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책에 대한 분노

  • 조휘동
  •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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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탄산 고양이 집을 나가다>라는 여행기를 발견하게 되서
그 자리에 앉아서 읽게 되었는데 보고 나서 계속 마음이 찜찜하기도 하고 경악스럽기도 하고 하네요.
여행기라고는 헤르만 헤세의 여행기와 한비야씨의 두번째 책, 이렇게 두 권 밖에 읽어보지 않아서
여행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겟지만 정말 화가 날 정도로 가볍더군요.
귀여니 사태가 일어 났을 때 ,그래도 저기에 들인 나름대로의 노력을 생각해 보면
차마 비난할 수가 없어서 그냥 마음 속으로 느껴지는 일말의 거부감을 억눌렀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속까지 좁아진 건지 책을 읽으면서 은근히 흥분을 했습니다.

원래 요즘의 트랜드가 이런 것을 제가 뒤늦게 발견한게 맞는 거겠죠?
나오키 상의 홈페이지에서 보아왔던 그런 말투나, 글자체, 글자 크기 바꿈,
현장감이라는 명분으로 올려져있는 초점 나간 사진들,
그리고 일본의 꽃미남 꽃미녀 이야기로 거의 서너 페이지를 잡아먹고 있고
그에 반해 일본이나 뉴질랜드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나, 아니면 뭔가 독창적이거나 깊이있는 고찰,
그것도 아니라면 여행을 관통하는 개인적인(지극히 신변 잡기적인 것일지라도)성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들어있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즐겁고 유쾌하냐고요?
그 가볍고 허접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라도 포장하기 위해 애는 썼지만
나오키상의 홈페이지에서 이따끔 사람을 웃게 만드는 그런 재기 발랄함이나 귀여움은 다 없어지고
그런 형식만을 가지고 유쾌하고 발랄한 척 하는 책이더군요.
책 내고 부끄럽지 않았을까요... 라고 말하면 저 너무 잔인한 거겠죠?
이 곳에서 알게된 히로님이나 은사자님의 여행기 쪽이 훨씬 나았습니다.
히로님의 여행기가 실용적인 면에서 아주 유익하다면 은사자님의 여행기는 그 이야기나 풀어나가는 방식자체가
흥미진진하고 진솔하거든요. 아직 3일정도 분량밖에 안 올리셨고 별로 진행할 의지가 없어 보이시지만;;;;

그런데 무엇보다도 경악스러웠던 것은 이런 부분이었습니다.
책을 보면 저자와 어떤 한국 사람이 만나서 소설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있는데
대충 기억나는 대로 옮겨 보자면   " 아주 유명한 소설가인데, 김 @@아세요? "  "네? 아뇨..."
"아주 유명한 분인데.;.. 그럼 장 @@는요?"  " 모르는데요..."
"(조금은 놀라며) 그럼 신 @@는 알죠? 정말 유명한데.."  "아뇨..모르는데..."
(약간 어의 없어 하며) 공@@는? "  "모,,모,르는데요"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이문열은요? 이문열은 알꺼 아녜요?"  "네??? (생각 중)"
"아니! 이문열도 모른단 말예요!" "아... (그 무슨 영화랑 연관이 있던 분인데;;;

사실 저도 누가 와서 펄잼의 베이시스트가 누군지 알아요? 메탈리카의 음반이름 댈 수 있어요?
뭐 이런 것들을 물어보면 대답할 자신이 없기에 뭐라고 할 자격은 없지만 이문열을 모른다는 것에는 경악스러웠어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신경숙, 공지영, 김영하(혹은 김경욱, 김연수...뭐 많죠...),장정일을 모르는 것도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요.
서른 세살의, 디자인과 글쓰는 일로 벌어먹고 사는 여자의 문화 수준치고는 한심하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어쩔 수 없이 문화적 수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속성이 배어 있나봐요
안그러려고 살면서 많이 노력하는데 오늘은 날시가 더워서 쉽게 흥분한건지,
아니면 그런 사람이 쓴 책이 버젓이 10000원에 팔리는 모습이 무슨 사기극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는지...
(그래도 중학생인 내 사촌들도 공지영은 몰라도 신경숙, 이문열은 안다구요..)


ps1 자꾸 저의 이런 분노를 날씨 탓으로 핑계를 대는데 그건 제가 조금은 비겁하고 편협하다고 느껴져서
글을 쓰면서 자꾸 도망갈 구석을 만들다 보니 그렇습니다.


ps2 그러고 보니 요즘 은사자님이 이 곳에서 안 보이십니다,
원래도 글은 거의 남기지 않고 답글만 간간히 다시는데 블로그도 거의 정지 상태인 것 같고.
은사자님 근황 아시는 분 혹시 계신가요? 어디 또 여행이라도 떠나신건지...

ps3 검색해보니 히로님도 안보이시네요. 두분 다 아이디를 바꾸신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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