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이라는 투명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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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에 관한 글을 읽다가 생각났는데..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활동가 한분이 대학쪽에 초청되어서 성매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착취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고 하네요. (이때는 다들 숨죽이고 열심히 들었었답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보고 느낀 가부장적 남성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죠.
그러자마자 어느 남학생 한명이 일어나서 그 '일반'남성에 대한 증거,통계를 대라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랍니다. 옆에서 친구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죠. 결국 그 친구에 의해 끌려나간 모양이더군요.
남자들 스스로 '나는 성매매의 구매자가 되지 않겠다'는 운동이 있던데...차라리 그 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자기가 그 '일반'남성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밖에서는 수시로 포주들에게 "죽여버린다"는 협박에 시달리고.....정말 활동가도 아무나 못하겠다면서 씁쓸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에 DJUNA님이 씨네21에 썼던 글인데 생각나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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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UNA의 채팅실] 뭐뭐 일반이라는 투명인간



영퀴방에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모 감독(왜 이 양반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지는 곧 알게 될 겁니다)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저 역시 그냥 끼어들어서 "그 양반의 작품을 규정짓는 한국남성 일반의 성격"에 대해 투덜댑니다. 그러자 그 문어체의 표현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어떤 사람이 그 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군요. 도대체 "한국남성 일반"의 정의가 뭐냐고요.

도대체 그 사람은 어떤 답변을 기대했던 것일까요? 흠..

사실 대답하기 짜증나죠. 이런 대화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면 어떻게든 상당히 거친 표현이 나가야 하는 법이니까요. 전 적어도 그 정도 예의는 고려하는 사람이랍니다.

이 예의에는 조금 더 깊은 속사정이 있었으니, 그 뭐뭐 일반이란 것과의 투쟁이 얼마나 짜증나는 것인가에 대한 기억이 그 즉시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성차별주의자 일반" "호모포비아 일반" "인종차별주의자 일반" "정부 일반" "스노브 일반" 기타등등 기타등등의 괴물들과 부대끼는 것은 투명인간과 권투하는 것과 같습니다. 두들겨맞기는 하는데, 정작 두들겨대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죠. 뭐뭐 일반은 이데아처럼 허공중에 떠 있는 어떤 것이지 구체적인 사람들의 집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특정 인종차별주의자 집단과 싸워서 인종차별을 없앨 수 있다면 얼마나 세상이 간단하겠어요?

선재아트센터에서 (메리의 터)(Mary"s Place)를 보고 있는 동안 그런 짜증이 더 심해졌습니다. 아까 제가 쓴 표현을 또다시 써먹자면, 호모포비아 일반에 의해 규정된 개인들이 게이 일반의 구성원 한명을 폭행하고 강간한 사건이 그 다큐멘터리의 시작이죠.

뒤이어 투명인간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저쪽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구체적인 개인을 패대는데, 그 역습은 어쩔 수 없이 허공에 뜬 일반을 향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건 개인을 팬 개인(들)을 처벌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제가 조금 더 실천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일반과의 짜증나는 싸움 중 아무것에나 뛰어들었겠고 조금 더 종교적인 사람이라면 "죄는 미워하되."로 시작하는 몇몇 경구를 끌어들여 (생각해보니 매우 현명한 말들입니다!) 마음이라도 위로할 수 있었겠지만, 전 양쪽 다 아닙니다. 저같이 게으른 이기주의자가 신경쓰는 것은 제 감정뿐이며 그런 상황과 충돌했을 때 제 정서적 반응은 하나뿐입니다. 열받는 거예요. 아마도 그 정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사람 죽이는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쓰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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