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서로가 업무용외에는 잘 휴대폰을 켜놓지 않는 편이라서 메일로 안부를 주고받고는 합니다.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어머니가 무척이나 몸이 불편하셔서 병원에 가셨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참으셨냐고 하면서 가능한한 빨리 수술을 하시는 것이 좋은데, 난감한 것이 수술대기환자가 많아서 1년정도나 기다리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럴때 병원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수술도 좀 당겨지지않을까 싶은데, 주변에 저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죠.
제가 의료계나 그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고, 제 아버지가 의과대학에 계십니다. 서로의 식구들이 무슨일을 하는지 정도는 잘 알기때문에 그런 부탁을 한 것이죠. 일단 다행인 것은 그 친구 어머님의 병환이 생명과는 관련없는 근육쪽의 병이라는 것입니다. 대신 많이 고통스러워 하신다고 하구요.
이 친구는 지난 몇 개월동안 어떤 문제때문에 어머니와 대립을 해왔기때문에 더 죄책감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고, 저도 그런 마음을 알기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문제는 제 아버지께 여쭈어서 알음알음을 통해 수술순번을 당기는 것이 가능하다해도, 분명히 누군가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제 아버지가 그럴 능력이 있으신지도 모르겠고, 있으시다해도 그렇게 해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친구의 성품과 인격을 잘알기에... 워낙에 경우바르고 욕심없고 항상 노력하는 친구라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말 그대로 '오죽했으면...'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우환이 있으면 저희 아버지를 찾는 전화가 많이 오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그 때에 어느 병원이, 어느 의사가 그 질병에 권위가 있다거나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서, 이미 꽉 차있는 병상을 주선한다던지 수술을 당겨준다던지 하셨는지는 솔직히 모릅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의사를 소개시켜줘서 환자가 조금이라도 안정감있게 진료와 처치를 받는 정도는 당연한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것을 넘어서서 타인에게 어떤 불이익(타인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새에)이 된다면 그 것은 부정이잖아요?
네.. 분명히 가족 중 누가 아프면 의료계에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외국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우리 사회에서는 정보를 제공받는 것을 넘어서서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부정에 이르게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 다른 친한 친구에게 물으면 분명히 그럴겁니다. "네 어머니가 그런 경우라면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서 해.." . 솔직히 정말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무병장수하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무병'장수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기에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부딪히게 될 갈등일 겁니다. 일단 아버지께 여쭈어보고 연락하겠다고 답장은 썼습니다만...
우리사회가 말 그대로 이런 부정자체가 아주 죄악시되고, 반드시 걸려서 댓가를 치루게되는 분위기였으면, 이런 갈등을 안할텐데요... 물론 저같이 마음흔들리던 사람들이 사회를 핑계대며 만들어냈던 모습이겠지요. 정말 싫어해왔던 '어르신들의 방식'을 슬그머니 받아들이게되는 시작이될까 두렵습니다.