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 라스베가스 시즌 4와 마이애미 시즌 2 잡담(스포일러 있습니다!)

  • amber
  • 08-13
  • 1,8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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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 시즌에 대한 스포일러가 상당히 존재합니다.
원하지 않는 분은 피해가세요!!!

얼마 전에 CSI 라스베가스 시즌 4와 마이애미 시즌 2를 모두 보았습니다.
3일 휴가 동안 뇌와 눈과 귀를 풀로 돌린 것 같아서 조금 피곤하지만, 개운하고 조금은 서운한 기분이기도 합니다.

라스베가스 시즌 3와 마이애미 시즌 1을 본 상태에서 제 애정은 현저히 라스베가스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자기 분야 말고는 어린애와 다름없는 성숙도를 보이는 그리썸 반장님부터 시작해서 험난한 과거를 딛고 일어선(존경해요, 언니!), 딸아이 때문에 아이가 얽힌 사건엔 특히 예민해 지는 캐서린,
너무 범생인 점이 도리어 종종 약점이 되는 닉과 지금으로 봐서는 도박중독을 거의 극복한 워릭,
또록또록하지만 그리썸 만큼이나 인간관계 문제에 들어가면 헤매는 세라와 과거가 없기 때문에 메인이 되지 못하는 팔랑거리는 팔방미인 그렉까지
그 개성 하나하나가 반짝였거든요.
그에 비하면 마이애미는 지나치게 호레이쇼 반장님 원톱 체제에 나머지 대원들이 인상이 약해서...

그런데 이번 라스베가스 시즌 4와 마이애미 시즌 2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워낙에 주위에서 라스베가스 시즌 4 평이 좋아서 지나치게 기대하고 있었던 게 문제였던 걸까요?
일단 그리썸 반장님 성격이 좀 어정쩡해 지신 것 같고,
캐서린은 친부랑 계속 엵히면서 관계도가 지저분해지고(새로 생긴 애인이 상당히 찝찝; 언니는 좀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에요; 화이팅!),
시즌 4까지 오면 생기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세라-닉을 중심으로 슬슬 드러내는 직장 내 스트레스가 부각되는 에피마다 감정이입이 괴롭습니다.
결정적으로 라스베가스가 괴로워진 이유는,
이번 시즌 지나치게 하드고어-스플래터 분위기에요!!!;;; T.T
구더기 더미에,
토막살인에서 눈뜬 시체 얼굴 클로즈 업,
쓰레기 봉지 몇개에 나뉘어져 담긴 완전 해부 분해된 시체 등등;
피범벅이 아닌 에피가 몇 개 없더군요.
덕분에 처음에는 눈감고 꺅꺅거리다 나중에는 별생각없이 음식 먹으면서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입맛이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나비> 에피에서 짐작만 하고 있던 그리썸-새라 커플의 속내가 조금은 드러나서 기뻤던 동시에 그리썸 반장님 때문에 가슴 아프더군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마이애미 시즌 2 쪽이 제게는 생각 외로 대박이었다고 할까요.
대부분의 에피들이 취향이었습니다.(감상적인 내용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괴로우실 거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마음을 흔든 것은 호레이쇼 반장님이었습니다!!!

마이애미 작가들은 호레이쇼 반장님을 전형적인 <이룰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을 미소지으며 인내하는 남자주인공>로 설정해 버린 듯 합니다.
시즌 2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점점 더 깊어지는 호레이쇼 반장님의 비극을 다이제스트화 하자면...
호레이쇼 반장님은 천성상 한 여자밖에 사랑할 수 없는 타입입니다. 크라잉 게임에 나오는 그 개구리와 전갈의 천성 말이죠. 그런 그의 영혼은 죽은 남동생 레이몬드의 부인 엘레나에게 고스란히 바쳐진 상태입니다.
그도 알고 있고, 엘레나도 알고 있는 일이죠, 너무 잘.
하지만 천성상 그는 죽은 남동생의 아내와 결혼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평생 엘레나와 자기 조카의 가장 가까운 남자친척이란 위치에 괴롭지만 웃으며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이 낭만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은 자기 남동생이 죽기 전에 보호하던 여자와 그 여자의 딸이 나타나면서
더욱 깊어집니다. 보자마자 확신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딸아이가 동생 레이몬드를 빼어 닮았다고 설정되거든요. 그 고결한 천성상 호레이쇼 반장님은 이 모녀를 챙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엘레나가 상처입을까봐 그녀에게 숨기느라 전전긍긍해 가면서요.
여기서 비극이 한번 더 꼬이느라 다른 주위 사람들은 이 딸아이가 레이몬드 딸인 걸 다 눈치채는데, 엘레나 혼자 호레이쇼 반장 딸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레이몬드를 닮은 걸 보니 당신 딸이란 걸 숨길 수 없겠네요 라면서요. 그리고 배신감에 몸을 떨며 호레이쇼 반장에게 벌을 줍니다.
호레이쇼 반장이 너무나 싫어하는 걸 잘 아는 남자와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하고, 이제 당신은 내게 가장 가까운 남자가 아니라고 시위하는 걸로요.(게다가 이 내사과 남자는 개인적으로 호레이쇼 반장을 너무너무 싫어해서 그에 대한 뒷조사에 착수 중입니다; 아마 다음 시즌에서 이 남자 때문에 곤란해지는 반장님을 보게 되겠지요;)
비극적인 남자주인공 호레이쇼 반장님은 그녀가 상처입을까봐 그녀의 레이몬드에 대한 환상이 깨질까봐 차마 이 오해를 풀지 못하고 자기가 모두 감수합니다. 미소지으면서요.......

네. 저랑 제 친구 엠에센으로 호레이쇼 반장님 너무 불쌍해~ 너무 멋져~를 울부짖었습니다;
CSI 풍의 드라마에서 이런 정통 멜로 남자주인공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었거든요.
그리고 시즌 2 쯤 자리를 잡자,
시체마다 말을 걸어주는, 게다가 현지 출동이 가능한 건강한 애엄마라는 설정 탓에 애문제에 있어선 라스베가스의 캐서린 역할까지 하는 알렉스라던가...
자기 미모를 수사에 이용할 줄 알지만(이 또한 라스베가스의 캐서린과 조금은 겹치는;) 그것 만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인간들에겐 가차없는 켈리라던가...
마지막화에서 드디어 여자친구가 생길 것 같은 고지식 자체인 스피들이라던가
만능 핸섬가이 에릭 등이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 가기 시작해서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CSI의 장점 중 하나는 도시를 배경 이상으로 이용해 나간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라스베가스의 사막, 카지노와 마이애미의 해변, 리틀 하바나는 두 시리즈를 확연히 구별할 수 있게
해주고 나름대로 색다른 스토리를 부여해 줍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새로 시작하는 뉴욕이 어떤 식으로 풀려나갈 지 궁금합니다.
뉴욕은 라스베가스랑 마이애미랑은 완전히 틀린 도시니까요.
단지 인물과 스토리에서 어떤 차별성을 지닐 수 있을 지가 문제겠지요.
이번 마이애미-뉴욕 크로스 에피는 제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요.

아아. 이렇게 긴 글 읽어주신 분 계시다면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만 퇴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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