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리, 몬스터’ 가운데 박찬욱 감독이 만든 ‘컷’의 한장면. 괴한은 납치된 감독에게 정체불명의 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피아노줄에 묶인 아내의 손가락을 5분마다 하나씩 자르겠다고 협박한다. "인육(태아)을 먹거나 어린이의 목을 조르는 등 과도한 폭력장면 때문에 영화 '쓰리, 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제한상영가 판정이 마땅하지만, 그 결정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이 두려워 그냥 (18세 관람가로) 타협했다. 하지만 앞으로 영화등급 판정 때마다 이 영화가 전례가 돼서 더욱 잔혹하고 인명을 더욱 경시하는 영화들이 버젓이 상영될 거라고 생각하니 떳떳하지 못하다."(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소위의 한 위원)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한국.일본.홍콩의 유명 감독 세 사람이 만든 옴니버스 공포영화 '쓰리, 몬스터'(20일 개봉)가 최근 잔혹성과 인명경시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영상에도 불구하고 제한상영가(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가 아닌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킬 빌'(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신체 절단과 유혈이 과다한 장면이 문제가 돼 제한상영가를 받았던 것을 떠올리면 이례적이다. '쓰리, 몬스터'는 '킬 빌'보다 더 강도 높은 폭력장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착하다는 이유로 납치당한 영화감독 이야기를 다룬 박찬욱 감독의 '컷'(CUT)에는 괴한이 피아노에 묶인 감독 아내의 손가락을 도끼로 자르는 장면과 그 손가락을 믹서에 넣고 가는 장면, 아내에게 물어뜯긴 괴한의 목에서 피가 콸콸 쏟아지는 장면 등이 들어있다. 괴한이 데려온 정체불명의 아이를 감독이 목 졸라 살해하려는 장면도 있다. 홍콩의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는 젊어지겠다는 욕망에 낙태한 태아로 만든 만두를 먹는 여배우의 얘기를 다룬 작품. 소녀의 몸에서 방금 끄집어낸 5개월 된 태아의 형체를 뚜렷히 보여준 후 바로 칼로 고기를 다지는 장면, 그리고 더 이상 만두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자기가 임신한 태아를 꺼내 먹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평론가들은 대체로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쓰리, 몬스터'가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을 환영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도 사회적 책임 안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영등위의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상명대 조희문 교수는 "심위위원들이 작품성을 빌미로 박찬욱.이병헌이라는 명성 앞에 주춤해서 내린 결론"이라며 "규정은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문제 삼으면 안되는데 유명감독 작품이라는 사실 때문에 관대한 판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9월 베니스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될만큼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 영화에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을 때 쏟아질 비난이 두려워 타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킬 빌'이 제한상영가를 받은 끝에 수입사에서 10여초를 자진삭제한 후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자 일부 영화단체와 영화팬들이 주도해 영등위 심위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심위위원들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컸다"고 털어놓았다.
선정성보다 폭력성에 관대한 우리 정서도 한몫했다. 노계원 영등위 영화소위 위원장은 "영화는 가상의 세계라는 전제 하에 잔혹성은 크게 문제를 삼지 않는 것이 현재 심의의 추세이며, 음란성 보다 폭력성.잔혹성에는 관대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엔 선정성에도 너그러운 잣대를 쓰고 있다. 15세 소녀의 첫 경험을 담은 프랑스 영화 '팻 걸'은 성애장면에서 체모와 성기 노출을 금지했던 전례를 깨고 최근 무삭제로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안혜리.이상언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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