대장의 얼굴이나 이름들을 들으신 적 있나요? 제암리 사건은요? 조선에서 자행된 일본군의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꼽히는데, 이 양민학살을 주동한 일본군 장교의 얼굴이나 이들 부대의 이름, 혹시 교과서에서 들으신 적 있나요? 조선어학회 사건은요? 당시 조선총독부와 조선담당 일본 고등계 형사계에는 소위 불령선인들만 담당하는 사상범 전문팀이 있었는데, 혹시라도 이 사람들이 누군지 이름이나 얼굴들을 교과서에서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럼 그 악명 높은 창씨개명은요? 조선어 말살 정책은요? 강제징용과 징병, 조선인 전체를 아사 직전으로 까지 몰고 간 식량, 물자공출령은요? 이런 거 명령하고 조선에서 정책을 수행한 일본인 정치가나 관료의 얼굴이나 이름을 교과서에서 혹시 보신 분 계십니까?
저를 요즘 계속 괴롭히는 게 바로 저 물음입니다. 직업상 이번 여름방학과 다음 학기 내내 저는 학생들에게 일제치하 식민지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데, 바로 저런 물음에 대한 답이 없습니다. 정말 웃기는 게 위에서 제가 지적한 사항들은 학생들이 한 학기 내내 배우는 내용들이고 국사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는 사항들인데도 그렇다는 겁니다. 물론 제가 좀 부지런을 떨어서 일본의 역사 기록을 뒤진다면야 몇 사람정도는 제 힘으로도 찾겠지요. 그런데, 그걸 가르치는 게 학생들에게 뭔 의미가 될까 싶어요. 어짜피 교과서에 없는 내용이라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닐테니 애들이 듣긴해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을텐데요.
이런 의문이 들게 된건 전쟁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도서관이나 인터넷상을 돌아다니다 보니 2차대전 유럽전역 자료가 가장 많더군요. 닥치는 대로 훑다가 정말 재밌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독일군 이더군요. 어찌나 열광들을 하던지 덕분에 정말 원없이 독일 나치군 장성들과 장교들, 정치가들의 이름, 얼굴, 행적들을 구경했습니다. 물론 이들은 전범으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사람들이고 그들의 전장에서의 빛나는 전승과 더불어 이들이 유태인과 기타 점령지에서 저지른 만행들을 본의 아니게 두루두루 살피는 계기도 됐죠.
그런데, 문득 그 독일인 침략지들의 얼굴과 이름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겁니다. 그 독일인들과 동시대에 저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와 살을 맞대고 살았던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실체를 보고 싶다는. 그냥, 뭉뚱그려 ‘일제(日帝)’가 어떻고 저떻고‘가 아니라 - 모두들 제가 위에서 나열한 질문들에 대한 교과서 설명의 주어들이 모두 ’일제(日帝)‘ 하나만으로 설명되고 있다는 거 아시죠? - 조선의 침략정책을 일선에서 총지휘한 총독들의 얼굴과 이름들을, 그 조선땅 다 말아먹어다 일본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에게 헐값으로 넘겨준, 그래서 조선농민들을 난민 내지는 노예같은 소작농으로 전락시킨 그 동양척식 주식회사 간부들하고 토지조사사업을 주동한 일본인 관료들의 얼굴과 이름들을, 그 제암리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일본군인들의 이름과 얼굴들을 교과서에서 보고 싶다는 겁니다.(이 사람들은 독립기념관에 조각으로 남아있지만, 그냥 그건 미술작품에 불과한거고.)
해마다 우리는 3,1절과 8,15 광복절에 일제 시대 배경의 특집드라마를 봅니다. 거기에는 항상 우리 독립투사들을 투옥하고 고문하고 이름 안 바꾼다고 어린 학생들을 개패듯이 패고 어린 여자애들을 정신대로 끌고가서 죽을 때까지 강간하는 정말 인간으로서 상상을 초월하는 일본인들이 등장합니다. 전 정말이지 어렸을 때는 일본인들은 다 미친 살인마에 변태들인 줄 알았어요. 저만 그런게 아닐겁니다. 똑똑히 기억이 나는데, 제가 초등학교나 중고등 학교 다닐때 국사 시간이나 사회시간의 절반은 일본 성토대회였어요. ‘일본인들은 다 악마다.’ ‘일본인들 다 죽었으면 좋겠다.’ 교실에서는 욕설과 함께 이런 얘기들이 난무했죠. 요즘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제가 어렸을 때 답습했던 얘길들을 서슴없이 합니다. ‘일본인들 다 바다에 가라앉아 죽었으면 좋겠어요.’ ‘일본인들 다 죽여버려야 해요.’
사실, 무리도 아닙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거나 잊을 만하면 드라마에서 해 주는 거나, 그런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는 참혹한 비명소리와 울음 소리를 듣는데, 어떻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인들에게 중오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비단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저런 반응은 당연한 거죠.
하지만 문제는 저런 증오심의 대상이 실체가 없는 존재라는 겁니다. 그냥 그 잔인한 악마들은 뭉뚱그려 ‘일본’, 덩그러니 이거 하납니다. 뭡니까 이게. 당시 수천만의 일본인들이 모두 조선침략에 나선것도 아닐텐데(여자에, 어린애에, 일반 평범한 사람들까지 몽땅) 우린 그냥 우리끼리 모여 일본인들 욕하다가 끝나는 겁니다. 해마다 두 차례씩 국가행사로. 이렇게 일본인들 증오해봤자 뭐 남는 게 있나요? 일본인들의 구차한 변명만 듣고 있지. 그냥 수사로 좋은 일본인들도 있었다. 이렇게 하는 말도 우습고 그렇다고 실제로 일본인들과 상종 안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저는 우리 교과서도 빨리 이런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 이상 역사 시간에 ‘일본, 일제’라는 얼굴 없는 귀신들하고 싸우는 것도 끔찍하고 우리 애들이 특정 외국에 대해 무분멸한 증오심과 상처를 갖고 자라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제가 바라는 건, 그 독일의 나치전범들같이 실체가 분명한, 일본인 침략자들입니다. 이 인간들만 이름 하나 하나, 얼굴 하나 하나 우리나라 역사책에다 박제해 놓고 두고두고 저주하며 거울로 삼을 일이지, 그냥 수천년 전부터 우리 옆에 있었고 앞으로도 옆에 있을 이웃나라를, 통째로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로 삼고 저주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손잡고 살아가는 꼴은 정말 누가 뭐래도 이상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이 문제에서 만큼은 우리 국민들은 정신 분열증 환자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일례로 축구할 때 한일전이 어땠나 생각해 보세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극일이니, 지일이니, 일본이 밉더라도 배울 건 배우자. 뭐 이딴 소리 다 허장성세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정부에서 좀 마음만 먹고 학자들에게 지원을 해주면 이 문제 해결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일본에도 자료가 쌓여 있으니까요. 그 사람들 정말 기록 하나는 끝내주게 남깁니다. 어떤 쇼 프로그램 보니까 <신선조>조직원들이 하오리 맞춰 입은 가게가 지금 어떤 백화점이냐고 퀴즈까지 내던데, 이런 어찌보면 쓰잘데 없는 것까지 기록하는 사람들이 자기네 제국의 사업을 앞에서 총대메고 뛰었을 사람들에 대해서 남기지 않았을 순 없겠죠. (너무 많아서 조사하다가 묻힐 지도 모르겠네요. --;;)
개인적으로는 지금 정부에서 입법 추진하는 ‘친일진상규명법’에 이어 이 문제도 다뤄졌으면 합니다. 물론 우선 내부의 적부터 처리하고 봐야겠지만.
칸막이(2004-08-07 17:46:35)
저와 Bigcat님과의 생각의 차이는 이런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중국사는 '현존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기반이 되는 과거의 궤적'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중국은 한족을 포함해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조선족들도 저는 엄연히 중국인이라고 봅니다.
그에 비해 Bigcat님께서는 중국=한족(漢族)의 나라라고 좁게 규정하고 계신듯 합니다. '1국가 1민족'의 기준으로
본다면야 Bigcat님의 말씀도 납득이 갑니다. 그러나 세상엔 '1국가 1민족'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 못한 나라가 훨씬
많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학문적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한 관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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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확실히 그 부분에서 관점이 달라지는군요.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역사 = 민족사라는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어찌 보면 부모에게 물려받는 유산과 같은 것입니다. 지금 나와 한 집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부모가 다른 사람의 유산을 제 멋대로 가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님의 의견대로라면 근대국민국가를 세우지 못한 민족은 독립된 제 나라 역사도 가질 수 없는 거군요. 그럼 일제때 일본인들이 그렇게 우리에게 나발불던 일선동조론은 학문적 보편성 확보하자고 한 선구적인 작업이었겠네요. 분명히 일제시대 조선은 일본과 합병한 ‘1국가 2민족’ 한 몸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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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를 서술하면서 원나라 지배층이 몽골인이라는 것을 숨기는 것도 아니고, 청나라 지배층이 만주족이라는 것을
숨기는 것도 아닌데 이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는게 문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나라가 남긴 유산은 명나라로
흡수되어 중국 문화의 일부가 되었고 만주족 역시 엄연히 현존하는 중국의 구성원으로 흡수되지 않았습니까? 제 소견
으로는 중국사를 한족만의 역사로 한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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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유한다고 해도 이민족 왕조에 대한 기존 중국사 서술의 문제점은 역사를 전개하는 주동세력에 자기들 중국인이 아닌 원,과 청을 놓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아무리 이들이 이민족이라는 걸 숨기지 않는다고 해도 그냥 이들은 자동적으로 중국이라는 외피를 뒤집어쓰는 겁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말하죠. 이들은 우수한 중화에 동화되었다.
뭐가 동화됐다는 겁니까? 원나라가? 돌궐이? 티벳이? 엄연히 몽골과 터키라는 나라가 있는데? 티벳은 어떻구요? 지금 독립하려고 내전도 불사하고 있지 않나요? 사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중국인들의 입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일전에 중국의 기록물센터 사람들의 강연회를 들을 적이 있었는데, 그 중국인 관리들이 티벳의 포탈라궁 사진을 보여 주면서 그러더군요. “우리 중국에 꼭 놀러오십시오.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답니다.”
상상해 보세요. 반세기 전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경복궁 사진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광경을요.
“우리 일본에 꼭 놀러오세요.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이 사람들이 그냥 이민족 왕조가 남긴 유산만 기록한다면 우리가 이렇게 거품물 일이 없을 겁니다.
만주인들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한 때는 청제국을 세워 중국전체를 지배하고 명나라의 두 배나 되는 영토를 확보했던 사람들이, 정말 중국에 동화되긴 한 겁니까? 중국인들을 만주인들의 전통의상을 자기네 전통의상인 마냥 입고 다니면서 그렇다고 말하는데, 그거 그냥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 겁니까?
한번 일제때 일본인들이 기모노 대신 우리 한복을 제나라 전통 의상인 마냥 입고 다니면서 이렇게 말하는거 한번 상상해 보세요. “우리나라 옷 예쁘죠?”
제가 듣기론 청나라 정부가 무너지면서 국민당이든 공산당이든 청나라에 부역한 한인들에 대한 처벌이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중국인 의사선생은 조부가 청황실의 어전의 였는데, 그 분 자제분들 다섯명 중 네명이 부역혐의로 처형됐습니다. 이 의사양반 아버님만 간신히 조선으로 도망쳐서 살아남았죠.
더 자료를 찾아봐야 겠지만, 분명 중국인들은 자기네들과 만주인을 구분했습니다. 청조가 무너지는 순간까지도 만주인들은 중국인들과는 다른 별도의 계층으로 존재했습니다. 청조 말엽의 서양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들에도 분명 중국인과 만주인들이 구분되는 별도의 삶을 살았다는 증언들이 있습니다.
어느 마을을 가든 만주인들은 일은 안하면서 빈둥거리며 사는 대도 삶이 보장된다거나 만주인 여성들은 한인 여성들과 달리 전족을 하지 않는대도 전족을 한 중국인 여성들을 흉내내어 뒤뚱거리며 걷고는 한다. 등등 생활상에서는 이런 기록들이 보이고 있죠.
마지막 황제인 부의도 자신들의 만주땅에 만주인들의 나라를 세우려다 전쟁 끝나고 중국의 죄수로 일생을 보내지 않았나요.? (만년에는 감옥에서 나왔지만.) 물론 만주국의 성립과 일본제국과의 향기롭지 못한 얘기가 있습니다만.
제가 더 이상 들은 자료가 없어서 이 이상 만주족의 독립 얘기는 못드립니다만, 그 사람들이라고 해서 제발로 원해서 중국이라는 집에 군식구처럼 사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람들이 제 입으로 우리 만주인은 이제 없고 우린 모두 중국인이요. 라고 하지 않는 한 중국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우리 조선도 한때는 분명 일본과 합쳐서 선진 일본문화를 잘 받아들여 정말 대단한 문명개화로 일본인이 되었고 모든 조선인들이 일본인으로 살게 된 걸 축하한다고, 일본인들이 세계만방에 떠들고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인만 그랬나요. 당시 조선을 들락거리는 미국인, 영국인, 프랑스인등등...소위 문명제국 이라는 사람들이 다 거기 동조했는데, 정말 소수 사람만 빼고...
생각해 보세요, 분명 만리장성 동북쪽은 일본의 만주국이 패망하기 전에는 결코 중국인들이 살던 곳이 아닙니다. 거기 살기 시작한지 겨우 반 세기밖에 안되는 작자들이 수천년에 이르는 남의 민족의 역사를 차지하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愚公(2004-08-08 09:28:49)
Bigcat / 그런데 중화주의는 종족적인 개념보다 문화적인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청조淸朝 지배기의 중국에서도 유지될 수 있었고 아편전쟁의 결과가 중화주의를 형해화하는데 일조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청조의 황제들도 자신들이 이민족임을 인정하면서 중국통치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덕치군주를 강조했죠. 중화주의=한족 우월주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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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저는 중화주의를 한번도 종족의 개념이 아닌 문화개념으로 본 적이 없는데요. 만약 명나라가 망하고 대륙에는 오랑케가 득세하고 있으니, 우리야 말로 진정한 중화다. 하면서 작은 중화 어쩌구 떠들었던 조선시대 사림들 얘기하시는 거라면 더더욱 동의 할 수 없구요. 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제일 한심했던 작자들이 중화주의에 놀아난 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일제에 부역한 작자들 보다 더해요. 그 인간들이 명나라 황제들에게 바친 송시들은 그 수사의 화려함이 천황에게 바친 것 보다 더 합니다. 솔직히 조선사 공부하다 보면 이 사람들이 조선의 신하들인지 중국의 신하들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화주의는 중국인들이 자신과 주변의 민족들을 구분하고 그걸 받아들인 민족을 장기적으로 포섭하고 길들이는 도구 아니었나요? 물론 문화적인 개념으로 그런 거지요. 특히 성리학은 중국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더 발달했다고 그러는데, 그것도 웃깁니다. 성리학의 근간은 뭐 인간의 심성과 우주만물의 원리 어쩌구 하지만, 중국 중심의 정통주의와 명분론이 그 근간이 되는거 아닙니까? 아니, 남의 나라 입장 대변을 지가 그렇게 열심히 해서 뭘 하자는 겁니까? 그러면서 중화는 문화적 개념입네 하면서 임란 이후 일본에 12차례나 갔던 통신사들은 그렇게 일본을 오랑케라고 무시하면서 그네들이 변하는 모습을 조금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단 말입니까?
솔직히 말해서 에도 시대의 일본문화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청나라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부와 수준을 갖추고 있었지만, 한심하게도 조선 통신사들은 그들을 비웃었죠. 중국의 중화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물론 일본인들도 성리학에 대한 강의는 조선인들에게 열심히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냥 참고로 공부하는 선택과목이었지, 조선처럼 국가의 근본으로 심지는 않았습니다.)
청조가 일견 중화사상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는 건 그냥 통치수단의 하나일 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10%도 안되는 만주인들이 90%에 가까운 중국인들을 어떻게 지배했을 것 같습니까? 상당 부분 그들과 타협을 본 거죠. 솔직히 말해서 청의 명나라 정복과정은 명의 지배계층 이었던 신사들이 그냥 통째로 중국을 떠다가 청나라에 바친거나 다름없습니다. 기존의 지배계층이 제 한 목숨 살자고 적당히 타협을 봤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어이없는 정복과정을 설명하기가 힘들죠. 자신의 기득권을 챙기고 오랑케의 머리를 하고 옷을 입는 대신, 오랑케에게 자신들의 중화사상을 받아들이게 한다. 확실히 중국인들에게는 남는 장사였던 것 같습니다. 초기에는 문자의 옥이니 뭐니 해서 피도 많이 보지만.
청나라 황제들이 덕치 어쩌구 했던 것도 말 그대로 중국통치를 정당화 하고 안정적으로 하기위해 구사한 수사에 불과하지, 그들이 정말로 자기들이 중국인이 되려고 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강희제를 비롯하여, 융희제, 건륭제 모두 만주인들의 고유문자와 자신들의 민족문화를 지키기 위해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물론 황제들이 모두 자기네들의 만주어 외에도 중국어를 배우고
사용한 것은 정말 저 90%라는 숫자대비를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일례로 아편전쟁 이후로 청정부 내의 보수파로 대표되는 서태후와 개화파로 대표되는 변볍자강운동, 그 이전의 이홍장이 이끌었던 양무운동의 사례를 한번 보세요. 왜 서태후가 이런 개혁세력들과 원수같이 싸우면서 마침내는 이들을 뒤엎었던 걸까요? 단순히 그냥 자기 권세를 세우려고, 회갑잔치 크게 하려고 군비 빼돌려 군함 살돈으로 자기 정원이나 판 걸까요? 물론 그런 측면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분명 서태후는 자신은 만주인이라는 확교한 개념 아래 한인관료 중심으로 돌아가는 개혁정책에 크게 반발한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도 저 개혁들이 일정 성과를 보게 된다면 청황실이 중국의 지배권에서 밀려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죠. 서태후에게 자기는 ‘중화주의를 받아들인 중국인’이라는 개념이 있었다면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중화주의는 분명 한족우월주의 맞습니다. 우리조상들이 한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닙니다. 분명 중국인들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민족 왕조가 자기들 머리 위에 있어도 그들에게 몽땅 중국땅에 있었으면 다 중국이라는 마구잡이 사고 방식으로 그냥 사고해왔을 뿐이죠.
그러고보니 이번의 동북공정은 비단 우리만이 아닌 바로 이 만주인들을 겨냥한 것이군요. 고구려와 발해, 그리고 고조선은 분명 다민족 국가이고 이 세 나라의 한 축을 이룬 것은 바로 이 만주인들입니다. 중국이 노리는 건 만주인은 우리에게 동화되었으니 고구려, 발해, 고조선은 자기들 역사라 뭐 이런 얘기겠죠. 추후 만주인들이 독립한다고 딴소리 할 경우도 대비해서.
다들 아시겠지만 지난 반세기전에 만주국과 일본이 패망하기 전까진 저 만주와 요동은 중국인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그 정도 세월 살았다고 해서 지난 수천년의 역사를 넘본 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만주인들이 중국에 동화됐는지 아닌지 우리가 그런 말 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우리의 지난날의 아픈 역사를 뒤돌아 보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