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시네마에서 <역마차>를 보고 교보에 갔다가 오는 길입니다. 저녁엔 <황야의 결투>를 보려고 하는데, 이걸 봐야될지 말아야 될지, 사실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서부극이 제 취향과 뭔가 어긋나는데가 있어요.
영화 보고, 인사동, 종각 지나서 가니 다섯 시 반쯤 됩디다. 교보문고에 거의 다 도착했는데,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우루루 차도로 뛰어나가더군요. 맞은편에서는 방패를 든 전경들이 욕을 내뱉으며 우루루 달려오고 있고. 오년 전만 해도 꽤 익숙했던 장면인데 왜 그리 낯설어 보이는지.
한쪽으로는 전경들이 거리로 달려나간 사람들을 잡으러 동분서주하고, 교보문고 정문 앞에서는 아직 거리로 나가지 못한 사람들과 전경들이 서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얼핏 봐도 전경들 쪽이 서너배는 많아 보이고, 어느 모로 보나 싸움이 안돼요. 결국 거리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죠.
주위 사람들 가운데서 이 광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잠시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리는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건 뭐랄까, 양편에서는 심각하게 치고받고 있지만 이건 내 일도 아니고, 내가 껴들 수도 없는 일이라는 걸 선명하게 깨닫게 만드는, 그런 싸움을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저만치 밀려있는 버스들은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는데, 얘들은 어디 짱박혀 있다가 매년 이맘때면 되면 튀어나오는거냐? 사람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뒤에서 외국인에게 짧은 영어로 버벅거리는 학생 이야기를 들으며 확 뒤통수가 땡기는 느낌이 들더군요.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저 사람들 속에 섞여있던 저도 그렇게 다른 이들에겐 이질적인 존재였겠죠. 그렇게 생각하며 오래 전에 소시민으로 돌아온 저는 오늘 느낀 이질감을 마음 속에서 갈무리합니다.
종각 앞 횡단보도를 지나가는데 주먹만한 매미가 눈앞으로 날아오더니 물방울을 잔뜩 튕기며 날아갑니다. 오줌이었겠죠. 냄새가 나지 않는 게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