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때였나... 겨울. 그 날도 유성우가 떨어진다는 보도가 있었죠. 새벽 2시부터 시작된다고 해서
잠 좀 자다가 일어나서 나가봐야지 했었습니다. 거짓말처럼 새벽 2시에 눈이 떠졌고, 옆에서 함께 자고 있
던 후배를 깨워 같이 나갔죠. 귀차니즘의 선봉이라 할 수 있는 이 후배가 순순히 따라나왔던 것은 지금 생
각해도 꽤 미스테리 합니다.
유성우란. 별똥별이 비 처럼 떨어지는 것. 하고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었죠. 아마 유성우를 나타
낸 오래전 그림도 삽화로 있었을 겁니다. 정말 무시무시하게 떨어지더군요. 잠시 나가 서있으면 그런 장관
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맨발에 슬리퍼 질질 끌고 (위에도 있지만 겨울입니다.) 근처 놀이터에 가
서 미끄럼틀 위에 올라갔죠. 2미터라도 위에서 보자라는 마음이었을까요?
한참을 추운 겨울. 미끄럼틀 위에서 후배와... 담배를 피며 고개를 꺾어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밤하늘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그냥 검을 뿐이었습니다. 놀이터 옆으로는 술 취한 대학생들이 유령처럼 지나가고.
점점 발은 시려오고 통증이 느껴지는데도 자취방에 다녀오는 사이 뭔가 지나갈 것 같아 도저히 자리를 뜰
수가 없더군요. 그러는 찰나. 무언가 휙 떨어졌는데, 네, 별똥별 하나 였습니다. 상당히 커 보이는 별똥별
로. 실처럼 직선을 그으며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저것이 활활 타고 있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거친 궤적을
보이며 하늘에서 떨어지더군요. 아주 잠깐이지만 후배와 전 경도되었고, 슬리퍼 안에서 떨고 있는 제 발
은 등한시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실처럼 떨어졌고. 그 궤적은 우와~ 하는 저희들 탄성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두 눈을
부라리며 하늘을 바라보는데 계속 뜸하더군요. 하지만 그 타들어가던 별똥별의 흥분이 남아있는지라 조
금 더 있으면 그런 것들이 떼로 떨어지겠거니 스스로들 위로를 했습니다. 담배를 피웠고. 하늘을 보고. 담
배를 피운 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후 저희가 본 별똥별은 30~40분여동안 3~4개가 전부였습니다. 유성우라 하기
엔 초라한 밤이었죠. 슬슬 발의 통증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한겨울 맨발로 한 시간 가까이 나와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그만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가자 했죠. 그 이후로도 전 제대로 된 유성우를 본 적이 없습
니다. 하지만 그 후배와 만날 일이 있으면 당시 이야기를 하며 추억 이야기를 할 때 종종 들먹여지는 소재
는 되었습니다.
이런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라... 저에겐 오늘 밤에 있을 유성우라는 것도 그렇게 믿음이 가지 않는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