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이제야 댓글들을 봤는데요... 좀 늦긴 했지만 답글 올립니다. 먼저 선조는 세습되지 않은 왕입니다. 명종이 후사 없이 죽은 후에 여러 사람에 의해 추대된 임금이죠. 그가 무능했다면 그게 가능했을까요? 그가 왕족으로 있을 때부터 시나 글씨도 잘 쓰고(요즘이야 이런게 별 거 아니지만 당시는 능력의 척도였다는 거야 아시겠죠?) 그밖에 여러 가지 총명한 자질을 보인 것으로 잘 알려진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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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는 글씨를 예쁘게 잘 쓰고 시도 분위기 있게 잘 썼다. 그래서 똑똑한 임금이다.?
그는 즉위하자마자 그때까지 정계를 좌우하던 훈구세력을 견제하고 사림을 대거 등용하여 크게 민심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문제가 나타나는데 그의 관심사는 어디까지나 왕권의 강화였으며 사림 등용은 그 수단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납니다. 사림이 급격하게 세력을 얻자 곧 이를 견제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며 당파싸움도 그 한가지 방법으로 그가 조장한 측면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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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권강화를 위해서는 국가행정이 어찌되든 상관이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임금이 왕권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신하들은 그들대로 자기들 입장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 그만이니까요. 임진왜란 동안에 조금만 잘 싸운다 싶은 장수가 있으면 이를 잡아죽이기 위해서 선조가 병적으로 애썼지만 그것도 같은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합니다. 사실 전쟁을 치르다 보면 공을 세운 장수에게 나라가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니까요. 이성계부터 대표적인 케이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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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지 나와바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엄한 대신들을 죽여도 상관없다? 그게 외적의 침략으로 나라전체가 풍전등화의 순간임에도 왕은 나라의 주인이니까, 나라를 말아먹든 말든 잘못이 없다?
결국 엄청난 전쟁(그의 책임도 상당히 있는)을 치르고도 그의 권력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니 그는 성공한 거라고 봐도 좋습니다. 그게 못마땅하다면 권력싸움에서 패한 신하들을 탓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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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말아먹어도 임금은 권력만 지키면 성공한 거다? 앞에서 총대메고 왜군과 싸운 의병장들과 이순신은 권력싸움에서 졌으니 걔들이 병신이다?
아 그리고... 임진왜란 때 잡은 포로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문제에서 그는 다 죽이자거나 명나라에 선물로 바치자는 다수의견을 물리치고 그들을 잘 대우해서 정보를 빼내자는 의견을 관철시켰는데 이는 꽤 실용적인 판단으로 도움이 됐다고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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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았네요.
님이 대충 무슨 뜻으로 선조가 유능하다고 말씀하셨는지 그림이 좀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뭐 님이 선조에 대해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호감까지야 뭐라 안하겠지만, 권력싸움에서 패한 신하들 운운하신 부분에서는 좀 진정이 안되네요. 님이 최소한의 양심과 역사적 식견이 있으신 분이라면, 님이 모욕한 의병장들과 이순신 제독께 마음으로나마 사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