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폰부스, 얼굴없는 미녀는 조금씩 스포일러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분신사바
영화보고 든 생각은 단 하나. 김규리 많이 컸구나.(좋은 의미로) 여고괴담에서나 가위에서나 참 재미없는 배역을 맡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정말 재미없었지만 김규리가 그런 배역을 맡았다는 것만은 맘에 들었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그 가위 장면이 꽤 맘에 들더군요. 퍽.퍽.퍽. 으으....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참 연출 못하고 대사도 못썼다"는 게 같이 간 사람들의 중론이었습니다. 이거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수 있었을텐데.
.분노의 포도, 역마차, 수색자
역마차를 보고 난 생각 - 그냥 서부영화로군.
수색자를 보고 난 생각 - 역시 그냥 서부영화로군.
역마차나 수색자가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 영화인지는 알고 있지만, 웨스턴 장르에 별 애정이 없는 저로서는 "그냥 볼만한 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영화과 다니는 학생 입장에서조차도 이 영화들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이제와서 챙겨보아야할 의미가 있나 싶더라구요. 예전의 걸작들을 챙겨본다는 건 지금보아도 느낄 수 있는 가치가 있을 때 의미있는 것 아닌가요? 허긴 그런 걸 못느낀 제가 바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면 분노의 포도는 - 스토리가 툭툭 끊기는 게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헨리 폰다가 저렇게 멋진 배우인줄 처음 알았어요. 어머니 역의 배우도 그 당당함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구요.
.모두 하고 있습니까? ,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모두 하고 있습니까는 다케시 스타일의 개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침 뚝 따고 반복. 1시간 넘게 개그 특집만 보고 있던 셈이지만 그 개그들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지겹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기내 서비스. "맘보!"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 처음부터 결말까지 대충 다 알고 있던 영화이지만 - 기대보다도 더 허망하게 슬픈 영화. 그래도 그 친구가 그렇게 되기 전에 뭔가 이루어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따라다니기만하는 설정 때문엔 초반엔 "쟤 웬 80년대 스러운 여자주인공이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후반엔 그게 꾸준히 반복되다보니까 "쟤도 나름대로 아픔이 있어서 저러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몽타쥬는 좀 사족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름대로 정리해주는 느낌이 있어서 괜찮았구요.
두 편 다 중간중간 일본어 자막이나 작은 대사들을 번역안하고 넘어가버리더군요. 일본어 모르는 관객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원.
.폰부스
이제서야 봤습니다. 그냥 짜증이 나더군요. 등장인물 중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는데, 특히 창녀 세명이 떠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주인공도 조연들도 전화기의 목소리도 다 죽어버렸으면 싶었습니다. 뭔가 거창한 도덕론을 펼치는 척 하면서 얄미운 장난질이나 치는 저격수는 그 중 가장 짜증스럽더라구요. 의도된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공포감이 아닌 불쾌한 짜증을 느끼는 게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후반부가면 콜린 패럴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서 좀 나았지만.
.화씨9/11
정치 관련 게시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중간중간 부연설명이 필요한 구멍이나 비약이 많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추천해주고 싶은 글을 읽은 기분.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엉뚱하게도 진중권씨 생각나네요.
.얼굴없는 미녀
소문만큼 형편없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cg로 보여준 환상이 아주 맘에 들었기 때문인지도. 하지만 중반부터 뭔가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김혜수의 과거가 드러나면서는 한숨이 나오더군요. 샴푸 cf에 나올법한 왕느끼 외모의 스키선수(!)와 아침드라마스러운 러브스토리라니. 얘는 선글라스조차도 평범한 건 안쓰고 다니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엔 웬 뉴질랜드? -_-; 그에 비하면 번지르르한 느낌의 현재 장면들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소박하게 보이더라구요.
센트럴6에서 보았는데 필름도 흐릿하고 소리도 웅웅거렸습니다. 필름탓인지 극장탓인지는 몰라도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음. 그래도 엔드크레딧을 끝까지 틀어줬으니 망정이지... (차라리 코아아트홀이 나을 걸 그랬습니다. 코아아트홀 요즘 디지털 사운드 잘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