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외전>은 이제야 제작진들이 몸이 풀린듯 합니다. 초반엔 액션이고 멜로고 영 지지부진하더니
지난주부터 이야기도 빨라지고 인물들의 갈등관계도 흥미롭게 달아올랐어요.
게다가 노골적으로 "이건 팬써비스에요~"를 외치는 장면들까지.(이건 사실 불필요해 보입니다만)
액션장면에서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계속 보이지만 이제 이건 거의 포기해야 할 부분같고,
화면발이나 배우들 실루엣은 분위기있게 잘 잡아주네요.
재밌는건 50%정도 사전제작이었는데, 사전제작분보다 시간에 쫓기며 빠듯하게 촬영하는 요즘 방영분이
훨씬 퀄리티가 낫다는 거지요.
전진은 미간의 주름을 피고 걸음걸이만 당당해져도 훨씬 자연스러워 보일거에요.
그리 인상을 쓰는건 한쪽 눈이 거의 안 보이는 시력탓 같기도 하지만..
처음 하는 정극연기라 딱 긴장하고 있는게 보이는데, 이 친구가 의외로 수줍음 타고 긴장 잘하는 성격탓도 있겠죠.
엄태웅은 누나 후광으로 나온줄 알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보고 선입견을 깼습니다.
담백하게 멋져요. 누나와는 매치가 안되게 다른 분위기구요.
이 사람이 반응이 좋아서 시나리오가 수정되었다고 기사가 났더군요. 이휘향을 죽이고 자결하는 걸로요.
형수님은 열아홉은 각종 출생의 비밀 모음집의 완결판 같군요. sbs답게 별 생각없이 가볍게 보기엔 재미납니다만..
그런데 중간에 음악 넣는게 너무 거슬려요. 인물들이 무슨 감정을 내보이기만 하면 감동 받으라는 듯이 튀어나오는 갖가지 음악들..=_= 잔잔하게 깔리는 배경음악도 아니고 어울리지도 않는 노래들을 삽입하는거 보면 참;;
김재원의 목소리는 울림은 좋은데 왠지 부담스러워요. 어린아이같이 너무 동글동글한 동안과 매치가 안 되기 때문일까요? 오히려 윤계상의 평범한 목소리가 이런 드라마엔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윤계상은 자신과 딱 맞는 역할을 맡았어요.
이혜숙의 속물덩어리 연기는 언제 봐도 심하게 잘 어울려서 이 배우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적이 있던가 싶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홍요섭은 여전히 근사하네요:) 88년 <토지>에서 악당으로 나왔을때 참 얄미우면서도 멋졌지요.
브랑누아 광고도 기억에 생생하구요. 목소리는 나이를 먹지 않는것 같습니다.
정다빈의 다크서클이 압박스러워서 드라마를 못 보겠다는 얘기들은 이해가 가질 않아요. 김정은의 인중 얘기도 그렇고.
연기가 거북스러워서 못보겠다면 이해가 가는데요. 여배우는 얼굴만 뚫어지게 보는걸까요?
못생긴 남자배우에 대해선 관대한 관객들이 여배우의 얼굴에만 냉엄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느껴져서 씁쓸할때가 많아요. 모든 여배우는 꽃이어야 한다는 뿌리깊은 관념 때문일까요?
애정의 조건은 송일국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맨날 욕하면서 봅니다(-_-) '바람은 불어도'를 집필했던 할머니 작가라더니 역시나 옛날 할머니 냄새가 폴폴 납니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청승 그 자체인데다, 옛 남자의 어머니를 시켜 여주인공 괴롭히기에 스토커짓까지
하는 사이코 기질까지 돋보여요.
채시라는 바람 피운 이종원에게 비굴하게 끌려다니다 엉엉 울며 이혼하더니, 이제 다시 네가 좋아졌다는 남자의 반응 한번에 실실 웃으면서 재결합 준비하네요.
아이가 있다지만 그렇게 뒷통수를 제대로 치고 아이를 이용해 복수까지 계획했던 남자를 저렇게 쉽게 한이불 식구로 받아들일수 있는건가요?
이종원은 새 여자와 살아보니 전부인보다 애도 잘 못보고 살림도 못하드라, 아이도 엄마를 찾구..
-> 조강지처의 가치(?)를 깨닫고 채시라에게 돌아오는군요. 아무것도 잃은게 없이요.
같이 바람났던 여자후배만 실컷 깨지고 결혼도 못하고 닭쫓던개 되구요(자업자득이긴 하지만)
이종원의 엄마 반효정은 대단히 웃기는 사람이에요.
여자후배에게 자기 아들 꼬셔서 가정 파탄냈다고 구박구박하더니 일 생기면 불러서 며느리처럼 시켜먹고, 결혼시켜 준다고 살살 꼬시다가 맘에 안차면 또 채시라한테 가서 재결합하라고 살살거리고.. 정말 꼴보기 싫은 유형입니다.
여하튼 돌아봐야 할 모든 문제들은 '가족의 화합'이라는 대명제로 걷어치워 버리고 그저 두 남녀를 결합시켜서 적당히 해피엔딩(?)시킬 모양이에요.
바람핀 남편에게 싹싹 빌다가 울면서 이혼당하던 채시라 모습보다 짜증나는건 작가의 이런 의도입니다.
고귀한 가족주의를 뻔질나게 부르짖으면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약자의 희생들(주로 며느리)을 아름답게 정당화시키는 거요.
역겨운게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국제변호사란 커리어가 무색하게 한 남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바보같은 모습만 보여주는 둘째딸이나 남자 잘못 만났던 대가를 흠뻑 치루고 있는 셋째딸..
조여정의 캐릭터는 무척 짜증스럽지만 실제로 저런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그렇다 치고,
은근히 답답한게 채시라 부모인 한진희와 오미연의 캐릭터에요.
밖에서 딴살림해서 딸까지 낳은 한진희는 매우 점잖고 생각이 깊은 아버지로 나오는데 비해(과거 하나로 그 사람을 단정지을순 없겠지만),
자식들 때문에 남편의 모든 행태를 참아넘기고 남편이 외도로 얻은 아이를 친딸처럼 키워준 오미연은 맨날 속 좁고 생각없는 행동으로 가족들에게 구박받는 어머니로 묘사되는군요.
딸들은 만만하게 엄마인지 온갖 신경질과 투닥거림은 엄마에게 다 쏟아붓구요.
하여간 전체적으로 너무 화나는데 욕하면서도 보게 되네요.
캐릭터와는 별개로 채시라의 아이엄마 연기는 참 실감납니다.
송일국의 능글능글 서글서글한 모습도 보기 좋구요.
이 남자의 나이키 눈썹은 제겐 더없이 멋드러져 보여요+_+ 아찔한 섹시함도 있구요.
초반에 출연했던 박용우의 쌩양아치 연기도 좋았는데 중간에 빠진게 아쉽더군요.
드라마가 10회쯤 연장하면서 지성과 조여정이 빠진다는데 이 커플이 늘 별로였던 저는 좋네요.
한가인과 한집에서 매일 만나는것도 어정쩡했거든요. 결혼했으면 각자의 현재 파트너와 잘 살아야 할텐데 작가들이 맨날 첫사랑 컴플렉스도 아니고 '한번 사랑 영원히~'를 외치는게 불편했어요.
++ <파리의 연인>이 끝나고 <매직>이 시작하네요. 강동원은 귀엽지만 예고편을 보니
그저 그런 청춘물 분위기라서 볼까말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